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y Me
야리스 빵꾸 때운 날
24 Mar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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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볼을 치러 갔다. 나말고 두명의 아자씨가 더 있었는데 내 앞에 있던 한명은 배우신거 복습하시는지 완전 열골 중이었고 내 뒤에 있던 한명은 그냥 되는대로 치면서 나처럼 중얼거리기도 하고 혼자 웃기도 하며 놀공 중 이었다. 나는 그 중간에서 볼을 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에서 뭐가 푸드득 거리는 소리가 들리길래 돌아 봤더니 왠 베개가 터진 것처럼 깃털이 날리는 가운데 처절한 날개짓을 하고 있는 비둘기 한마리. 아저씬 순간 정지. 나랑 눈이 마주치자 “I didn’t mean it…” 난 웃겨서 헐 하고 웃었는데 아저씨가 많이 놀라신듯. ㅋㅋ

골프채를 갖다두러 차에 왔는데 지나가던 차 한대가 서더니 할아버지가 손가락으로 발 밑을 가리킨다. 뭐 떨어졌나 봤더니 아무것도 없다.

_ “What’s wrong?”

_ “Your tyre. Blah blah..”

헉. 타이어 바람이 푹 빠져서 완전 짜부.

얼마전에 윌슨스 프롬 갈때도 Fran 아줌마가 보더니 바람 넣어야 할 것 같다고 해서 넣었는데? 그리고 지난주에 정기서비스까지 받았는데? 이건 뭐지? 왜지? 왜 바람이 빠지는거지? 뚜껑이 열려있나? 할아버지는 뭐라뭐라고 하더니 가버리고 한번도 이런 경험이 없었던 나는 그냥 멍하니 서서 타이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저멀리서 Do you need some help? 하면서 씩씩하게 다가오시는 아저씨. 앗 이 백마탄 왕자님은 아까 그 골프공으로 새 잡은 아저씨.

그냥 끌고 정비소로 가보려고 했는데 구세주가 오셨다. 보물찾기 하듯이 차를 뒤져서 언젠가 아빠가 오셨을 때 한 번 꺼내본 적이 있었던 공구를 간신히 찾았다. 스페어 타이어는 트렁크 바닥에, 각종 툴들은 트렁크 수납함에, 지렛대(?)는 조수석 의자 아래. 아저씨는 능숙하게 차를 들어올리고 펑크난 바퀴를 빼고 스페어 타이어를 끼워주고 통성명 할 겨를도 없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타이어는 타이어 샵에 가면 $30 정도면 고칠 수 있을 거고 스페어 타이어는 문제 없어 보이니 괜찮다고. 나는 아침부터 새 때려잡고 너는 타이어 빵꾸나고 오늘 둘다 참말로 이상한 날이라며.

빼낸 바퀴를 보니 못인지 뭔지 아주 예쁘게도 콕 박혀있다. 근처에 타이어 샵에 가서 보여주고 물어보니 1시간이면 고칠 수 있고 비용은 $30. 아저씨 말이 딱 맞았다. 그리고 보기 왠 정비소가 이렇게 많은지 전에는 안보이던 정비소가 주변에 아주 널렸다. 타이어 사장님께 물어보니 뒷 타이어는 아직 쓸만하고 앞타이어 두개는 갈아줘야 겠다고.  빵꾸를 때운 타이어를 싣고 와서 다시 장착은 내손으로. 아저씨 어깨 너머로 본 대로 따라하니 쉽다 쉬워. 해보니 별거 아니네 난 이제 타이어 갈 줄 아는 여자. ㅋㅋ

그나마 동네에서 발견했으니 다행이지 아니 어쩌면 둔녀숙진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러고 다녔을지도. 차를 좀 더 사랑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