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y Me
호주 go Home
6 Feb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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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2.6 다시 Sideney

시드니. 마치 고향에 온 듯한 기분이다.

해변에서 내내 갤줄 모르던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처음 떠나오던 날처럼 새파랗다. 언니 선물을 사러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저녁이 되어 파라마타에 도착했다. 언니가 지민이와 전철역으로 pick-up을 나왔다. 집에 와보니 한국에서 외삼촌도 와계셨고, 외숙모, 작은언니 모두 모여 있었다. 빵아닌 저녁을 먹는게 얼마만인지. 언니랑 외숙모가 특별히 준비하신 ‘월남쌈’ 이라는걸 먹었는데 진자 많이 먹었다. 최후의 만찬.

저녁을 먹고 씻고 짐을 정리하는데도 집에 간다는 실감이 안난다. 내일 아침 일찍 나가야 하는데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을 것 같다. 꼭 다시 오겠다 맘먹은 것 부터가 돌아가서 얼마나 큰 후유증을 앓을지 보여주는 것 같다. 휴.

내집도 아닌데 이렇게 편한데 정말 우리집은 얼마나좋을까. 빨리 집에 가고 싶다.

99.2.7 일본에서 하룻밤

아침에 외삼촌이랑 형부가 공항까지 함께 와주셨다. 고마웠던 언니들과 외숙모께 인사를 하고 공항에 오는데 스쳐 지나치는 풍경이 하나같이 아쉽기만 하다.

간단하게 수속을 밟고 면세점을 구경하고 마지막이라며 맥도날드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비행기를 탔다. 또 들려오는 일본말. 비행기가 달리기 시작했다. 사뿐히 떠올라 어느새 하늘을 날고 있다. 집으로 간다는 생각보다 내 여행이 끝났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하다.

하루종일 버스를 타고 달려도 봤지만 창 밖 풍경이 없는 비행기는 유난히 지겹고 길게 느껴진다.

저녁 6시가 넘어 동경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줄을 잘못 서서 제일 꼴찌로 입국심사를 받았다.

셔틀버스를 타기위해 공항 밖으로 나왔는데 이런. 겨울이다. 아직 몸에 호주 대륙의 열기가 남았는지 반팔 셔츠를 입어도 별로 추운 줄을 모르겠다. 나리타 호텔은 공항에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오른쪽에 있는 건 호주랑 똑같은데 버스 냄새는 완전 한국냄새다. 멀미가 난다. 겨울이라 그런지 거리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맨날 백패커에서만 자다가 호텔이라니. 체크인을 하고 방을 찾아 왔는데 참 깨끗하고 좋았다. 침대도 위 아래가 아닌 나란히 두 개에, 빛나는 욕실, 머리맡의 스탠드, TV, 테이블, 냉장고, 넓은창. 호강이다. 지금도 낡은 이층침대에서 잠든 젊은 여행자들이 있겠지.

맨날 서서 하는 샤워가 불만이었는데 오랜만에 뜨거운 물에 몸을 담궜다. 그리고 나와서는 준비된 까운을 입었는데 현숙영이 진짜 일본인 나까무라상 같다고. 둘이 함께 나까무라까운을 입고 한참을 실컷 웃고 떠들었다.

99.2.8 집으로 집으로

5시반. 저절로 눈이 떠졌다.

세수를 하고 어제밤 어질러 놓은 방을 대강 정리 하고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간단한 뷔페였는데 아마 아침부터 그렇게 오랫동안 앉아서 많이 먹은 사람은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셔틀을 타고 공항으로 간다. 밖을 내다보니 하루 아침에 바뀐 풍경이 낯설다. 문을 열고 나가면 뜨거운 햇살이 머리위로 내리 꽃힐 것 같은데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두꺼운 옷을 입었고 말을 할 때 입김이 훅훅난다. 가지만 삐죽한 나무들과 머리카락이 검은 동양인들. 집에 다와가고 있음을 느낀다.

서울까지 1시간이 남았다. 산에 덮인 눈을 보니 한국에는 눈이 얼마나 왔을지, 얼마나 추웠을지 궁금해진다.

공항에 도착을 했다. 짐찾는데 바로 뒤쪽이 로비로 통하는 출입문이라 문이 열릴 때마다 밖에 있는 사람이 보였다. 현숙영은 어떻게 나타나야 할까 걱정을 하며 밖에서 안보이게 주의하라고.

짐을 다 찾아서 나갔는데 뻘쭘. 그 순간 언니가 저기서 뛰어온다. 히히. 형부까지 온식구가 다 왔다. 왜이렇게 씨꺼매졌냐고 난리. 어쨋든 집에 오니까 좋다.

-THE END-



Topic: australia-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