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Ora Hut - Falls - Bert Nichols Hut
0620 기상. 밤새 빈지 우박인지를 동반한 거센 바람 때문에 귀마개를 하고 잤는데도 여러번 잠이 깼다. 날씨 참 지랄맞다 했는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우박까지 내렸나보다.
준비. 춥고 비도 뿌리길래 텐트에서 아침까지 먹고 나설라고 했는데 텐트에 숫가락도 없네 이런. 아침은 어쩔 수 없이 hut에서 먹는다. 아침 일찍 hut으로 대피한 선영언니는 밤새 추워서 잠을 한잠도 못잤덴다. 나는 미안하게 그것도 모르고 쿨쿨 잤다. 언니의 퉁퉁 붓고 어두운 표정이 밤새 얼마나 괴로웠는지를 말해주었다.
출발. 비가 계속 오는데 마냥 기다릴 수 없기에 짐을 후딱 챙기고 젖은 텐트를 쑤셔넣고 0815쯤 젖은 신발을 신고 길을 나선다. 날씨도 좋지 않고. 길도 좋지 않다. 오늘 가야할 길은 9.6km. 약간의 side trip을 곁들이면 약 12km. 그리 길지 않은 무난한 코스다.
Du cane Hut. 내내 비가 오락가락 해서 우비를 입었다 벗었다 했다. 한시간쯤 걷자 Du cane Hut에 도착.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아주 오래되고 작은 hut이다. 간식을 간단히 하고 다시 출발.
Side trip.10시쯤 폭포에 도착했다. 오늘은 딱히 땡기는 side trip은 없고 몇개의 폭포를 보는게 전부다. 언니는 간밤의 전쟁으로 힘든 기색이었고 나도 이런 축축한 날에 폭포를 본다는 건 썩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냥 가기엔 좀 서운하고.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길을 나선다.
Fergusson and D’Anton. 두 폭포는 불과 약 10여분 거리에 붙어 있는데 더운 여름이었다면 아주 좋았겠지만 우리는 이미 비를 맞으며 축축한 신발을 신고 걸어온 상태라 그냥 멀리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감상을 마친다.
Hernett Falls. 그리고 약 1km떨어진 곳에 또 하나의 side trip이 있었으니 Hernett Falls. 폭포로 가는 숲길이 인상적이었다. 여름에 왔으면 어떻게든 내려가서 수영이라도 했겠지만 오늘은 아니다.
다시 걸어 나와서 정리를 하고 있으려니 무성한 수풀 사이로 갑자기 한줄기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우리는 이때다 싶어 그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간단히 먹었다. 다음 hut 까지 가려면 산을 하나 넘어야 한다. 출발하자마자 시작되는 오르막. 젖은 신발이 배낭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젖은 신발. 점심을 먹고 1230분 출발해서 한시간반 만에 오늘의 목적지인 Bert hichols Hut에 도착했다. 오는 동안 신발은 다 젖었다.
Bert Nichols Hut. 오늘 머물 hut은 2008년에 새로 지은 깨끗한 최신식 헛이다. 이 곳의 지명은 Windy Ridge인데 hut의 이름은 Bert Nichols hut 이다. 이름과 지명이 일치 하지 않아 지도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게 부르지만 알고 보면 같은 hut이다. 넓기만 한게 아니라 여러가지 공간이 아주 딱 막게 설계 되어진 훌륭한 공간이다. 입구에 젖은 옷, 신발이나 텐트 등을 말릴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고 8명이 잘 수 있는 방이 3개, 가스 스토브가 있는 넓은 공용 공간이 있다. 공용 공간은 침실과 분리가 되어 있어 더욱더 쾌적하다.
Atternoon tea. 우리도 오늘은 hut에서 자기로 하고 1번방의 2층을 선점했다. 짐을 펼쳐 놓고 차를 한 잔 하고 있으려니 사람들도 하나 둘씩 도착해 난로 곁으로 모여든다.
개인정비. 저녁시간까지 약 두시간, 조용히 개인 정비의 시간을 보낸다. 텐트 플랫폼에 나가 젖은 신발을 널어 놓고 solar charger를 충전하는 동안 지저분한 손톱 정리 및 스트레칭.
이럴 때 읽으려고 핸드폰에 ebook을 여러권 담아왔는데 날씨 때문에 에너지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해만 나면 solar charger를 꺼내어 충전해 보지만 비가 오락가락 하는 통에 제 구실을 못한다. 모든것이 계획대로 움직여 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오늘은 저녁을 먹는데 갑자기 선영언니의 가스가 다 떨어졌다. 헉. 다행히 독일 청년 Stephen에게 여분의 가스가 있어서 위기를 무사히 넘겼지만 앞으로 남은 기간을 어찌해야 하나 식겁했다. 준비한다고 준비했는데 역시 우린 초보라 어설프다.
Hut에서 자는 첫날 밤. 텐트를 펴고 접지 않아도 되니 좋지만 개인 공간이 없으니 불편하기도 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텐트를 더 선호하지만 어제밤 같은 악천후가 계속되면 몸이 힘들어지기에 오늘 밤은 벽과 지붕이 있는 hut을 선택했다. 많은 사람들이 hut 안으로 모여 늦은 시간까지 어수선하다. 나는 일찌감치 일기를 쓰고 내일은 햇님이 떠오르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Topic: overland-tr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