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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land Track #4 Pelion Hut · Kia Ora Hut
28 Dec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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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Pelion Hut - Mt. Ossa - Kia Ora Hut

텐트에 거미줄. 어라 요놈 봐라. 밤사이 텐트에 거미줄을 쳤다. 미안하지만 이몸은 떠날 몸. 이것이 오늘 거미와의 전쟁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출발. Kia Ora hut까지는 약 8.6km. 중간에 Mt. Ossa side trip이 있다. 오늘 드디어 타즈마니아의 가장 높은 산 Mt. Ossa를 등반한다. 6시도 안되서 일어나서 설치기 시작해 7시쯤 출발한다. 곧 비가 내릴 기세라 배낭에 커버도 씌웠다.

숲길. 일등으로 눈누난나 출발했는데 숲으로 들어서면서 완전 후회. 숲을 걷는 오르막길인데 세상에 왠 거미줄이 이리 많은지 온몸으로 거미줄을 헤쳐나간다.  자꾸 눈으로 입으로 들어오는 거미줄에 거기 달려있는 애벌레들까지. 거미줄에 대한 분노의 에너지로 오르막을 힘차게 걷는다.

Pelion Gap. 거미숲을 지나 0850 Pelion Gap에 도착했는데 구름이 대박이다. Mt. Ossa는 어디 붙어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 상황.

출발. 아직 비는 오지 않지만 비오는 것처럼 축축하다. 마침 우리 앞으로 독일 청년이 먼저 올라갔고 일행은 아니지만 사람이 있으니 우리도 망설이지 않고 출발한다.

Mt Doris. 아직까지는 괜찮다. 풀도 푸르고 멋지다, 초반부터 급경사. 우리를 추월해서 세명의 젊은피들이 뛰어 올라간다. 우리 앞으로 4명. 안심이 되는 순간.

악천후. 구름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풍경은 없어지고 구름속으로 들어간다. 불안해진 마음에 저 앞에 뛰어가는 세명을 쫓아가고 싶지만 그들은 너무 빠르다.

Mt Ossa로 접어들어 그 골짜기를 타고 올라가는데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와 발 한발짝을 움직이기가 힘들어 졌따. 생명의 위협이 느껴진 순간. 잠시 앉아 포기하고 내려갈까도 했지만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을 걸어 간신히 바람이 잦아든 곳으로 몸까지 피했다. 구름 속에 앉아서 체력 보충. 에너지 소모가 생각보다 크다.

어디를 걷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구름속에서 신선이 된 것처럼 막대표식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경사가 꽤 있는 암벽이지만 표식이 잘 되어 있어서 루트를 따라 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드디어 가파른 경사가 끝났다. 어디 거의 다 온것 같기는 한데 몇 발짝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 산 정상은 평평한 지대라고 가늠만 해본다.

Cache.  언니를 먼저 보내고 나는 캐쉬에 나섰다. Mt. Ossa 정상에 단 하나뿐인 캐쉬. GPS를 의존해 트랙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숨겨진 돌무더기에서 어렵지 않게 찾았다. 혼자 구름속에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얼른 GPS의 트랙을 보면 다시 트랙으로 이동. GSP가 없었으면 다시 트랙으로 돌아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정상. 1044 드디어 해발 1618m의 정상에 도착. 정상에 도착하니 가니 바위 사이에 우리보다 먼저 올라간 네명과 선영언니가 바람을 피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단체사진. 안개로 둘러 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몸은 꽁꽁 얼어 추워 죽겠지만 타즈마니아의 최고봉에 오르니 마냥 뿌듯하다.

뷰는 어디로. 정상에선 바로 앞의 바위만 보일뿐. 360도 파노라마로 멋진 풍경이 보인다고 했는데.. 맘속으로 상상해본다.

인증샷. 하얀 도화지 같은 부질없는 사진만 몇장 찍는다. 바람에 날아갈까 다리를 쫙 벌리고 ㅋ

내려가자. 그 고생을 하고 올라온 정상에는 10분 정도나 앉아 있었을까. 볼 것도 없었지만 앉아 있으려니 체온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서둘러 몸을 일으킨다.

막대 표식. 왔던길을 차근차근 내려오는데 우리보다 먼저 내려간 독일 청년이 어느순간 저 뒤에서 오고 있길래 어찌된거냐 했더니 내려오다가 길을 잘못들어서 헤매고 왔단다. 잠깐 완전 scared 했다며 우리의 하산길에 일행이 되었다.  내려 오는 길엔 아주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구름이 더 낮아져서 시야가 더 안좋아 졌는데 사람들은 그것과는 상관없이 Mt Ossa의 정상을 밟기 위해 올라가고 있었다. 제일 마지막으로 ranger를 만나 날씨도 개떡이고 아무것도 못봤지만 그래도 좋았다고 얘기하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Pelion Gap. Pelion Gap데 도착하니 우리 뒤로 떠난 많은 사람들의 배낭이 놓여져 있다. 안개속에서 앞이 보이지 않아서 표식을 찾는게 힘들었고 바람이 불어 몸이 날아 갈 것 같았던 것 빼면 힘든 코스는 아니다. 우리가 안좋은 날씨에 걸렸을 뿐. 다음에 맑을 때 꼭 다시 와야겠다.

커피 한잔의 여유. 내려오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앉아서 정리를 하고 있으려니 곧 언니가 내려오고 우리는 따뜻한 커피 한잔을 끓여 마시며 몸을 녹이고 비속에서 간단히 점심도 먹었다. 내리는 비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이 순간을 즐긴다. 타즈메니아의 최고봉을 정복하고 나니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Michael. 커피를 한잔 하고 있으려니 힘겹게 올라와 반팔차림으로 돌아다니는 한 남자. 마이클 일행과는 우리랑 같은 날짜에 출발했고 나는 포럼에서 이분들을 알게 되어 몇번 메세지를 주고 받았는데 결국 4일째 되는 날에 만났다.

남은길. 나머지 약 4km. 이제 그냥 내려갈 일만 남았다.

진흙탕길. 하지만 그 길이 쉬울리가 없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숲으로 난 작은 길은 온통 진흙탕. 음 어디를 밟아야 하나.

Kia Ora Hut. 진흙탕을 깡총깡총 뛰어 넘어 1415 드디어  Kia Ora hut에 도착했다.

Hut. Hut을 잠시 들여다보니 Ms Ossa를 들르지 않고 일찍온 온 몇 팀이 이미 hut을 점령했다.

오후의 여유. 우리는 널찍한 플랫폼에 텐트를 쳤다. 해가 잠시 나서 신발도 말리고 태양열 충전기도 충전. 책도 보고 일기도 쓰며 휴식 시간을 즐긴다. 역시 일찍 시작하면 일찍 끝나니 오후의 여유를 즐길 수 있어 좋다.

Boots lined up.  Hut 발코니에는 진흙탕을 헤쳐온 많은 등산화와 게이터들이 놓여져 있다. 조금이라도 말려야 내일 신고 걸을 수 있으니까.

1830 굿나잇. Mt. Ossa와 진흙탕에 체력 소모가 컸는지 초저녁에 잠이 온다. 저녁도 일찍 먹고 19시도 안되 해산. 오늘은 정말 굵고 짧았던 하루였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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