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해리포터 스튜디오
오늘은 빅데이. 오전에 대영박물관 갔다가 오후에 렌트카를 픽업해서 해리포터 스튜디오. 그리고 다시 공항에 와서 형부를 픽업해서 옥스포드로 이동하는 것 까지. 차량 렌탈이 있어서 나에겐 가장 부담스러운 날이었다.
오늘도 숙소 조식. 아침에 어디 나가봤자 먹을 것도 없고 그냥 편리하고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기엔 제격이다. 아침을 먹는동안 오늘의 일정을 고려해 Late Checkout을 신청했다. 10파운드를 내고 체크아웃 시간을 14시로 연장해서 박물관에서의 시간을 벌었다.
호주랑 매우 비슷한 분위기의 뭐든지 다팔아 샵
송자매가 여유롭게 조식을 즐기는 동안 나는 숙소를 나와 숙소 근처에 있는 구멍가게에 모발폰 바우처를 사러 갔다. 15파운드 짜리바우쳐를 사서 충전. 이제 언니랑 나는 언제 어디서든 무료로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한 달 동안 우리가 가는 다른 나라(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까지 사용 가능하다.
대영 박물관 The British Museum
어제의 내셔널 갤러리에 이어 오늘 오전도 박물관 투어. 대영 박물관은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박물관 앞에 다다르니 럴수럴수 이럴수가. 우리가 어제 그렇게 찾던 ‘먹을만한’ 식당이 다 여기 모여있었다. 헐. 늬들 왜 여깄니. 아쉬워하며 대영박물관 입구로 들어선다.
웅장한 박물관 건물. 바닥엔 소금인지 뭔지를 뿌려놨다.
아주 많이 보던 그 풍경. 2층 발코니에서 보면 이렇다. 물론 한 화면에 잡히지 않아 파노라마 기능 이용. 나선형의 천장이 인상적이다.
다 제대로 보려면 하루 꼬박 봐도 모자랄 이곳.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전 한나절 뿐이다. 우리는 오디오 투어기기를 빌려서 각자 구경하기로 했다. 열심히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작품을 감상한다.
부지런히 관람을 했지만 박물관을 제대로 보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모자랐다. 고민 끝에 렌트카 회사에 전화를 걸어 12시에 하기로 한 픽업을 14시로 연기하고 빠른 걸음으로 박물관 구석구석을 열심히 걸었다. 송자매는 박물관을 더 보고 나는 차를 픽업하러 버스를 타고 워털루역으로 이동.
혼돈의 렌트카 픽업
다행히 헤매지 않고 제시간에 오피스에 무사히 도착했고 아무도 없어서 바로 수속을 밟았다. 그런데 차를 받고 나니 흠. 메뉴얼 차다. 물론 내가 예약한거다 약 4개월 전에. 한국에서 수동으로 운전을 배웠고 호주에서 오랜 기간 운전을 해왔기에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실제 차에 앉아 보니 아주 큰 문제였다. 하지만 침착하게 주차장에서 잠깐 연습해서 감을 살려보기로 했다. 클러치를 밟고 기아를 바꾸는 연습을 대충 하고 에라 모르겠다. 일단 나가보자.
구글지도를 켜놓고 숙소를 찍으니 오른쪽으로 가란다. 알려주는대로 가니 막다른 골목. 제기랄! 빠꾸를 해야하는데 후진 기어가 안들어간다? 당황. 다행이 뒤에 차는 없다. 계속 기어를 잡고 씨름을 하다가 힘줘서 꾹 눌러야 후진 기어가 들어간다는 것을 간신히 알았다. 이 겨울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어찌어찌 하여 차를 빼서 주차장을 나왔다. 길은 지도를 몇번 봐놔서 대충 알고 있었지만 운전이 걱정이다. 이론은 알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어쩔꼬?
일단 큰 대로를 가로질러 건너는 것은 성공. 이제 라운드 어바웃에서 좌회전해서 다리를 건너면 된다. 신호가 주행신호로 바뀌자 속도를 내려고 냅다 악셀레이터를 밟았다. 기어가 어디에 들어가 있었는지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한 상태로 말이다. 차에서는 굉음이 나고 다른 차들이 빵빵거리며 스쳐갔다. 뒤늦게 기어를 높여보지만 얼마 가지 못해 또 다시 신호에 걸렸다.
어디선가 나타난 하얀 구름이 차를 감싼다. 난 강에서 올라오는 안갠 줄 알았다. 눈 앞에서 하얀색이 점점 진해진다. 잉? 근데 이게 뭔 냄새지? 혹시 이거 내 차 본네트에서 나오고 있는거임?? 정신을 차려보니 옆에 있던 차들이 문을 열고 뭐라뭐라 난리다. 비상등을 켜고 천천히 대로를 벗어나 골목길로 들어와 차를 세웠다. 잠시 열기를 가라앉히니 연기는 사라졌지만 냄새는 쉬 가시질 않는다. 본네트 뚜껑을 열어보려해도 버튼이 어딨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이시간 송자매는 대영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와 피쉬앤칩스로 점심을 때우고 숙소에 올라가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을 하고 로비에서 내가 멋지게 차를 끌고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출발한지 5분만에 차를 태워 먹었고 차 뚜껑도 못열고 있었다. 일단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을 언니한테 전화를 해서 상황을 알렸다. 렌트카 오피스로 돌아가서 해결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지만 혼자 거기까지 돌아가는 것도 일이었고 이미 예약해둔 해리포터 스튜디오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더 걱정이었다. 일단 숙소로 가서 다같이 차를 타고 움직이기로 하고, 나는 다시 비상등을 켠 상태로 살살 달려 숙소에 도착했다.
언니를 만나니 마음에 실오라기 같은 평화가 찾아왔다. 일단 짐을 싣고 렌트카 오피스에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그때 마침 수속을 밟으면서 내 전화번호를 알기 위해 직원 개인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 기록이 생각났다. 통화 기록을 열어 전화를 걸었더니 다행히 아까 그 직원이 받았다. 상황을 설명을 하니 얘기만 듣고도 대충 상황을 아는 듯 지금 당장 돌아오란다. 언니는 옆에서 길을 안내해 주고 뒤에는 송자매가 숨을 죽이고 있다. 그래도 옆에 누군가 있으니 마음이 놓였다.
하필이면 렌트카 오피스는 워털루 역. 우리나라로 치면 시청역 정도? 저녁에 있을 불꽃놀이 행사 때문에 길이 통제되기 전에 우리는 빨리 시티를 벗어나야 하는데 수많은 이층버스 사이에 껴있으려니 조바심에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차는 좀 막혔지만 어쨌든 문제 없이 렌트카 오피스에 도착했다. 휴.
아까 그 직원이 차를 열어보더니 단박에 상황을 알아봤다. 기어 조절을 제때 하지 않아서 클러친지 벨튼지 뭔가를 태워먹었고 자기가 볼 때 마담은 아무래도 메뉴얼보다는 자동변속 차량을 운전하는게 좋겠다고. 아까 아자씨가 마담마담 하면서 Excess Fee 없는 풀보험을 권하길래 혹시 몰라서 추가했는데 결과적으로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내 부주위로 생긴 차량 문제도 그 GoZen보험으로 다 커버가 되었고, 오토 차량도 마침 한 대 남아 있었기에 우린 더 이상의 시간 지체 없이 새 차로 바꿔 탈 수 있었다. 보험을 들길 정말 잘했다.
원래 4개월 전에 예약한 금액은 53.74파운드였으나, 차량 업그레이드, GoZen보험에 20% 부가세 까지하니 총 결제 금액이 117.72파운드로 훌쩍 뛰었다. 예상 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은 돈이 중요한게 아니라 안전하고 편안하게 여행하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지불했다.
퇴근을 앞두고 신속하게 새차로 바꿔주고 짐 옮기는 것 까지 도와준 친절한 직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우리는 서둘러 해리포터 스튜디오로 출발.
해리포터 스튜디오
역시나 오토메틱 차량은 내차처럼 편안했다. 그까짓 기어하나가 사람을 이렇게 혼미하게 만들줄이야. 붐비는 시티를 벗어나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예약한 시간이 3시30분인데 이제 막 시티를 벗어났다. 시간이 예정보다 많이 지체되었지만 이미 예약을 해둔 상태니 가서 어떻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달렸다.
한시간 반이 늦은 5시가 다되서야 도착을 했다. 늦었다고 입장을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데스크에 예약한 티켓을 내미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재빨리 티켓팅을 해주고 직원 통로를 통해서 이미 시작된 투어에 조인 시켜줬다. 자주 있는 일인가보다. 늦은 주제에 대문을 열고 입장 한다. 어리둥절 하고 있는 사이 모든 설명이 끝나고 자유 관람이 시작되었다.
이제 마음 편하게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나는 해리포터는 딱 일편만 봤기 때문에 별 감동이 없었지만 책과 영화로 이미 수차례 해리포터를 경험한 송자매에게는 최고의 시간이었으리라.
그리핀도어 도미토리
관람이 끝나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념품 샵. 스튜디오 관람보다 더 신난 송자매. 이것저것 만져보고 써보고 둘러보고 안아보느라 난리다. 딸기는 비싼 막대기를 사겠다고 나섰다.
이것이 바로 비싼 막대기, 요술지팡이 되시겠다
늦게 온 것을 보상이라도 받을 셈인지 이들의 쇼핑은 한참동안 계속 되었다. 난 밖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송자매를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리다 그냥 냅두면 밤을 샐 기세라 가서 끌고 나왔다. 사람들이 다 떠나고 거의 끝으로 스튜디오를 나왔다.
형부 공항 픽업 후 옥스포드로 고고
우리는 이제 공항에 들렀다가 형부를 픽업해 옥스포드로 간다. 아직 갈길이 멀다. 전체적으로 일정이 딜레이 되어서 늦게 출발했는데 대충 형부가 공항에 내려서 나오는 시간에 맞췄다.
송자매, 특히 딸기는 아직 해리포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심사숙고 해서 고른 막대기를 들고 망또까지 두른 채 아빠를 만나러 간다.
뭐라고 주문을 외우며 지팡이를 휘둘러대는 딸기
차를 주차해 두고 국제선 입국장으로 달려왔다. 어떻게 찾나 했는데 부부끼리는 텔레파시가 통하는지 언니가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던 형부를 금방 찾아냈다.
드디어 송가족 상봉. 형부와 함께 날아온 반가운 한국 음식 한박스. 맛대가리 없는 영국에서 우리의 끼니를 책임질 음식이다.
저것 때문에 살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오늘의 일정. 이제 열심히 달려 옥스포드로 가야한다. 차를 타고 옥스포드로 달리다가 중간에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을 겸 잠시 정차했다. 2014년의 마지막 저녁을 푸드코트에서 먹게 되었다. 그래도 모두 함께니 즐거운 마음. 여러 나라 음식을 나눠 먹고 내일 마실 물도 넉넉히 샀다.
10시가 넘어서야 숙소 트래블로지에 도착했다. 전쟁 같았던 하루가 끝났다. 숙소 로비에는 2014년 마지막 밤을 보내는 청춘들로 시끌벅적했으나 제야고 나발이고 난 너무 피곤하시다. 빨리 누워서 자고 싶을 뿐. 새해 카운트 다운도 하기 전에 잠들어 버렸다.
지출
- Travelodge Oxford Peartree 29GBP x2 (Family Room x1 Double Room 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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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ro Rental 117.72GBP
Topic: europe-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