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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1탄 #04 옥스포드, 코츠월드
1 Jan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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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옥스포드

코츠월드

위키드


옥스포드의 새 아침

2015년이 밝았다. 남의 나라 시골 촌구석에 쳐박혀 있으니 오늘이 몇 일 인지 감이 안온다. 9시가 다되서 형부가 문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비몽사몽간에 문을 여니 짬뽕국밥을 두 개 들고 문앞에 서 있는 형부. 각자 방에서 짬뽕국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짐을 정리해서 0910에 만나기로 했다. 창밖을 내다보니 참으로 을씨년스러운 날씨. 부랴부랴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물을 끓여 짬뽕밥을 먹는다.

어제 형부가 가지고 온 우리의 비상식량. 돈도 안들고 시간도 절약되고. 오늘부터 덕을 톡톡히 본다.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서둘러 정리하고 로비로 내려간다.

딸기팀을 기다리는 막간을 이용해 솔이랑 영상 통화. 마침 막둥이랑 아빠집에서 빈둥거리고 있길래 전화로나마 해피뉴이어를 했다. 0930 로비에 모여서 체크아웃을 했다. 프론트 아가씨가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길래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깨알같은 옥스포드 관광 정보를 얻었다.

차는 숙소 주차장에 세워두고 바로 옆 팍앤라이드(Park and Ride)로 옥스포드 조지 스트리트로 가면 된단다. 버스 정류장은 숙소에서 걸어서 한 5분. 바로 옆이다. 무장을 단단히 하고 출발. 마침 막 출발하려고 하는 버스를 잡아탔다. 버스표는 기사님께 바로 끊었다.

어른도 신나는 2층버스

옥스포드 Oxford

옥스포드 중심가라고 할 수 있는 조지스트리트에 내렸다. 날씬 바람 불고 엉망이었지만 너무 예쁜 거리. 골목골목을 정처없이 걷는다.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잔뜩 흐린 하늘이었지만 우리는 아랑곳 없이 그 분위기를 즐겼다.

찍으면 그냥 작품

옥스포드 대학

이제 돌아갈 시간. 엄청 빨빨거리고 다녔는데 다행히 내릴 때 지도를 한장 집어들고 내려서 돌아오는 버스 정류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버스를 타기 전 테스코 익스프레스에 들러 몇 가지 군것질 거리를 샀다.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온 시간 약 11시. 잠시 개인정비 후 12시쯤 코츠월드로 출발.

코츠월드Cotswolds 버포드Burford

오늘의 운전은 어제의 운전보다 훨씬 편했다. 일단 차가 익숙해졌고 낯이니 더 잘보이고 시골 길이라 한적하니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을 했다.

첫번째 마을은 버포드Burford, 옥스포드에서 약 25분 거리로 가장 가깝다. 언니가 옆자리에 앉아서 네비 역할을 해줘서 쉽게 찾아왔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길게 난 큰길을 따라 걸으면서 구경한다. 동화속에 나오는 것 같은 마을.

골목골목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나타난 할아버지. 자기네 집을 구경시켜 주겠다며 문을 열어주었다.

인심 좋았던 할아버지

이 마을은 천년이 넘었고 살고 있는 집은 700년이 된 집이라고. 차분하게 이것 저것 설명해주시는 할아버지. 크리스마스 휴가가 끝나니 가족들도 떠나고 적적하셨나보다. 호주 퍼스에 살고 지금은 6개월 영국에 와 있다고. 자기네 앵글로들은 어디를 가도 살기가 좋다며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을 돌면서 살고 계시단다.

할아버지 덕분에 재미난 경험을 했다. 자 이제 다시 떠나볼까.

코츠월드Cotswolds 버튼 온 더 워터 Bourton-on-the-Water

두번째 마을은 잘 알려진 버튼온더워터 Bourton-on-the-Water. 버포드에서 20여분을 달려 버튼온더워터 타운에 도착했다. 은근히 사람이 많아서 주차할 데를 찾느라 시간을 좀 보냈다.

마을 한가운데 흐르는 밁은 냇물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이동 중이거나 구경하느라 끼니를 놓치기 일쑤다. 오늘도 점심이 늦어졌다. 네이버에서 맛집이라고 해서 들어갔다. 건물도 넘 예쁘고 분위기도 좋았다.

건물만 예뻤던 레스토랑

하지만 음식은 참으로 별로였다. 나는 치킨을 시켰는데 실패. 치킨을 실패하다니 할 말이 없는 레스토랑이다. 다들 주문한 음식에 별로 만족하지 못하고 대충 먹고 나왔다.

레스토랑은 실패했지만 마을은 너무 이뻤다. 특히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도랑(?)이 아주 운치 있었고 특유의 분위기를 가진 오래된 집들과 잘 어울리는 예쁜 마을이었다. 나무, 가로수, 건물, 다리 등 이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는 풍경.

마을을 여기저기 걸어다니면서 감탄하며 동영상과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떠나야 할 시간. 마지막 일정이 남아있기에 서둘러 차를 런던으로 향한다.

런던 도착

두 시간이 좀 더 걸려서 런던에 도착했는데 하루종일 시골길을 달리다가 도심으로 들어오니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오늘도 숙소는 트래블로지. 입구를 찾지 못해서 한참 헤매다가 한 바퀴를 돌고 나서야 찾을 수 있었다.

숙소에 언니네를 내려주고 나는 차를 반납하러. 구글 지도에서 주유소를 찾아보니 바로 길 끝에 하나. 주유를 하고 워털루에 있는 유로 바로 렌트카 회사로 가서 차를 반납했다. 오늘은 휴일이라 직원은 없고 일단 차만 세워두고 키는 내일 반납해야 한다.

걸어서 서덕Southwark에 있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

렌트카를 반납하고 나니 영국에서의 숙제를 다 한 것처럼 속이 후련했다. 이제 씻고 쉬면 딱 좋겠구만 일정이 하나 더 남았다. 딸기랑 뮤지컬을 보러 가야한다. 지금 생각해도 무리한 일정이었다.

위키드 관람

영국의 두 번 째 뮤지컬. 다같이 맘마미아를 보기로 했고 아무도 위키드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딸기가 너무나 강력하게 이 뮤지컬을 보고 싶어 해서 내가 딸기만 데리고 가기로 했다.

예약을 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딸기가 너무나 보고 싶어하는 공연이라 좋은 자리에서 보여주고 싶었지만 나는 구지 그러고 싶지 않았던거다. 게다가 괜찮은 좌석 표 한 장이 네 명이 맘마미아 보는 것 보다 비싸다는 것을 알고 나니 선뜻 결제하기가 망설여졌다.

언니랑 상의 끝에 딸기는 좋은 자리에 앉히고 나는 가장 싼 자리에 앉기로했다. 그래 어차피 공연은 혼자 보는거야. 그래서 딸기는 B열 가운데, 나는 C열 사이드. 딸기의 소원은 풀어주고 111파운드로 두 자리를 결제를 했다.

19시가 다 되어서 숙소를 나섰다. 아폴로 빅토리아 시어터에 공연 5분 전에 가까스레 도착했다. 난 힘들어 죽겠는데 좋아 죽겠는지 신나서 에너지가 넘치는 우리 딸기.

공연장은 애들로 붐볐다. 생각 같아선 차라리 밖에서 커피 마시면서 기다리고 싶은 심정. 딸기 자릴 찾아주고 난 내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몇 개의 머리 너머로 딸기 머리가 보였다.

공연 시작. 뭔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왔으니 재미도 기대도 있을리 없다. 처음엔 잘 보다가 중간부터 졸기 시작했다. 노래는 엄청 잘하는데 뭔 내용인지 잘 모르겠더라. 미리 예습이라도 하고 올껄 그랬나 생각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냥 맘편하게 잤다. 자다가 깨어보니 클라이막슨가 보다. 배우가 목청 높여 노래를 하고 있었다.

공연이 끝났다. 잠에서 깬 나는 어벙, 딸기는 감격에 젖은 표정. 딸기는 재밌게 본 것 같다. 다행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서덕Southwark역에 내리니 비가 오고 있었다. 후다닥 뛰어서 숙소로. 아 정말 정말 피곤한 날이었다.



Topic: europe-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