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y Me
일본 #4 오사카, 귀국
27 Feb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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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이다. 어제 먹고 잔 맥주덕에 얼굴이 팅팅 부었따. 오늘은 오전중에 오사카성만 보고 공항으로 간다. 어차피 9시에 관광지 문을 여니조금 천천히 숙소를 나서기로. 8시 반쯤 check out. 배낭을 다 꾸려서 카운터로 가서 집을 맡겨도 되느냐, 12시쯤에 오겠다 하고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좀 흐리다.

오사카성

이제는 너무 익숙한 동물원전 역에서 미도스지센을 타고 한정거장 뒤인 덴노지(tennoji)역에 가서 다니마치센(tanimachi)을 타고 네정거장 지나 다니마치욘쪼메(tanimachi4-chome)역에 내렸다.

마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승무원 아자씨가 뭔가 지도를 벽에 붙이고 있었다. 그놈을 한장 얻어서 밖으로 나오니 저멀리 천수각(天守閣)이 보인다.

오늘은 시간도 많기 때문에 산책로를 걷듯 슬렁슬렁 걸어서 입구까지 갔다. 성벽은 무지하게 큰돌들로 이루어져 있다. 성의 모서리가그 돌들이 이뤄내는 교묘한 곡선인것이 신기하다. 성 가까이에 가자 표파는곳이 있다 입장료 600円.

오사카성

전통적인 겉모습과는 달리 안으로 들어가니 기죽을 정도로 삐까번쩍한 내부에서 안내원이 기다리고 있다. 엘레베이터를 타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안내서를 깜빡잊고 올라왔다.

오사카성은 8층으로 되어 있는데 엘레베이터는 5층에 선다. 걸어서 8층에 올라가니 기념품 같은 것을 파는 가게들이 있고, 바깥 둘레는 전망을 볼 수 있게끔 베란다 같이 되어 있었다.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전경을 찍은 넓은 사진에 지명이 설명 되어있다. 좋은 전망이건만 쳐놓은 철조망이 그림을 망친다. 오사카성 동서쪽엔 매화나무와 벛나무가 있었는데 꽃이 조금 피어 하얀 빛깔을 내는것을 볼 수 있었다.

8층 전망대 아래층으로 오사카성을 만든 도요토미히데요시의 일생에 관한 설명들이 롯데월드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는 홀로그램으로 전시되어 있었고, 그 아래층들 역시 오사카성의 역사에 대한 설명과, 실물 역사자료등이 전시되어 있다.

1층엔 영상실이 있는데 오사카성에 대한 프로그램을 상영중이었다. 이놈을 보고 밖으로 나와서 성벽을 이룬 돌들에서 성을 지을때 참여했던 가문들을 상징한다는 각인을 찾아 봤다.

또 성이 큰돌들 사이에 작은 돌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성벽을 세웠지만 출입문쪽은 돌을 정확하게 모서리가 맞게 깎아서 쌓았다는것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나올때 꽃나무 있는데로 가서 꽃구경을 할까 했지만 아직 활짝핀것도 아니고 사람도 많고 해서 그냥 지나쳐서 나왔다.

OBP

오사카성 뒤쪽으로 돌아 나가면 오사카성 홀이 있고 그 뒤쪽이 obp이다. 별로 땡기지 않는 곳이지만 가까우니 잠시 가보기로 했다.

우리나라 여의도뻘 인가? 빌딩군에 들어서니 트윈빌딩을 비롯한 여러개의 높은 빌딩들이 있다. 난 왜 이게 관광지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여기서 시간을 보내느니 차라리 라면집엘 가보는게 낫겠다는 생각에 숙소로 발을 돌렸다.

osaka business park 전경

숙소로

가까운 osaka business park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나가호리바시(nagahoribashi) 역에서 사카이쓰지센(sakaisuji line)으로 갈아타고 동물원 전역에서 내리면 된다. 동물원 전역에 두 개의 노선이 교차하기때문에 내가 내린데서 4번출구까지는 조금 걸어야 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아침에 맡긴 배낭을 찾고 넉넉하게 시간을 남겨두고 공항으로 향했다.

난카이 신이마미야역으로 와서 올때와 마찬가지로 890엔짜리 표를 끊고 들어가 올 때 찍어뒀던 우동집 같은 곳에 가서 우동을 먹기로 했다.

역내부의 허름한 우동집

식권을 뽑는 자판기에 여러가지 메뉴가 있었는데 일본어로 되어있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시험문제 찍는 심정으로 200엔짜리 두가지 메뉴를 뽑는다. 아줌마가 “이럇싸이마세이” 하면서 반겼다. 식권을 내미니 금방 우동 두 그릇을 말아준다. 다행히도 우리가 뽑은 메뉴가 우동이었는데 같은 국물에 하나는 우동면발, 나머지 하나는 모밀 면발이었다. 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니 기분이 아주 좋다.

떠나기전 먹은 우동 두그릇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하나씩 사 먹고 비행기 표시가 된 쪽으로 따라가 플랫폼에서 간사이 공항행 난카이선을 기다린다. 이놈의 플랫폼에는 무슨 의자도 하나 없는건지.

간사이 공항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는데 공항에 도착하니 2시간전. 국제선 출발층은 4층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자마자 보안검색을 하고 있다. 가방을 검사하고 검사를 했다는 스티커를 가방에 붙여준다. 911테러때문에 공항 보안검사가 많이 까다로워 진듯 하다.

좀 빨리 온감이 있지만 이것은 매우 다행이었다. 데스크에 가서 그동안 신주단지 같이 모시고 다니던 항공권을 내밀었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지 일본말로 뭐라고 뭐라고 해댄다. 뭐라고? 나 한국인이라서 일본어 못한다고 해도 콧방구도 안끼고 일본어로 떠든다.

다른 좀 높아 보이는 직원을 데리고 오더니 여권을 쓱쓱 들춰보다 올때 끊었던 비행기 좌석티켓을 가져가고 줄에서 우릴 빼내더니 죄송하지만 조또(조금) 여기서 기다리란다. 한국에 못가는거 아니냐 이거. 이런저런 잡소리를 하면서 기다리니 다행히 잠시 후에 보딩패스와 여권을 가지고 오더니 됐다고 가란다. 뭔일인진 모르겠지만 하마터면 서울 못올뻔했다.

서울로

공항세를 내려고 남겨둔 만 엔짜리로 자판기에서 공항이용권을 두장 뽑고 상점들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동생이 사다달라고 한 고양이 열쇠고리를 사려고 했는데 정말로 가게가 없다.

입국심사를 받는고 면세점에 들어가면 있겠지 했는데 면세점도 몇군데 없다. 그것도 다 비싼 술 담배나 팔고. 다 포기하고 모노레일을 타고 게이트로 가는길에 다행히 열쇠고리를 살 수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기내식을 먹고 tv를 보다보니 금방 서울이다. 날씨가 많이 흐려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별일 없이 무사히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비행기 착륙하고 서둘러 나오는 바람에 입국심사도 빨리 받고 나오는것 까지는 좋았는데 어물쩡거리다가 사람들에 밀려 리무진을 30분도 넘게 기다렸다. 겨우겨우 버스를 타고 일본에서 서울 오는것 보다 더 오랜시간을 걸려 가까스로 집에 도착했다.

여행을 마치며

바쁘게 준비하고 여러가지로 준비가 미흡하였던 여행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내뜻대로 다니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마음속으로 뭔가 뭉클한 것을 느껴야만 여행이 아니다.

다른 나라의 이런저런 문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나라를 접하고 경험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여행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훗날 두고두고 그릴 기억까지도 담아온다면 더더욱.



Topic: japan-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