Simply Me
호주 Fraser Island
31 Jan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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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1.31 Hervey Bay Day 1

허비베이에 왔는데 애들레이드에서 만났고, 앨리스스프링즈에서 만났고, 에얼리비치에서 만났던 남자를 또 만났다. 으이구. 그사람은 어제 와서 오늘 섬에 들어간다고 했다. 나는 내일 떠날 명단에 내이름을 넣고 두시 반 모임을 기다리면서 짐을 몽땅 세탁기에 돌렸다. 내가 빨래를 널러 가서 세탁기를 열었는데 어떤 아줌마 아저씨 같은 목소리로 “그건 내꺼야! (It’s mine)“라고 했다. 오암쏘리하고 나서 보니 현숙영이 빨래를 널고 있었다. 야. 저 아줌마 무섭지?.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현숙영이 어떤 키크고 무섭게 생긴 녀석이랑 얘길 하고 있다. 우리랑 에얼리비치에서 같은 버스를 타고 오면서 차안에 온통 치킨 냄새를 풍기던 그 녀석이다. 이스라엘에서 왔는데 우리나라에서 아가씨들이나 입는 야시꾸리한 기지바지를 입고 있다. 이상한 녀석이다. 이름은 “바"라고. 내일 함께 가니 잘해보자며 과자도 뺏어먹었다. 재밌는 녀석이다. 나이는 좀 들어보이지만.

내일. 프레이져 섬에 들어간다. 도마뱀, 개구리, 모기, 파리. 이런 것들 때문에 캠핑할까 말까 무지 망설였는데 안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 하기로 했다. 프레이져섬은 모래도 된 섬이라고 한다. 세계적 유산에 속한다나?. 이 숙소에 묵는 사람들끼리 한 10명 정도 같이 차 한 대로 2박3일 여행 하는 것이다. 아까 낯에 장보러 갔었다. 바를 비롯해 다 서양사람들이고 우리만 동양인이다. 그 아줌마도 있었다. 흠. 부딪쳐봐.

뽀샤샤하게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한국에서 맡은 여름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현숙영이랑 쭈그리고 앉아서 우리가 기억나는 노래는 아마 거의 다 했을 것이다. 실컷 노래를 부르고 나니 이제 자야할 시간이다.

99.2.1 Fraser Island Day1

아침부터 날씨가 흐릿하더니 떠날 때가 되니까 비가 무지하게 온다. 나는 가나마나 걱정하고 있는데 이사람들은 당연히 나보다. 섬에 관련된 비디오를 한편 보고 주의사항을 들었다. 억수같이 오는 비를 헤치고 배 타는데 까지 갔다. 벌써 옷이 다 젖었다. 이러고 3일을 어쩐다.어쨌든 배는 우리 차를 싣고 출발했다.

세계최대의 모래섬. 프레이져아일랜드.

여기 함께 온 사람들은 두명의 이스라엘 청년(바, 요씨) 한쌍의 캐나다 연인(마이크, 앨리슨), 스위스 새침떼기 아가씨(나탈리), 또한쌍의 독일인 부부(도리, 리오), 그리고 나 동생 이렇게 9명이다. 우리는 한 차를 타고 하루종일 같이 움직인다. 섬에 도착해보니 여기 들어온 모든 차가 다 4륜구동이다. 섬이 모래로 됐으니 당연한 얘기지만. 지붕에는 침낭, 텐트, 천막, 탁자, 먹을 음식. 이런 것들을 싣고 차가 다니면서 만들어놓은 두줄 길을 달린다. 달리는게 아니라 헤쳐나간다. 앞에서 운전을 하는 리오아저씨가 지도를 가지고 대장 노릇을 하고 있다.

이 섬에는 ‘딩고’라는 동물이 사는데 먹을 음식을 주어서도 안되며 함부로 다뤄서도 안된다고 많은 주의를 받았다. 꼭 개처럼도 생겼고 어떻게 보면 늑대처럼 생기기도. 점심을 먹는데 이놈의 딩고가 어떤 사람의 신발을 물고 도망을 갔다.그걸 보고 사람들이 막 웃었다. 나는 놀랐는데.

딩고에 못지 않게 나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것은 바로 ‘흡혈파리’. 파리랑 똑같이 생겼는데 크기는 엄지마디만하다. 그놈이 글쎄 피를 빨아먹는다는거쥐. 믿거나말거나.

일찌감치 바닷가에 자리를 잡고 우리는 불을 지필 자리를 중심으로 2명씩 짝을 지어 각자 잘 2인용 텐트를 쳤다.

그리고 리오 아저씨는 점심먹고 주은 나뭇가지로 불을 지폈다. 남자들은 장작을 만들고, 부엌이 될 천막을 쳤고, 나머지 여자들은 사온 감자와 옥수수등을 모래에 비벼 씻고 바닷물에 대강 행궈 저녁 준비를 했다.

어제 봤던 그 무서웠던 도리 아줌마는 너무나도 인정이 많고 재밌는 분이었다. 벌써 오늘부터 모든 사람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날이 어두워지고 바비큐와 소시지를 구워먹고 감자 오수수를 구워먹고. 저녁을 다 먹을 때쯤 비가 오기 시작했다. 날씨가 계속 궂다.

99.2.2 Fraser Island Day 2

아침에 일어나니 침낭이 물에 젖어 질펀하다. 텐트 탓을 하면서 투덜거리고 있는데 우리 주위에 텐트는 다 물이 샜단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별 말이 없다. 당연한건가?.쩝. 사람들이 어딜 가려고 하길래 당연히 씻으러 가는 줄 알고 세면도구를 챙겨서 따라나섰다. 근데 세면장 치고는 쫌 멀다?. 한시간을 걷고 . 30분을 더 걸어서. 무슨 호수에 도착했는데 이사람들 또 신나서 물에 뛰어 든다. 난 모하라고. 한국인을 만나서 얘기를 하다가 아줌마 아저씨가 다 씻었을(?) 때쯤 맞춰서 내려왔다. 우쒸. 말을 해줘야 될거 아냐.

하루종일 날씨가 어제랑 똑같다. 오늘은 ‘요씨’랑, ‘앨리슨’, ‘마이크’가 돌아가면서 운전을 한다. .Indian Head, Red Canyon, Dundubara, Eil creek등을 돌아보고 가끔 내려서 사진도 찍고 물장구도 치고.

차에서 바랑 ‘요씨’가 이스라엘 노래를 가르쳐 주어 “뤼씸마 ♪ 라둠마 ♬우슈뤼 샴마 ♬~~” 한참을 따라부르고 대신 “아리랑"을 가르쳐 줬는데 아줄 잘 따라불렀다.

“KISS"를 한국말로 뭐라고 하냐길래 “뽀뽀"라고 한다 했더니. “뿌뿌!!” “뽀뽀!!” 하나같이 박장대소다. ‘도리’아줌마는 좀 썰렁하다 싶으면 “뿌뿌!“라고 말해 모두를 웃게 했다. ‘앨리슨’이 “뽀뽀"란 말이 자기네는 엉덩이 머. 이런 식으로 쓰인다고 했다. 기분이 쫌 그런걸?. 어쨋든 하루종일 뽀뽀 때문에 많이도 웃었다.

‘바’는 현숙영과 내가 무슨 말만 하면 그걸 따라해서 우릴 많이 웃겼다. 현숙영이 “같이가~~!!“하면 그 서투른 발음으로 ‘가티가~’ 우리끼리 흔히 하는 ‘어우~’ 도 똑같이 따라하는데 그 표정이 꼭 낙타 같아서 볼 때마다 웃었다. ‘바’가 너무나 친절하고 재밌어서 (밥을 좀 많이 먹긴 하지만.) 진짜 편한 친구같이 좋다.

오늘은 Central Station에 자리를 잡았다. 어제 잔데는 아무도 없는 허허 벌판이었지만 오늘은 캠핑장이다. 화장실도 있고 샤워장도 있다. 어제 좀 덜 젖은 큰 텐트 하나와 작은 텐트 두 개에 나눠 자기로 했다. 저녁으로는 파스타를 해먹었는데 지상 최대의 맛. “Somebody wants anymore?.” 라는 말에 거절하지 않고 맘껏 먹었다.

식사후 씻지도 못하고 사람들이랑 모여서 맥주를 마시며 얘기를 하다가 텐트로 들어왔는데 도리아줌마가 에서 젖은 침낭을 쭉 펴놨다. 구석에 젖은 수건을 덮고 누워서 생각을 해보니 집이 참 그립다. 뒤척이기도 짜증날정도로 온몸이 찝찝하다. 언제 씻지?.

99.2.3 Fraser Island Day 3

간 밤에 비가 좀 오나 했더니 아침에는 하늘이 갠 듯 하다. Central Station에서 가까운 Lake McKenzie에 세수겸 수영을 하러 갔다. 이틀동안 씻지 못한 몸을 담그기엔 너무 미안할 정도로 깨끗한 물에 뛰어들었다. 세상에서 제일 맑은 물. 도리아줌마의 표현에 의하면 “Beau~~~~~~~~~~~~tiful!!!

오늘은 날씨가 다 개었는데 아쉽게도 이 섬을 떠나야 하는 날이다. 모두들 아쉬워 한다. ‘바”, ‘나탈리’, ‘리오’아저씨가 번갈아 운전을 하면서 배타는 곳 까지 나왔다. 우리를 육지로 실어다 줄 배를 기다리는 동안 공차기도 하고 다같이 사진도 찍었다.

갈 때와는 다르게 오는 배에서는 사람들과 얘기도 하고 웃고 떠들면서 금방왔다. 섬을 나와 숙소에 도착을 했더니 백패커 관리 아저씨가 박수를 쳐주었다. ‘요씨’는 여기 하루 더 묵는다고 하길래 ‘바’와 함께 배낭을 찾아서 ‘요씨’의 방에 저녁까지 빈대를 붙기로 했다.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배낭 정리를 다시 하고 나서 다시 배낭을 짊어지고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숙소를 나왔다.

바닷가에 갔다. 사람도 없고 우리가 좀 처량하게 느껴진다. 이제 마지막 여행지 골드코스트로 가려고 한다. 골드코스트에 이틀밖에 머물지 못하는게 좀 아쉽지만. 아마 반대방향으로 돌았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봤다. 가끔씩 집에 갈 생각을 하면 힘이 불끈 난다. 나흘후면 간다.

지도를 들고 터미널을 찾아가는데 사람도 없고 어스름. 지나가던 한 사람이 우리가 여행객인지 알았는지 먼저 와서 도와줘도 되는지 물었다. 우리가 버스터미널에 간다니까 지금 우리의 위치를 가르쳐 주고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가르쳐 줬다.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눈물나도록 고맙기만했다.

우리는 지금 터미널 의자에 짐을 풀고 앉아있다. 현숙영은 거지같이 쭈그리고 누워서 잠을 잔다.

서울을 떠난 지 딱 한달. 푹신한 침대와 내 이불이 그립다. 손 뻗으면 언제나 만져지는 내 물건들. 음악도 너무너무 듣고 싶고. TV도 보고싶고,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커피도 마시고 싶다.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꼭두같이 일어나서 짐챙겨 이동하는 것도 지겹고 이렇게 버스 기다리는 시간도 지겹고.

  • Fraser Eacape (6$)
  • 프레이져섬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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