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y Me
호주 Uluru
19 Jan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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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1.19 Ayers Rock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바위. 지구의 배꼽이라는 그 바위를 보기 위해 가고 있다. 어딘지도 모르고 계속 달리고만 있다. 창밖에는 붉은땅 위에 낮은 나무들이 서있다. 참 단조로운 풍경인데도 신기하기만 하다. 실컷 자다가 일어날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들이 긴 여정에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지금 나는 꿈에 그리던 에어즈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스무시간, 긴길을 달려와 보니 여기에 사진 그대로의 건재함으로 우뚝 서있다. ‘우뚝’이란 말은 이놈을 보고 만든 것 같다. 설명을 해서는 아무도 그 거대함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눈앞에 두고도 저게 정녕 바위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이제 막 호주 원주민인 에버리지니들의 생활을 담은 Culture Centre를 출발해 본격적인 투어에 들어간다. 점점 더 나는 이 거대한 돌덩어리에게 가고 있다.

지금 막 에어즈락 베이스 투어를 마쳤다. 지금까지중 가장 가까이서 에어즈락을 볼 수 있는 기회었다. 내 손으로 만져봤지만 나는 아직도 이 붉은색 돌덩어리가 믿어지지 않는다 .

파리가 너무 많아서 고생이다. 하지만 에어즈락을 보기위한 대가라 생각하고 있다. 이제 Sunset Veiwing Area로 간다. 에어즈락의 일몰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곳.

나는 지금 에어즈락의 정면에 있다. 여기는 많은 관광객들로 한창 축제 분위기다. 하지만 그 속에 느끼지 못할 정도의 엄숙함이 흐르는 것 같기도하다.

여기는 울룰루리조트 유스호스텔. 나는 밖에 나와 쏟아질 듯한 별(나는 별이 이렇게 많은 줄 오늘 알았다) 아래 누워있다. 오늘 여기까지 오는길이 너무나 멀고 험했는데 에어즈락을 보는 순간 내가 왜 그 수고를 했는지 이해가 갔다.

세계곳곳에서 단지 그 돌덩어리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 어찌보면 우습지만 누구도 진짜 에어즈락을 보지 않고서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지.내 여행의 반을 꺾은 기분이다. 하루종일 여정에 시달리다 한 순간에 이렇게 탁 풀어지는 느낌. 이것 때문에 여행을 하는 것 같기도.

내일은 현숙영 생일이라 저녁으로 난생처음 캥거루 고기를 먹었다. 내일은 또 에어즈락에 오르는 날이니 아마 생애 최대의 생일이 될 것이다. 내일은 5시 45분에 모여서 에어즈락 등반을 하고 다시 킹스캐년으로 간다. 우리가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잘 쫓아다니는걸 우리 엄마가 알까?

99.1.20 Ayers Rock & Kings Canyon

여기는 에어즈락의 꼭대기. 자꾸 믿겨지지 않는 일들만 일어나고 있다. 그렇게 우뚝 솟았던 에어즈락의 위에 내 발을 딛고서니 세상이 온통 내것 같다. 거센 바람을 맞으며 땅을 굽어본다. … 나는 여기에 에어즈락보다 더 우뚝 서있다.

킹스캐년의 유스호스텔이다. 아침부터 무리를 했더니 일찌감치 피곤이 밀려오는군 . 여기는 33불의 숙소. 방에 TV까지 있긴 하지만 다른데랑 비교해서 너무 비싸다. 근데 좋긴 좋다. 2층 침대가 아니고 머리맡에 전등도 있다. 오늘 룸메이트는 잉글랜드, 샌프란시스코 출신. 둘이만 영어로 얘기하고 나는 소외감을 느낀다. 진짜 공부 열심히 해야지.

오늘 에어즈락에 오르면서 아마도 나는 번지를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어즈락 오르는데도 다리가 후들후들. 에어즈락은 정말 대단했다. 본 것 보다 오늘 내 발로 그 돌을 딛고 우뚝 섰다는 것. 감격 그 자체였다. 바람도 세고 힘도 들고 무섭기도 하고. 올라가다가 정말 다시 내려오고 싶었는데. 꼭대기에 섰을 때는 내려오기 싫을만큼 가슴 뿌듯했다. 오늘은 호주에 온지 어느새 20일. 여행이 약 보름정도 남은 상태다. 얻은게 무엇인가를 자꾸 생각하게 되니 마음이 아쉽지만.

빨리 내일이 오고 내륙을 벗어나 바다로 가고싶다. 이제는 이곳 생활, 이렇게 놀러 다니는 생활이 너무나 익숙. 걱정이다. 이동하는 차속에서 이것저것 많이 생각을 하다 거의 결론에 다르고 있음.

99.1.21 Kings Canyon & Alice Springs Day 1###

이른 아침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출발해 4시간 만에 킹스캐년 한 바퀴를 돌았다. 나는 에어즈락에 너무 심취했나보다. 아침에 그냥 킹스캐년이라는 뒷동산에(?) 올라가 일출만 보고 내려올줄 알았는데 4시간동안 그 협곡을 걸었다. 다왔나 싶어 좀 쉬면 빨리 가라 재촉. 쉴새없이 들끓는 파리와 쏘는 듯한 더위.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그 자연의 신비함과 위대함에 고개가 숙여졌다.

저녁 6시 앨리스스프링스 도착. 운좋게 도미토리 가격으로 트윈룸을 쓰게됐다. 방은 좀 지저분 하지만 둘만 있어서 참 편하다. 옷도 훌렁훌렁 벗고 짐 간수 안해도 되고. 근데 밥을 해 먹을라면 저 아래까지 내려가야 한다. 방이 좀 덥다.

  • Outback Pioneer Lodge (24$)
  • Kings Canyon Resort (33$)
  • 에어즈락 투어


Topic: australia-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