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yrinth (sidetrip) - Pine Velley Hut - Narcissus Hut
Overland Track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에 side trip을 갔다가 Narcissus Hut으로 하산하는 일정이다. 0740 아침을 후딱 먹고 짐을 정리한 후 Labyrinth 로 나섰다. 날씨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비가 오지 않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처음 약 1km 다락경사를 오르니 이런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그 미스테리한 이름처럼 아름다운 미로속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축축한 공기가 “촉촉"하게 느껴지니 행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곳에선 실제로 2000년에 한 젊은 여성이 실종된 곳인데 악천후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돌탑 표식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미로같이 이어진 길을 걷는다.
별 기대를 하고 오지 않았는데 예상외의 풍경에 완전 반해 버렸다. 날씨가 궂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라면 날씨가 좋을 땐 어떨까? 걸을 수록 풍경은 신비함을 더해갔다.
lookout에 올라서니 저 멀리 Lake Claire가 보인다. 더 걷고 싶었지만 한편으론 왠지 아껴놓고 싶은 마음. 이곳엔 분명히 다시 오게 될 것이기에 다음에 와서 볼 것들을 남겨 놓기로. 신비로운 풍경속을 걸어 숙소로 돌아온다.
꿈 같았던 Labyrinth walk을 끝내고 다시 hut에 돌아온 시간 1130. 무사히 돌아왔음을 신고하고 hut에서 점심을 먹고 이제 마지막 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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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했던 열대우림을 빠져 나와 내가 좋아하는 버튼그라스 사이로 난 boardwalk으로 접어 들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떠날때가 되니 비도 그치고 해가 나네?
Narcissus River. 세시간쯤 걸었을까. 이 강이 흘러 Lake Clarie로 들어간다. 다 왔단 소리다.
1520 우리의 마지막 Hut Narcissus Hut에 도착했다.
우리는 도착하자 마자 배낭을 내려놓고 Ferry를 알아본다.
무전으로 알아보니 오늘 마지막 배는 조금 아까 이미 떠났고 내일 아침 9시배는 아직 모른다는 절망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내일 또 17km를 걸어가야 하나 고민중인데 마침 한 커플이 hut에 도착했다. 다시 무선을 치고 배를 알아보고 이런 저런 일정 얘기를 하다가 $240면 배를 빌릴 수 있다고 하여 4명이서 $240을 나눠 내기로 하고 배를 예약했다. 해피 뉴이어를 외치고 그들은 텐트를 치러 사라지고 우리도 가뿐한 맘으로 마지막 밤을 준비한다.
Narcissus Hut. 겉모양은 멀쩡하지만 정말 오래된 Hut이다. 화장실은 새로 잘 지어놨더만 hut은 아직 오래된 구식 이다. 사람들은 이미 아침에 다 떠나고 hut에는 아무도 없다. 커플팀은 텐트를 친다고 사라졌고 나도 텐트를 치기로 했다. 선영언니는 몇일 전 Kia Ora 에서의 악몽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오늘도 hut에서 자기로 했다. 언니는 팔을 겉어붙이고 더럽고 냄새나는 hut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텐트를 쳐놓고 나니 수영을 할 정도로 날씨가 개어서 강으로 뛰어들었다.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고 목욕도 하고 머리도 감고 빨래도 하고. 얼마만에 감는 머리인지 비누를 쓰지 못해 그냥 물에 행구기만 했건만 그래도 상쾌하다.
나무 사이에 빨래줄을 걸고 햇볕에 빨래를 말리고 충전도 한다. 젖은 신발은 햇볕에 놓아 두었더니 몇 시간만에 금새 말랐다. 내일부터는 마른 신발을 신을 수 있게 되었다. 야호.
모든것이 다 이루어진 오늘. 게다라 오늘은 2013년의 마지막 날. 뜻깊은 날이다.
5시반 쯤 hut 앞에서 저녁을 먹는다. 이제 식량 가방엔 하루치의 음식만 남았다. 모든 일정이 무사히 끝나고 우리는 내일 배를 타고 이곳을 떠난다. 술이라도 있으면 건배라도 들겠구만.
오늘도 해질녘이 되자 어김없이 나타난 왈라비. 맨날 봐도 맨날 반갑다.
조용한 강가. 2013년의 마지막 밤이 저문다.
Topic: overland-tr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