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2.4 Surfers Paradise Day 1
서퍼스파라다이스의 첫째날.
하루종일 날씨가 얼마나 변덕이 심했는지 해가 쨍하다가도 장대같은 비가 내리고 또 금새 개고. 하루종일 비 맞고 말리고 비맞고 말리고. 오기전에는 바닷가에서 수영도 하고 파도도 타고 모래밭에서 잠도 자고 .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왔는데 그 기다란 해변에 아무도 없다.
바다에서 하려고 그냥 내려왔던 번지. 숙소에 오자마자 예약을 하고나서 좀 일찍 갔는데 우리가 상상하던 번지가 너무나 썰렁해서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아마 그런데서 떨어지면 죽으러 뛰어내리는 것 같으리라. 한참을 망설이다 이런데서 하느니 차라리 안하는 게 낫겠다 결정, 숙소에 돌아와 점프를 못하겠으니 Deposit을 돌려달라고 했다. 생각외로 순순히 내주는 종업원. 이따가 시내 나가서 ‘번지로켓’이랑 ‘플라이코스터’나 타자.
흐린 날씨였지만 바다를 구경하고 시내 구경을 하다 저멀리서 누군가 뛰어내리는걸 보았다. 앗! 번지다. 책에 없던 얘긴데. 현숙영은 다짜고짜 뛰어내리겠다며 단숨에 달려갔다.
그곳에는 번지점프 말고도, 엎드려 그네타는 것 같은 ‘플라이코스터’, 사람이 들어있는 둥근 바구니를 하늘로 쏘아 올리는 ‘번지로켓’등이 더 있었다.
사람들이 하는 것을 구경하다가 현숙영이 먼저 하겠다고 나섰다. 몸무게를 재고 무게에 맞는 고무줄(?)을 다리에 묶는다. 케언즈에 있는 번지점프는 허리까지 묶는다고 하던데 달랑 발목만 묶으니 불안하다.나는 아래서 가슴이 두근두근. 같이온 현숙영이 죽으면 어떡하나. 화면으로 저 위의 상황이 생중계된다.
크레인이 올라가고 좀있다 카메라를 한번 보고 인사를 하더니, “번지이이-” 대신 “꺄아아아악-” 소리와 함께 뛰어내린다. 나는 그 비명이 환호성이겠거니 했는데 환호성 치고는 좀 길다. 좀처럼 그치지를 않는다. 이건 비명인 것 같다.
한번 튕기고 두 번 튕기고 세 번,네 번.
매달려 있는 내내 소리가 그칠줄을 모른다.나중에는 “Help me!” 까지 나온다. 거의 끝에는 기절한 듯하다..
나는 걱정이 되었지만 흘러내린 옷을 잡는걸 보니 살아는 있는 듯 하다. 휴.. 아래서 손을 잡아준 아저씨에게 땡큐를 연발하며 내려온 현숙영의 얼굴이 상태가 심하다.
아저씨가 녹화테잎이 끊어졌다고 장난을 치는 바람에 한번더 기겁을 하고. 비디오 테잎과, 번지를 했다는 증명서, 다리에 묶었던 번지코드를 기념으로 받았다.
현숙영이 하지 말라고 난리였고, 나도 겁이 좀 났지만 안하면 분명히 나중에 후회할 게 뻔하므로 하기로 했다. 똑같이 다리를 묶고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는데 덜덜덜.. 아저씨가 내려다 보지 말 것이며 빨리 뛰어내리라고 주의를 줬다. 마지막으로 묶은 끈을 한번 더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왔다. 문을 열고 나를 밖으로 내보낸후 아저씨가 문을 닫아 버린다. 잡을게 아무것도 없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으..괜히 올라왔다. 덜덜 떨며 서있는데 아저씨가 내 오른팔 잡고 번지 자세로 올린다. 나머지 한팔도 올리고 나니 이건 꼼짝없이 뛰어내려야 하는 상황.
3! 2! 1! 번지이이이- …
더 이상 설명할수 없음. 그러나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해볼 만하다는 거.
번지 때문에 차량을 놓치고 걷기 시작했다. 각자 그 순간의 느낌을 토하느라 정신이 없다가 나중에는 너무 많이 걸어서 지쳤다. 비까지 온다. 젠장. 어쨋든 숙소에 도착을 해서 사온 과일을 벌려놓고 먹었다. 내가 씻으러 간 사이 현숙영은 룸메이트 ‘유끼’에게 오늘 한 번지를 얘기 했나보다. 외국인이 들으면 웃을 영어로 얘기를 하고 있다. 아. 지구는하나.
오늘이 이런 숙소에서 자는 마지막 날이다. 현숙영도 자고 ‘유끼’도 잔다. 나만 자면 되는상황. 내일이 마지막 날이다. 내일은 테마월드에 가려고 하는데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우리나라에 없는 무비월드에 가기로 했다. 일찍 갔다 일찍 와야하기 때문에 아침일찍 움직여야 할 것 같다.
99.2.5 Surfers Pradise Day2
무비월드. 시내에 돌아다닐 때 자기네 가게에서 예약을 하면 입장료가 할인 된다는 데가 많았는데 버스에서 표를 사면 왕복버스비가 꽁짜라길래 버스에서 입장권을 샀다. 한 친절한 아저씨가 가는 버스를 가르쳐 주고, 기사아저씨한테 설명까지 해주어서 별로 힘들지 않게 무비월드까지 갔다.
서양인들은 거의 없고 머리까만 동양인들. 특히 중국인들이 무지많다. 중국에 온 기분이다.
너무 많이 기대했나보다. 영화 관련 테마월드가 없는 우리나라와 비교하기는 뭐하지만 나의 흥분정도는 우리나라 드림랜드 수준이었다. 그나마 기대했던 몇 개의 영화 셋트도 별로였고. ‘리셀웹폰’이라는 놀이기구가 있는데 그건 쫌 재밌었다. 재밌는점 하나는 어떤 놀이기구를 하나 타도 그냥 태워주는 경우가 없다는거. 그것과 관련된 짧은 필름을 보여준다거나 주인공이 직접 나와 영화의 한 상황을 만든다거나. 아이들이 무지좋아할 만한 ‘꺼리’를 만든다. 상점들을 구경하고. 가끔 돌아다니는 ‘엘비스프레슬리’, ‘캣츠우먼’, ‘배트맨’, ‘슈퍼맨’같은 영화주인공들이랑 사진찍는맛. . 재미가 없었어도 4시까지 꽉채워서 구경을 하고 나왔다.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고 백패커에 맡겨놓은 배낭을 찾아서 시내로 나오는 pick-up 차량을 타고 나왔다. 오늘은 마침 해변거리에 Night Market이 열리는 날이란다. 그래 죽 구경을 하는데 지난번 케언즈 Night Mrket 처럼 한국인 장사치들이 꽤 있다. 이것저것 신기한 물건들을 구경하고 터미널에 와서 마지막 이동을 위한 준비.
드디어 시드니로 가는구나..
- British Arm’s YHA (16$) -번지점프
Topic: australia-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