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y Me
일본 #1 출국, 오사카, 고베
24 Feb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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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비행기 시간. 13:40이다. 집을 나와 공항으로 가기전 일본가서 먹을 양식을 준비하기 위해 슈퍼로. 좀 주접스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침에 먹을 빵 3일치와 컵라면 두 개, 카프리썬 두 개, 심심풀이로 먹을 천하장사 쏘시지, 徐가좋아하는 쿠크다스와 내가 좋아하는 빠다코코넛, 휴지, 껌, 물. 이리하여 8,290원 첫지출.

출국

김포공항에 가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리무진을 탔는데(1인당 6,000원) 차가 너무 잘 달리는 바람에 딱 2시간 전에 도착을 했다.

일단 JAS 항공 데스크를 찾아가 비행기 표와 보딩패스를 교환하고 부칠 짐이 없어 간단히 수속이 끝났다. 일본 항공이지만 근무하는 직원들은 한국인들이다. 당근 한국말 통한다.

창가자리를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창가자리를 받고. 어슬렁 어슬렁 공항 상점들을 구경하다가 공항이용권 구입 (25,000원)

출입구 줄이 길면 입국 심사도 오래 걸린다. 옆쪽 줄이 없는 출입구로 가서 몇분 기다리지 않고 입국 심사를 받았다. 내가 일부러 일본 비자 페이지에 입국신고서를 껴서 냈는데 아자씨가 맨 앞장에다가 도장을 찍어줘서 잠시 승질이 났다.

면세점 등을 구경하다보니 어느덧 출발 시간. JD230. 이번엔 JAS 항공의 비행기를 이용케 되었다. 승무원들을 당연히 일본인들.

같이 머리가 까마니깐 다짜고짜 일본말이다. 그래봤자 기내식줄 때 뿐이었지만. 하지만 그후에도 일본인들은 대체적으로 내가 일본인이 아님을 알고도 계속 멋대로 일본말로 지껄이는 양상을 보인다.

기내식. 쁘띠젤이 나왔다.

1시 40분. 비행기는 한국을 상공을 날아 오사카로 출발하고 있다. 날씨가 좋아서 일까? 그동안 여러번의 비행을(?) 해봤지만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서울풍경은 처음 본다. 지도에 나오는 것처럼 한강이 서울을 가로지르고 있었고 오웃 잠실경기장, 남산.. 다보인다.

오사카 도착

1시간 반정도를 날아 간사이 공항에 도착. 실은 자다 눈을 떠보니 비행기가 착륙하고 있었다.

아리가또를 열심히 외치고 있는 승무원들을 지나 비행기에서 나와 자연스런 사람들의 흐름에 따라 모노레일을 탔다.

지난번 동경 나리따 공항에 갔을 때도 이런 것을 탔던 기억이 나는걸 보면 일본사람들 걷기 무쟈게 싫어하는게 아닐까? 이번에도 뭘하느라 입국심사의 꼴찌줄에 서게됐다. 거의 끝자락에 공항을 나오게 되고..

입국심사를 마치고 오사카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 information center 에 가서 한국말로 된 공항 안내도를 한 장 얻어왔따. 자 이제 시작이다.

공항에서 오사카까지

예약해놓은 숙소로 가기 위해선 신이마미야(新今宮:Shin-imamiya)까지 가야했고 이를 위해서 난카이본선(南海本線:Nankai Main Line)을 타야했다. 한문도 일어도 할 줄 몰라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모든 표지판은 영어로도 표기되어 있다.

간사이 공항에서 신이마미야까지의 요금은 890엔. 여행기에서 읽었기 때문에 별 망설임 없이 890엔짜리 표를 끊었다.

간사이공항에서 신이마미야까지 가는 난카이 열차표 (890円)

그러면서 난 생각한다. 내가 고스란히 가져간 이 여행기처럼 똑같이 3박4일을 보내게 되는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늘이 아신걸까. 담날 고맙게도(?) 이 소중한 여행기가 훌렁 날아가 버린다.

계단을 내려오면 너무나도 익숙한 지하철역 풍경이 펼쳐지고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잘 살펴 난카이로 보이는 열차를 잡아탔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열차와 열차사이가 유리로 되어있어 앞뒤 열차의 내부가 훤히 보인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종실 조차도 훤히 들여다 보인다는 것.

우리나라의 1호선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의 풍경이 40여분 정도 지나고 신이마미야 역에 도착. 출구를 못찾아 한참을 헤매이다 구석탱이에 있는, 아무리 봐도 화물용으로 추정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밖으로 나오니 바로 왼쪽에 그유명한 선플라자 호텔이 붙어있었고 생각보다 큰 규모에 내심 놀라고 그 앞에 늘어선 자판기를 보고 더 놀랐다..

일본은 자판기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자판기 천국이다. 지하철 및 모든 열차표는 자판기에서 구입해야 하며 하물며 10000엔짜리 지폐도 들어간다. 열차표 자판기뿐만이 아니라 길거리에는 수십가지의 음료수 자판기를 비롯하여, 우유자판기, 맥주자판기, 관광지 입장권 자판기,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왠만해선 보기 힘든 담배자판기까지.. 하물며 영세한 역전 포장마차같은 식당의 식권도 자판기다. 동전이 무지하게 많이 생기고 또 많이 필요하기도.

숙소 찾기

역앞은 생각보다 많이 지저분하다. 노숙자 같은 사람들도 많고 분위기가 어두침침 하다. 오늘 저녁에 고베의 야경을 보기 위해선 서둘러야 한다. 가지고온 지도에 의하면 신이마미야역에서 건널목을 두 개 건너 쭉가다가 골목에 있는데 그 일대를 아무리 돌아도 그놈의 호텔이 보이질 않은 것이다. 다리밑에 집합한 백명이 족히 넘을 노숙자들을 지나는 내 다리는 떨리고 있었다. 왜 바람은 그렇게 부는건지. 그들을 제외하곤 길을 물을 사람도 없었다.

이쯤일 듯 싶은 골목에 들어가 오토바이를 세우고 있는 한 여자가 있어 잽싸게 가서 처음 말을 건다. " 익스큐스미…. " “두유노…. 왜얼이즈 라이.. 라이잔? 호텔??” 이 여자는 못알아 듯는듯 싶었지만 쌩글거리며 어떤말이든 더 해보라는 표정이다. 그려온 한자로 된 호텔 이름을 보여주면 당연히 알겠지 했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며 일본말에 간혹 영어를 섞어가며 뭐라뭐라 지낀다. 이때부터 우리는 여기엔 쓸 수 없는 몸의 언어로 이야기했다.

듣자하니 주소가 뭐냐고 하는거 같은데? 난 주소는 모른다 전화번호는 아냐? 적어간 전화번호를 보여주니 이름이 뭐냐? 예약은 했냐?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어 “쓰미마셍~” 주소를 물어보는거 같더니 수첩에 주소를 적어준다. 이럴때면 왜 항상 더욱 더 불쌍하게 연출되는건지. 바람은 날아갈듯 불어대고. 큰길에 나가서 택시를 타란다. 택시.. 내가 택시 탈거면 여기까지 걸어 왔겠니? 어쨋든 땡큐베리머치를 수도 없이 외치고 일단 큰길로 나와 다시한번 역에서부터 시작해보자.

한 바퀴를 더 크게 돌았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시간은 어느덧. 길거리에서 헤맬 것이냐. 아니면 눈에 보이는 선플라자로 갈 것이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선프라자로 가니 소문대로 앞에는 파란색 슬리퍼가 놓여져 있었고 그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는 사이 아자씨가 다짜고짜 “쓰레빠! 쓰레빠!!“를 외치며 슬리퍼를 신고 들어올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방이 있냐? 있다. 손가락으로 요금표를 가르키는데 2900円짜리 방이 있다고 하는 것 같다. 선플라자의 트윈룸이 2900円 이라고 알고 있었고 나는 그 가격이 일인당 가격인줄 알았다. 알고보니 둘이서 2900円이라고?? 오호~ 혹시 몰라 만엔짜리를 내니 7100円을 거슬러 주고 1000円은 key deposit 이라며 가져간다.

돈을 번 듯한 기분좋은 느낌으로 한국말로 된 설명서 한 장과 키를 받아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직은 듣던 것보단 괜찮은데..? 9층에 내려 걱정스런 맘으로 방문을 연다. 다다미방에 1인용 이불이 양쪽에 두 개 깔려있고 장 하나와 개수대 하나. 참 알뜰하게도 잘 들여놨다.
오사카에서 싸고 저렴하기로 소문난 썬프라자 호텔. 건물도 꽤 크고 이름도 호텔이지만 호텔 수준은 아니다.

썬프라자 트윈룸 방내부. 열심히 돈을 챙기고 있는 徐.

공용 화장실. 변소라고 씌여있다


선프라자 호텔 복도. 양옆으로 쫙 늘어진 방

호텔 입구. 자판기 회사 같다

지하철

오늘은 고베로 가야한다. 고베의 야경을 보기 위해.. 1층에 내려와 카운터에 가서 지도를 한 장 달라고 하니 왼쪽을 가르키며 또 일본말로 뭐라고 뭐라고.. 나가면 있다는 소린가? 지하철에 가면 있다는 소리같다.

선플라자 근처에 동물원앞이라는 지하철 역이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아는 사실. 아자씨가 왼쪽을 가르켰으니 왼쪽으로 가자.

가다보니 싼 숙소들이 줄을 섰다. 선플라자와 비슷한 규모의 지팡이라는 호텔도 보인다. 헉. 이게 왠일인가. 아까 그렇게 찾던 그 호텔이 길 건너편에 우뚝 서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 일대의 구조가 아까 헤메이던 거기랑 비스무리 한것이 멀리서 보니 무지하게 커보이고 깨끗한 고급스런 분위기가 난다. 아.. 아깝다..

억울해 하며 모야모야하고 있는데 JR신이마미야(jr新今宮) 역도 보이고 옆에 보니 부쯔엔마에(動物園前:dobutsuen-mae)이라는 지하철 역이 보이고.. 어쨌든 억울하긴 하지만 시간이 늦어 발걸음을 재촉한다.

한큐센 타는 길에 있는 표지판. 한큐삼번가라는 한글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타보는 지하철. 노선도를 읽을줄 몰라 표를 끊는데 한참 걸리긴 했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익숙하기 때문에 전철을 타는 것은 문제가 없다. 고베로 가기 위해선 지하철 빨간색 미도스지선(midosuji line)을 타고 우메다(umeda) 역까지 가서 그곳에서 다시 한큐센(hankyu kobe line)으로 갈아타고 산노미야(三ノ宮:sanno-miya) 역으로 가야한다.

이는 마치 지하철로 청량리에 가서 경춘선을 타고 대성리에 가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하여 지하철 표 따로, 한큐센 표를 따로 끊어야 한다. 모든 철도는 우리나라처럼 구간별로 요금이 다른데 자판기 위에 현재위치에서 목적지까지의 요금이 보기좋게 표시되어 있다.

동물원에서 우메다까지의 6정거장 지하철표 230円, 우메다에서 산노미야까지의 한큐센표 310円. 일본의 교통비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하두만.. 역시 그렇군.. 모든 역의 표지판은 영어로도 표기되어 있어 찾아가는데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한큐센은 시테쓰(私鐵:private railways)의 일종인데 나는 일본에서 hankyu kobe line(고베행) 과 hankyu kawaramachi line(교토행) 을 이용했다. 이놈의 특징은 같은 목적지를 가는 것이라도 local, express, limited express 등의 여러 가지의 열차가 있다는 것. local은 비둘기호처럼 말그대로 온동네 역마다 다 서는 것이고 limited express 같은 경우는 몇정거장 서지 않고 직행으로 달린다. 당연히 빠르다. 요금은 똑같다. 플랫폼에서 취향대로 골라탄다.

고베

산노미야 역 근처가 더욱 볼거리가 많다고 하길래 고베역까지 가지 않고 산노미야역에서 내렸다. 우린 여행 책자가 없기 때문에 일단 information center부터 찾아 map부터 얻는다. (이후에도 map은 여행중 가장 절실한 것이 되어 버렸다) 밖으로 나오니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휘황찬란한 네온싸인과 번쩍거리는 불빛들. 이곳이 항구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무엇을 봐야할지 그저 야경을 보기 위해 온곳인데.

뭉텅한 목표를 가지고 온곳이라 마음만 급하고 지도를 봐도 잘 모르겠고. 일단 야경을 보러 왔으니 높은데 올라가야 할텐데. 조사한 바에 따르면 city hall(시청)에서 무료 관람대를 마련해놓고 있다길래 일단 먼저 city hall을 찾아가기로 한다.

지도에 나온데로 열심히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항구쪽으로 걷다보니 높은건물 여러개를 지나고 어느덧 거의 끝자락에 와있는 것 같다. 이쒸.. 시청이 어디야.. 하는순간 저 멀리 사진에서 본 듯한 조형물이 불을 밝히고 서있다.

그놈의 이름은 포트타워. 됐어. 멀리는 못가더라도 저기라도 올라가서 야경을 보자. 열심히 걸었다. 세상에 어쩜 사람이 그렇게 없을 수 있는건지.. 무서운 느낌이 들 정도로 그넓은 거리엔 우리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욱 더 열심히 걷는다. 지나가는 틈틈이 지도를 보니 어느덧 공원 가까이 와있는 듯 싶고 박물관도 보인다. 어휴 야경보기가 이렇게 힘든가.

무서운 도로를 등지고 공원에 접어드니 배도 몇척 떠있고 공원의 야경이 멋지긴 한데 여전히 사람은 없다. 바람이 세게분다. 한국이었다면 커피자판기에서 커피라도 한잔 뽑아마실 것을.. 그 흔한 커피자판기가 왜 없단 말이냐!!

포트타워와 해양박물관의 어설픈(?) 조화

파란색 불을 총총히 밝인 호텔도 너무나 아름답고 우아하게 서있었고, 불을 밝혀놓은 박물관 구조물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기에 충분한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해양 박물관은 들어갈 생각도 없었지만 늦은 시간이라 문이 닫혀있었다. 우리는 그놈의 야경을 보겠다고 포트타워로 달려갔으나 앗! 여기도 문이 닫겨있는 것이다.!! 알고간 것과 달리 오후 6시까지밖에 문을 열지 않는 이상한 타워인 것이다.

너무나 아쉽지만 고베의 야경은 이것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돈 굳었다고 위로를 하면서 추운 바람을 피하고자 유람선 wating place로 들어가 또다시 지도를 펴고 돌아가는 길을 연구한다.

왔던 길을 또 가느냐? 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었지만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그곳에서 산노미야 역까지 호기심을 자극할 avenue가 조성되어 있었다. 시간도 늦고 힘들겠지만 우리는 그곳으로 다시 걸어가기로 한다.

숙소로

길을 건너 골목사이를 조금 걸으니 우리나라에선 한번도 본적이 없으나 어느나라에나 있는 것 같은 몰이 나타났다. 건물과 건물사이를 잇는 허공에 지붕이 있는 거리. 끝이 보이지 않을정도의 거리에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지만 시간이 늦어서 이미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 거리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지나던 길에 말로만 듣던 100엔샵에 들어가 군 것질거리와 메모를 할 수첩을 하나샀다. 올 때는 그렇게 멀던 거리가 띠엄띠엄 문을 연 상점들을 기웃거리면서 오다보니 금새 산노미야 역이다. 다시 산노미야에서 우메다행 한큐센을 타고 오늘 일정을 정리한다. (310円) 우메다에서 다시 도부쓰엔마에행 지하철. 이제는 지하철 타는 것도 조금은 익숙. 내일 갈 교토에 대한 정보를 읽다보니 금방 내릴 때다.

숙소로 돌아왔다. 앗 그러고 보니 저녁을 안먹었다. 올 때부터 밥을 해먹을 생각은 없었지만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컵라면을 하나씩 사가지고 왔다. 1층 카운터에 가서 가스코인을 달라고 하니 아자씨가 또 인상을 쓰며 뭐라뭐라 난리다. 지금 안판다는 소리같은데. 내말은 들으려 하지도 않고 혼자 일본말로 지껄이고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재수가 없군.

내일 당장 짐을싸서 나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라면 먹기를 포기. 씻긴 씻어야 하는데 귀찮아서 세수만 하고 자기로. 가스렌지 있는곳에 세면장이라고 있는데 찬물밖에 안나온다. 띠빌.. 그 물에 세수를 하고 나니 잠이 확 달아나고.

내일을 위해 자야하지 않겠는가. 알람용으로 쓸 삐삐를 가져갔다. 삐삐에 알람 맞추기 위해 팜PDA에 있던 건전지를 잠시 실례.. 하는 두고두고 후회할 만행을 저지른다.



Topic: japan-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