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스파이스 크리스마스 테러 콘서트 (2001.12.24 트라이포트홀)
델리와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난번 다짐대로 이번엔 스탠딩으로 예매를 해야지. 이번엔 7시 11시 두 번의 공연을 두고 고민했다. 무엇이 더 화끈한 콘서트가 될 것인가. 집에 올 걱정이 되긴 했지만 왠지 7시 공연은 11시 공연만 하지 않을꺼야.. 하는 웃기지도 않은 예측으로 외박을 감수하고 11시 공연을 예매했다. 이번에는 노래들을 빠짐없이 따라불러야 한다고 지겹도록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크리스마스날이 오기만을 눈빠지게 기다렸다. 이제는 약간 매니아 냄새가 나지 않는가? 후후
크리스마스 이브에 종로에서 저녁을 먹고 을지로에 있는 트라이포트홀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오웃. 줄이 삼만리. 우린 건물을 돌아 골목 안쪽까지 늘어선 줄의 거의 끝자락이었고 종이비행기 만들라고 나눠준 종이도 뒤쪽까지 순서가 오지 않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금방 입장이 시작되었고 입장중에 마지막이라고 야광봉 세개를 두 개값에 샀다. 히히~ 그리고 들어가면서 길가옆 가게에서 생수도 두병 준비했다.
앗? 스탠딩 전용 공연장인가?? 2층엔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고, 1층엔 넓은 홀과 화장실. 짐 보관소 등이 마련되어 있었다. 옷과 가방을 압축해 보관소에 맡기고 나니 준비완료. ^^ 어차피 늦은데다 놀러 온 것이니 스탠딩무더기의 제일 뒤편에서 널찍하게 놀기로 하고 제일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사우스파크 만화 오프닝에 이은 캐롤들과 멤버들의 개인기(?). 개스트 불독맨션의 춘천가는기차. 그에 이은 김현철의 등장. 이어지는 캐롤. 종이비행기를 날리면서 클라이막스를 이루고. 이때 난 미치고.
뻣뻣하기 짝이 없는 몸뚱이를 휘둘러가며.. –; 그들을 봐야할땐 깨끔발을 해가며 쩜프쩜프. 마치 지난번의 한을 풀 듯이 생수 두 병을 혼자 다마시고 새벽까지 그렇게 뛴 나는 목도 쉬고 다리에 영광스런 알까지 얻었다.
정확히 2시간 후에 공연은 끝이 났다. 행운권에 당첨이 되었다면 델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만찬을 즐길 수 있었을터인디.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어느정도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 공연 포스터를 떼러 나가서 입구 계단에 붙여진 몇장 남지 않은 포스터를 떼고 있는데 나가던 한 여자가 말을 걸었다. “저기여.. 저도 포스터 한 장만 떼어가면 안될까요?..” 그것도 너무나도 애처롭게 손가락 하나를 펴보이며. 내가 스텝인줄 알았는지.. 오홋~.. 어느새 난 나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다른 포스터들을 가르키는 제스춰로 마치 맘껏 떼가라는 시늉을. ^^;
이 공연은 날 완전히 샴켜 버렸다. 나보고 왜 콘서트에서 관광버스 춤을 추느냐 물어도 할 수 없다. 난 앞으로도 델리의 콘서트에서 그렇게 관광버스춤을 출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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