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 날아가다
어제밤에 맞춰놓고 잔 삐삐알람 덕분에 계획된 시간에 일어났다. 고마워 삐삐. 세면장까지 가기가 귀찮아서 그냥 방안에 있는 개수대에서 고양이 세수를 했다. 얼렁 짐을 싸가지고 나가야지.
예정대로라면 오늘 9시엔 교토에 가 있어야 하는데. 서둘러 짐을 정리하면서 어제 잠시 빌린 팜의 건전지를 다시 원위치 시키는 순간, 오마이갓. 하드리셋. 우리의 여행의 모든 정보가 들어있는 팜이 하드리셋 되어버렸다. 말하자면 컴퓨터의 하드가 포멧이 되었다는 소리다.
너무나 당황시러 재차 확인을 해보았지만 소용없다. 이제 일본에 버려진 고아 신세가 되버렸다. 책도 한장 없이 가진것이라곤 오사카 지하철 노선도 한장뿐.
다행히도 어제밤에 오늘 교토가는것 까지는 노선도를 보면서 기억해 놨기 때문에 교토까지는 일단 어떻게든 가보기로 한다. 어흑.
숙소 옮김
한군데서 자는것도 편하고 좋지만 이왕이면 다른 분위기의 숙소에 묵어보는것도 좋을것 같아 숙소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제 짐을 어디에 맡기느냐가 문젠데. 어제부터 계속 나만보면 짜증을 내는 할아버지에게 짐을 맡길 마음이 영 생기질 않아 일단 raizan hotel로 가서 짐을 떠맡기든 어쩌든 해보기로 하고 짐을 질질 끌고 그곳으로 향했다. 카운터로 나와 매우 간단한 check out 절차를 마치고(key deposit을 돌려받는 행위) 햇살이 부서지는 일본의 아침거리를 나선다.
아침 풍경
raizan 호텔. 원래 오기로 했던 곳에 왔다. 문앞에는 2100円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쓰여져 있었다. 카운터에는 스포츠머리를 한 아주머니 한분과 중국영화에서 많이 본것같은 인상의 아자씨, 그리고 할아버지 한분. 세명이 있었다. 들어가서 방이 있느냐 했더니 아침부터 예상치 못했던 외국인의 등장에 굉장히 당황한 눈치다.
raizan 호텔.
벌떡 일어나서 불쑥 키를 하나 내준다. 얼마냐 지금 들어가도 되느냐등을 물어보고 4200円을 내고 들어가려고 하니 우릴 붙잡는다. 뭔가 문제가 있는듯 셋이 뭐라뭐라 난리가 났다. 나는 일어를 못한다 아무리 말해도 계속 일어로만 지끼고.
돈을 더 내란 소리같은데? 답답해서 “우린 오늘 하루밤을 묵겠다 그래서 4200円이 맞지 않느냐” 설명을 하여도 영어를 못알아 듣는건지 내 영어에 문제가 있는건지 굉장히 답답한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서로간의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재밌다는듯 웃기도 하신다. 훗.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하다하다 안되겠는지 종이에다 뭔가 숫자를 쓰고 뭐라뭐라고 한다. 이사람들이 뭔소릴 하는진 모르겠지만 나도 종이에 오늘 날짜와 내일 날짜를 쓰고 그 가운데를 까맣게 칠하면서 “원나잇” 이라고 하니 그제서야 셋이서 “아~~~” 하면서 웃고 박수치고 난리다. 알았다고 올라가라고. 나쁜 뜻이 있었던것 같지는 않은데 아직도 그 곳에서 그사람들이 무슨 얘길 하려고 했는지는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이다.
우여곡절끝에 새로운 보금자리로 올라왔다. 717호. 방문 열쇠부터가 선플라자와는 다르다. 기대반 걱정반으로 방문을 열어보니 아. 깨끗하다.
호텔수준은 아니지만 비슷하려고 많이 흉내낸 흔적이 보이는.. 다다미 대신 나무바닥에 싱글침대 두대가 나란히 놓여있고 가운데 조그만 탁자. 그리고 방 구석에 냉장고(냉장고안엔 아무것도 없다- 이것이 우리나라 여관과 다른점) 그위에 tv. 바구니에 놓여진 수건과 유카타(浴衣) . 벽에 달린 선반엔 헤어드라이기까지. 매우 맘에 드는 깔끔함이었다. 이제야 보금자리를 찾은 것 마냥 바닥에 온갖 짐들을 다 꺼내놓고 우리의 일용할 식량을 탁자위에 고이 모셔두고 이제 정말 교토갈 가벼운 준비를 하여 호텔을 나선다.
교토로
숙소를 옮기고 나니 숙소에서 한 2분정도의 거리로 동물원역이 더 가까워졌다. 오사카에서 교토로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는 방법으로 가는 수 밖에. 예정대로라면 9시 에 교토에 있어야 했는데 약 한시간 정도가 지체되었다. 서둘러 지하철역으로..
어제처럼 우메다로 가서 한큐센 타는 곳으로 와서 가와라마치(kawaramachi)로 가는 놈을 잡아 탔다. 별 생각없이 탔는데 이놈이 local 일줄이야.. 온동네 정류장마다 다 서는 바람에 더욱더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다.
중간에 내려서 어느새 쫓아온 다른선로에 있는 limited express를 잡아탔다. 이제 교토에 가서 어떻게 돌아다닐 것인가를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가와라마치.
우리는 교토의 모든 관광명소를 돌아 볼 수 있는 교통수단 버스를 맘대로 이용할수 있는 버스 oneday pass를 사야 한다.
출구쪽으로 나오다 보니 가판 같은것을 벌여놓고 역무원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oneday pass를 비롯한 여러가지 것들을 팔고 있었다. 500円을 내니 패스 한장과 일본어로 된 커다란 버스노선도를 준다. (팜을 날린 이후로 이제 어딜 가든 구걸하듯 “맵플리즈"를 외치고 다녀야 했다) 이제 이것이 오늘 하루 우리를 교토에서 이끌어줄 유일한 구세주이다.
금각사(金閣寺:kinkakuji-temple)
노선지도를 받기 전까진 가와라마치 역 앞 7번 승강장에서 205번을 타는것 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교토에 대한 모든것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므로 일단 금각사로 가기로 한다. 그러고 보니 일본와서 처음 타는 버스.
버스 정류장에는 버스 시간표와 노선도가 그려져 있었고 비교적 정확히 온다는 버스를 기다려 보기로 한다.
버스를 한번 타는데 요금은 220円. 그렇기 떄문에 500円짜리 버스패스는 매우 실용적이라고 볼 수 있다. 교토 버스의 가장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완 반대로 뒤로 타고 앞으로 내린다는 점이다. 일단 잡아타고 내릴때 돈없다 배째라 나온다면??
요금은 내릴때 앞쪽에 가서 현금으로 내거나 기계에 패스를 통과시키면 자동 정산이 된다. 버스 정류장 안내방송이 일본어와 영어로 나오고 앞쪽 전광판에 일본어로 보여준다. 패스 구입시 함께 주는 버스 노선도를 잘 보면 왠만한 관광명소 찾아가는것은 어렵지 않다. 또 한가지 인상깊었던 것은 운전기사의 배려이다. 버스 문이 열릴때까지 자리에 앉아 있다가 내리는 사람들의 느긋함.
일단 타고나서 지도를 펼쳐 드니 지도의 위쪽 왼편에 금각사가 위치해 있다. 그렇담 반바퀴 이상을 도는셈.. 지도가 온통 일어로 되어 있어 보기조차 힘이 들다. 에잇.
전광판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가 금각사에 내렸다. 내리고 나니 더욱 막막하기만 하고..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던 여자에게 긴카쿠치가 어딨는지 물어보니 손으로 가르키려다가 일어나서 안내를 해준다. 조금 따라가다 보니 길 건너편에 금각사라는 안내표시가 보인다. 땡큐를 외치고 길을 건너 입구로 갔다.
입장권이 깬다.왠 부적.
입장료는 400円. 입구에 한글로 된 설명서가 마련되어 있다. 내부로 들어가니 일본인 관광객들이 대부분인듯 했다. 특히나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많았다.
절의 내부는 생각보다 작고 아담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고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어차피 어딜 가야할지도 막막하고.. 많은 곳을 가기보단 하나라도 제대로 보자는 합의하에 정말로 산책하듯 여유있게 걷는다.
뭔가 어색한 듯한 금칠을 한 금각사 앞에서 사진을 한장 찍고.. 順路를 따라 찬찬히 걷다가 자판기가많은 곳에 자리를 잡고 콜라 한잔을 뽑아 들고 다음 목적지를 물색한다. 버스 노선도를 보니 금각사 바로 옆에 류안지(龍安寺:ryoanji-temple)가 있다. 자연스레 다음 목표는 류안지로 정해진다.
류안지(龍安寺:ryoanji-temple)
59번 버스를 타면 될것 같긴 한데 어디서 타야하는지 몰라 출구를 나와 앞에서 안내를 하는 아자씨한테 물어보니 한국말을 섞어가며 저쪽에서 59번을 타고 가면 된단다 이십분 이십분 하는데 그건 뭔소린지 잘 모르겠고, 정류장에 가서 보니 조금 아까 버스가 떠났고 20분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아자씨가 말한 20분이 20분 기다린단 소리 인가??
시간도 남고하여 집에 전화를 하기로 한다. 전화기에도 온통 일본어. 영어로 help가 있긴 한데.. 따라 해도 잘 되질 않는다.. 쩝.. 결국은 수신자부담 전화를 하기로. 인천공항 공항세 영수증 뒷면에 써있는 데이콤 국제전화 설명서에 있는 접속 번호(00539-822)로 전화를 거니 한국말 안내가 나온다.
이때 기다리던 버스가 오고 버스를 타고 5 분 정도 가니 류안지. 걸어도 20분이면 되겠는걸?? 버스에서 내려 입구가 어딘지 몰라서 주차장으로 가는등 한참을 헤메이다 힘들게 들어간다..
역시나 입구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대부분.. 입장료 500엔을 내고 들어가니 더욱더 조용하고 사람도 없다. 역시나 順路를 따라 가다보면 이곳의 대부분을 볼 수 있는듯 하다.
별장같이 생긴 본당이 나오는데 슬리퍼를 바꿔신고 들어갈수 있다. 본당과 이어진 곳에 rockgarden 이란 곳이 있었는데 이것이 이곳의 대표적인 장소라는것. 너무나 정갈하게 하얀 작은 돌들 위에 여러개의 큰 돌들이 놓여져 있다. 누가 만들었는지 그 자체가 그림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하얀 돌은 바다를, 바위들은 떠있는 섬을 의미한다고. 떠 있는 섬은 모두 15개라고 하는데..
rockgarden에서 햇볕을 좀 쬐다 서둘러 나와 정원을 마저 돌면서 이게 뭐네 저게 뭐네 떠들고 있는데 “한국에서 오셨죠..?“하면서 한 여인이 말을 건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인데 열흘 일정으로 혼자 여행을 다니고 있단다. 혼자 다니는 모습이 외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부럽기도 하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가 내일 가게될 나라에 가는 방법에 대해 물어보자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덧붙여 여행 정보가 없어 막막하다 하소연을 하자 자기가 책을 도시별로 뜯어온게 두개가 있다면서 교토에 대한 책을 내주기까지 하였다.
서로 좋은 여행이 되라 인사하고 헤어지고 나니 드디어 교토에 대한 뭔가가 생겼으니 오늘의 계획을 세로이 짜야하지 않겠는가? 이때부터 또 다시 분주해 지기 시작한다.
이조성(nijo castle)
안내책자를 들여다보고 가장 먼저 가기로 한곳이 이조성. 지도를 놓고 보니 이조성은 교토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었다. 아니 이놈의 교토는 동서남북으로도 절! 중심부까지 절! 온통 절뿐이던 말인가? (사실 절, 정원, 성, 사원등이 섞여있으나(?) 난 지붕이 기와로 된것은 다 절 같다. –; )
이제서야 애초에 금각사로 깊숙히 와버린것이 후회가 된다. 교토 동부나 중심부를 먼저 보고 차근차근 북부로 올라왔어야 했는데 말이다.. 어쨋든 다시 중심부로 가서 이조성을 보고 동부의 청수사. 교토역으로 와 시간이 되면 교토역 부근의 히가시 혼간지와 니시혼간지를 보기로 한다.
이조성으로 가기 위해 류안지에서 12번 버스를 타야 하는데 암만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여기 12번 버스가 왔으면 아까 금각사앞에서 12번 버스를 타고 왔겠지? 노선도에도 12번이란 놈이 59번과 함께 이쪽으로 오다가 중간에 끊기는 걸로 봐선 거기가 종착점인것 같다. 걷기로 한다. 한정거장 정도를 걸어가니 12번 버스 종점으로 보이는 곳이 있었고 길건너 맞은편에 버스정류장이 있었다. 이곳에서 12번을 타고 한번에 이조성으로 간다.
중심부라서 그런가 차선도 많고 차도 많다. 이조성은 입장권 끊는곳이 자판기로 되어있었다. 일인당 600엔. 지금까지 봤던 곳에 비해선 스케일이 꽤 큰편이다.
이조성 니노마루궁전 입구
성의 중심인 니노마루궁전은 슬리퍼로 바꿔신고 들어가 관람을 하게 되어있다. 6개의 방이 계단 모양처럼 복도로 연결이 되어 있는데 이 방은 높이도 각각 다르고 계급에 따라 들어갈 수 있는 방이 제한 되어 있었다고 한다. 각각의 방에는 그림이 전시 되어 있거나 마네킹들로 재현이 되어있고 방을 쭉 돌아 복도를 타고 다시 밖으로 나오게 되어 있는 구조이다. 매우 희안한 구조이다.
성을 둘러싼 해자
높은성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을 거닐어 나오니 바지와 신발에 흙먼지가 뽀얗게 묻어 있다. 다리도 아프다. 다음 목적지는 청수사. 이름이 왠지 나를 부른다.
기요미즈데라(淸水寺:kiyomizu-dera)
청수사는 교토의 동부에 있고 이조성에서 한번에 가는 버스가 없어 가다가 갈아타야 한다. 12번을 타고 가다가 207번으로 갈아타기로 한다. 이렇게 버스를 기다리며 길거리에 뿌리는 시간이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진다.
노선도를 보니 五xx 가 더 큰 글씨로 쓰여져 있길래 거기서 내린다. 내리고 보니 또 막막.. 이정표엔 가다가 좌회전인데 어디로 좌회전을 해야할지 모르겠어 마냥 갔다. 너무 온듯 싶어 편의점에 들어가서 청수사가 어딘지 물어보니 못알아 듣는다. “기요미즈데라"라고 하니 그제서야 알아고 죽 올라가서 약국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된단다. 또 지나왔다. 암튼 모르면 물어봐야 할것을.
큰길가에서 골목에 들어서니 저 멀리 청수사로 추정되는 건물이(?) 보이고 그것을 향해 언덕길을 올라간다. 처음엔 왠 언덕길이냐 짜증이 났지만 걷다보니 교토에서 이곳보다 일본스러운 곳을 본적이 없는것 같다.
아이들이 뛰어 놀길래 주택가인줄 알았는데 기념품, 전통의상, 공예품 상점들이 띠엄띠엄 있었고 그것들을 구경하다보니 금새 청수사 입구에 다다라 있었다.
입구엔 뭔가 공사를 하고 있는듯한 건물이 있었고 그 옆쪽엔 청수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앗? 여긴 꽁짠가? 으히히~ 좋아라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는데 역시나 안쪽에 매표소가 있다. 입장료 300円. ㅋㅋ
근엄한 청수사 장관
지금까지 갔던 곳 중에서 사람이 가장 많다. 한걸은 한걸음 들어올때마다 낸 돈에 비해서 이놈이 보여주는 하나하나가 너무나 근사하다. 절벽에 세워진 본당과 수많은 계단.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교토시내.
해질녘의 청수사 전경
이 모든것들이 지는 석양에 빛을 발하고 있는것일까? 오늘의 마지막 여행지라 여유롭게 볼 수 있어서 일까? 좀처럼 떠나기 싫은 곳이다.
본당 아래쪽으로 가니 물을 받아마시는 작은 폭포가 있는데 세개의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고 아주 긴 국자같은 것으로 떨어지는 물을 받아먹는다. 청수사에 온사람들은 여기서 찍은 사진이 다 한장씩 있겠지??
기념품 가게로 보이는 곳으로 올라가보니 여자아이들이 기모노를 입고 총총걸음으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인가 하면서도 신기하여 사진을 한컷. ^^
노을질때의 교토시내. 일본 하면 여기 이곳에서의 느낌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청수사 관람이 아쉽게도 끝나고 나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오는 길과 다른 길을 택했다. 해질녘에 바라보는 교토 풍경은 오래 머리속에 남을 듯 했다. 아기자기한 기념품들과 여러가지 상점들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다 내려와 있었다.
교토역
그 중요한 순간에 왜 콜라와 햄버거가 먹고 싶은건지 마침 근처에 있던 맥도날드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셋트메뉴가 우리나라에 비해 비싸긴 하지만 시켜보니 감자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큰 것 같다.
데리야끼버거 셋트와 더블치즈 버거 셋트
이미 모든 관광지는 문을 닫은 시간이었고 숙소로 가는길 우메다에 들러 구경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교토역으로 바로 가기로 한다.교토역에 내려서 교토타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멀리서 보는게 훨씬 낫다) 100엔샵에 들어가 여행정보들을 모을 수 있는 수첩을 하나씩 샀다.
이제 한큐센을 타야 하는데 시떼쯔와 긴떼쯔를 착각하는 바람에 한참을 교토역에서 헤메이다가 지도를 보고서 뒤늦게야 가와라마치역이 두정거장 정도의 거리라는걸 알았다. 교토에서 지하철을 타고 카라수마에내려 한큐센을 타고 우메다로. 우메다에서 뭔가를 구경하려고 했으나 서점과 지하의 상점들만 둘러보다가 그냥 숙소로 가기로 한다.
숙소로
숙소로 돌아오니 배낭을 비롯하여 아침에 717호에 벌여두었던 짐들이 카운터에 내려와 있다. 아까 아침에 뭐라고 하던게 방을 바꿔준단 소리였나? 다시 930호 키를 받아 짐을 들고 올라오니 방구조는 약간 다르긴 하지만 마찬가지 크기의 트윈룸이다. 아까거 다있는데 헤어드라이어가 없네? 쩝.
그래도 어제보다 편하고 쾌적한 잠자리를 얻게된것 같아 마음이 더 편하다. 어제 먹지 못한 컵라면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어제 하지 못한 샤워를 하기 위해 세면도구들을 들고 1층으로 내려가니 아저씨가 쏜살같이 달려와 목욕탕의 문을 따준다.
공동목욕탕이라고 해서 어떻게 생겼는가 궁금했는데 안에는 대중목욕탕처럼 사물함이 있고 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샤워부스가 있으리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우리나라 대중목욕탕처럼 의자에 샤워기가 있고 몸을 담글수 있는 온탕에다 사우나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오우~ 조금 당황시럽긴 했지만 맘에 드는 시설이다.
콘돔자판기며 면도 거품이 있는걸로 봐선 남자도 들어온단 얘긴데? 일본의 혼탕문화를 생각하며 혹시나 사내가 들어올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 몸을 씻다보니 여자들만 들어온다. 음. 다행이로군. 아닌가? ㅋ 샤워기가 안꺼져서 당황했는데 알고보니 물이 한 10초가량 나오다가 자동으로 멈춰지는 샤워기다. 물빨도 쎄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나와 머리도 말리고 나니 세상이 다 내것 같다. 내일은 때를 밀리라.
샤워를 마치고올라와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 나라갈일이 걱정이긴 하지만 대강의 계획을 잡아본다. 나라를 오전중에 끝내고 오후엔 오사카시내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또 친절한 한국인 한명 만난다면 좋으련만.
Topic: japan-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