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랜드 트랙 Overland Track Day1
Melbourne - Ronny Creek - Cradle Mt. (Side Trip) - Waterfall Velly Hut
드디어 크리스마스날 아침. 그 어떤 크리스마스보다도 더 설레이는 여행. 장장 6개월을 준비한 오버랜드 트랙. 그 출발이다. 5시쯤 일어나니 거실에서 자고 있떤 선영언니도 일어나고 현정언니도 일어나서 나왔다. 씻고 간밤에 생각난 준비물들을 마지막으로 챙기고 뮤슬리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6시쯤 집을 나선다. 뭔가 빠진건 없겠지. 그럴리가. 공항까지는 현정언니가 태워다 줬다.
비행기는 0720. 짐도 보내야 하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공항엔 조금 일찍 도착했다. Walking pole과 tent등 기내반입이 불가능한 장비들 때문에 어차피 짐을 수하물로 보내야 해서 baggage 20kg를 따로 예약하고 전날밤에 마지막으로 짐 점검을 한 후 기내 반입이 안되는 장비들과 음식을 모아 하나의 박스로 만들었다. 박스의 무게는 15.5kg. 선영언니 배낭 9.1kg 내배낭 6kg 체크인. 짐 무게는 문제가 없었는데 선영언니 배낭이 커서 기내에 들어가네 마네를 두고 직원과 잠시 실랑이를 했다. 하지만 결국 구겨 넣어서 통과. 으하하. 체크인을 하느라고 짐을 뺀 우리는 잠시 정신줄을 놓고 커피를 한잔 씩 하고 있지도 않은 여유를 부리다가 Last call이라는 전광판을 보고서야 부랴부랴 움직여 가까스로 비행기를 탑승했다.
론체스톤. 비행기는 약속된 시간에 출발해 예정보다 조금 이른 시각인 0825에 론체스톤에 도착했다. 터미널로 들어서니 어제 택시 회사에 확인한 대로 기가 멀대같이 큰 아저씨가 “Kate"라고 쓰여진 종이를 들고 바로 입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서울 터미널 보다도 작은 공항. 짐찾는 곳도 바로 옆이라 후딱 짐을 찾고 화장실에 들렀다가 차에 짐을 싣고 출발하는데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택시인줄 알았는데 일반 승용차가 나와서 조금 당황.
졸리다. 긴장이 풀어졌는지 크리스마스 아침의 한산한 길이 지루했는지 햇볕이 따뜻했는지 가만히 앉아 있는데 잠이 쏟아진다.
앗! 산이다. 한시간쯤 달리자 나타난 멜번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 갑자기 잠이 확깼다.
1010 도착. 두 시간이 채 안걸려 Cradle Mt Information Centre에 도착. 생각보다 빨리왔다. 셔틀버스 승강장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늦은편은 아닌데 마음이 급해졌다. 박스를 뜯어서 짐을 대충 쑤셔넣고 서둘러서 인포메이션 센터로 들어가서 줄에 동참. 예약을 확인하고 Pass및 Fee를 지불. 필요한 가스와 성냥등을 사고 나니 1030.
출발 전 개인 정비. 우리는 줄이 너무 긴 관계로 줄이 짧아지기를 기다리며 잠시 빠져 짐 정리를 하기로 했다. 아까 엉망으로 쑤셔 넣은 짐을 다시 빼서 정리하며 전의를 다진다.
Shuttle Bus 대기. 먼저온 버스는 배낭 실을 칸이 없어서 한대 보내고 1115가 되어서야 셔틀을 타고 출발한다. 한번 와 본 곳인데 익숙한 길. 버스에 탄 대부분은 Dove Lake를 가는 사람들이고 우리는 Overland Track이 시작하는 지점인 Ronny Creek에서 하차한다. 기사 아저씨가 배낭을 내려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응원해준다.
Ronny Creek. 버스는 출발하고 황량한 벌판에 우리둘이 떨어졌다. 작은 헛에서 설레는 맘으로 우리의 출발을 신고한다. 선크림을 바르고 등산화를 동여맨다. 준비완료. 어디선가 나타난 커플에게 부탁해 기념 촬영을 한 장 하고 출발.
Overland Track. 출발하자마자 나타난 표지판. Overland Track에 대한 뭔가 의미있는 설명인가 하고 보니 시즌 예약에 대한 설명. ㅋㅋ Overland Track은 아무때나 올 수 있지만 매년 10월 부터 5월까지는 나름 성수기라 예약을 미리 해야하고 걷는 방향도 북에서 남으로만 가능하다.
갈길이 멀다. 오늘 우리는 Ronny Creek을 출발 Marions Lookout을 지나 Waterfall Velly Hut에 도착할 예정이다. 중간에 Cradle Mt. 등반도 포함되어 있다. 갈길이 먼 첫째날.
점심 식사. 출발후 약 2km를 걸어 Crater Falls에서 잠시 멈췄다. 점심을 먹기 마땅한 장소는 아니었지만 오늘 마실 물을 채워야 했기에 폭포에서 물을 받아 물병에 채우고 계단에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숲속인데다 물가라서 그런지 주변이 온통 모기떼. 밥을 후다닥 대충 먹고 출발.
현재시각 1345. 길은 그냥 계속 오르막이다. Ronny Creek에서 1시간 30여분만에 Marions Lookout에 도착했다. 2년전 이곳을 배낭을 매고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고 미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러고 있다. 처음엔 이 경사가 미친 경사라고 생각했는데 오버랜트 트랙에선 이런 다락방 경사가 아주 흔하다.
**어서 오세요.**15kg가 넘는무거운 가방을 메고 힘겹게 한걸음씩 올라오고 있는 선영언니. 힘내세요 여기서 잠깐 쉬었다 갈께요.
**Marions Lookout.**사진을 찍어준 중국인 커플이 우릴 보고 이것저것 물어본다. 어디까지 가는지, 몇일 예정인지, 배낭엔 뭐가 들었는지. 가방을 슬쩍 들어보더니 헉! 하고 Good job이란다.
시퍼런 Dove Lake. 날씨도 구름 한점 없고 훌륭하다.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땀을 식히는데 아직도 갈길이 멀어서인지 마음은 이미 Cradle Mt.로 향하고 있다.
고지가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저 날카로운 봉우리가 오늘 우리의 side trip 목적지 Cradle Mt.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한다.**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약 2km 정도 완만한 평지를 걷는다.왼쪽으로 Cradle Mt. 정상이 보이고, 더 멀리 Barn Bluff가 보인다.
Kitchen Hut. 1430 쯤Kitchen Hut에 도착했다. 혹시나 해서 Hut을 열어보니 사람들이 놓고간 배낭이 있네? 우리도 배낭을 Hut에 넣어두고 간단하게 Daypack만 메고 출발.
쒼난다! 꼭 올라가 보고 싶었던 Cradle Mt. 늦게 출발해서 갈 수 있을까 했는데 긴 여름해를 감안해 감행하기로 했다. 산은 험한 편이지만 난 숲보다 이런 돌 산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트랙이 따로 없기 때문에 막대기를 보고 앞사람을 보면서 올라간다.
**거친 산.**산이라고 하기도 뭐한 그냥 돌무데기. 다 왔나 싶었더니 한고개 넘어가야 정상이라고.
**험한 돌길.**하지만 다람쥐 같이 날렵한 우리팀.
**Cradle Mt. 정상.**1530출발한지한시간 만에 정상에 올랐다.
**광채 난다.**뒤쪽으로 내일 올라갈 Barn Bluff가 보인다.정상에 선 여유로운 자.
길. 우리가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이 가느다란 실처럼 놓여져 있다.
**Barn Bluff.**신기한 풍경을 구경하는데 더 신기한건 여기서 전화가 터진다는 것.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이 감격스러운 풍경을 나눈다.
하산. 갈길이 멀고시간도 늦어서 오래 앉아 있지는 못하고 금방 내려온다. 내려가는 길도 그림이고.
위로도 그림. 아쉬워서 위로 올라봐도 그림이고.
다시 Kitchen Hut. 내려오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어느새1700. 서둘러Daypack을 정리하고 출발. 해가 길어 다행이지만오늘은 꼴찌를 면하긴 어려울 듯.
**다시 출발.**Cradle Mt.이 등뒤로 작아지는것을 자꾸 돌아보면서 앞을 향해 걷는다. 거의 평지인데 산을 뛰어 갔다 온 탓인지 이미 에너지를 다 쓴 상태라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힘들다. 한시간쯤 걸었나. 어디쯤일까 이쯤인가 싶어 기쁜 맘에 표지판을 보니 1hr 남았다는 표지. 잠시 이 앞에 앉아 절망적인 마음을 달래고 있으려니 저쪽에서 걸어오는 부자. Barn Bluff 를 갔다가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란다.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다가 자기네가 오는 길에 선글라스를 잃어버렸는데 hut에 가면 메모 좀 붙여달라며 부탁. 잠시 쉬었다가 서로 행운을 빌며 각자 걷던 길로 향한다.(재미있게도 이 선글라스를 다음날 아침 우리가 우연히 발견했다. )
마지막 산등성이. 이제부터 내리막길이다. 멋진 풍경에 감탄을 아니할 수가 없다. 풍경을 에너지 삼아 힘을 내어 걸어본다.
1910 캠프 도착. 30분 남았다는 표시가 나온지 정말 30분. 오늘은 이만 걷고싶다..고 생각 할 때 쯤 딱 Hut이 나와주었다. 저 멀리 아주 코딱지만하게 Hut과 텐트들이 보인다. 할렐루야.
Welcome to Waterfall Valley. Hut은 어떻게 생겼을까?? 떨리는 맘으로 입장.
**Yay!**우리를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바로 이 아름다운 화장실.그 주변으로 boardwalk을 만드는 공사가 진행중이다.
Old Waterfall Velly Hut. 우리는 애초에 Hut에서 잘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Old Waterfall Velly Hut 앞쪽의 캠프 사이트에 텐트를 쳐야 했는데 꼴찌로 도착하는 바람에 자리를 잡는데 한참 걸렸다.
**저녁식사.**일단 텐트를 후딱 치고 해가 떨어지기 전에 저녁식사 준비.길었던 하루의 끝에 먹는 꿀맛 같은 저녁. 오늘의 메뉴는..
라면. 라면을 두개 가져왔는데 일단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 라면을 먼저 처치하기로.
**정리.**땀 흘린 몸을 대충 씻어주고 스트레칭을 하고 나니 몸이 가볍다. 좋다. 평화롭다.
노을. 길었던 하루의 끝에 주어진 reward. 자연은 아름답고 나는 늘 감격스럽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귀중한 식량을 야생 동물에게 습격당하는 일을 막기 위해 Hut안에 안전하게 넣어두고 텐트로와서 누우니 어느새 10시. 그냥 곯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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