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종일 루브르 박물관
- 저녁엔 샹젤리제, 개선문 야경
영상
루브르 박물관
샹젤리제, 개선문 야경
루브르 박물관 Louvre Museum
오늘은 루브르 박물관에 가는 날. 프랑스는 해가 늦게 뜨는지 9시가 다되야 환해진다. 8시에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화장실도 하나에 아침을 해 먹고 치우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여행지에서 삼시 세끼를 챙겨 먹는 것 자체가 아주 큰 일이다. 두 끼만 먹거나 간단히 먹으면 좋겠는데.
오늘 기온이 영하라고 해서 단단히 여미고 숙소를 나섰다. 숙소가 있는 길은 나름 분위기 있는 길이다. 파리의 촉촉하다 못해 축축한 아침 공기를 맞으며 우리는 걸어서 박물관까지 걷기로 했다.
북쪽으로 걷다가 템즈강을 건너니 바로 루브르 박물관이다. 10시쯤 입장을 해서 실내에서 움직이기 편하게 옷도 맡기고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5개 빌렸다. 각자 찢어져서 보다가 오후 두 시에 만나기로 했다.
나는 오디오 가이드를 따라서 박물관의 중요 작품만 보기로 했다. 지도가 없이 이리저리 해매다보니 왔던 곳을 또 오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보니 몸이 너무 피곤해졌다. 역시나 계획없이 다니는 동선은 이런 결과를 낳는다. 삽질이라고도 한다.
안되겠다 싶어 박물관 지도를 한 장 구해서 파악한 후, 오디오를 들으면서 다니니 그때부터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큰 그림을 보아야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 있다. 그래야 동선을 최적화 하고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어디서든 지도가 필수다.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어서인지 작품 앞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진을 찍지 못하게 했다면 사람들이 제대로 작품을 감상하지 않았을까?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 가나의 결혼식(Les Noces de Cana) 그 크기에 놀랐다
밀로의 <비너스상>
유리 안 <모나리자> 앞의 이 많은 인파를 보라
두 시가 다되서 로비로 내려가니 다들 배가 고팠는지 약속시간에 잘 맞춰왔다. 나가서 먹을까 하다가 왔다갔다 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먹기로했다. 식당에 가보니 사람은 북적북적 많은데 먹을 것도 없고 그나마 있는 메뉴는 비싸기만 하다. 난 시간 낭비 돈 낭비를 감당하는 대신 그 시간에 하나라도 더 보기로 했다.
나는 왜 작품의 뒷모습을 찍었을까?
모두들 밥을 먹고 나는 혼자 올라가서 리셀리관 2층의 작품들을 감상하는데 에너지가 없어서인가? 계단을 오르는데 힘이 들고 발이 무거웠다. 여행의 피곤함인지 배가 고픈건지 카페인 금단 증상인지 모르겠지만 다시 내려가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오후에는 5시에 만나기로 했다. 시간이 별로 없는데다 오디오 가이드의 배터리까지 없어지니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참으로 어마어마했던 박물관
하루종일 박물관에 있었는데 결국 다 둘러보지 못하고 주요 작품들만 감상하는 걸로 만족해야했다. 겨울이도 너무 아쉬워하며 다음에 박물관만 보러 다시 와야겠다고 했다.
나는 오전에 우왕좌왕하며 넘 시간을 많이 보낸것이 아쉬웠고 미리 공부를 하고 계획성 있게 움직였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그래도 루브르엔 다시 오고 싶지는 않다. 다시 온다면 공부를 좀 하고 오던가.
나오니 이미 어두워진 시간. 유리로 된 박물관 지붕 앞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개선문으로 향했다.
샹젤리제 거리 Champs-Élysées
다음 일정은 샹젤리제 거리와 개선문. 박물관에서 자로 잰 듯 일자로 놓여있기에 그냥 쭉 직선으로 걸어가면 된다. 구글지도를 보니 뭘 타고 가기도 애매한 거리라 걷기 시작했다.
박물관 앞의 큰 공원을 지나고 콩코르드광장Place de la Concorde을 지나자 샹젤리제 거리가 시작되었다. 어둡고 아무것도 없던 길이 갑자기 휘황찬란한 명품가 분위기로 바뀌었다.
하루종일 박물관에서 걸어다녀 무거워진 다리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더 무거워졌다. 하지만 얼마나 걷고팠던 샹젤리제인가. 피곤했지만 ‘오 샹젤리제~‘를 부르며 열심히 걸었다.
중간중간 상점을 구경하기도 하고 아픈 발바닥을 쉬어주기 위해 폴 제과점에 들렀다. 딸기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였던, ‘바게뜨빵 옆구리에 끼고 샹젤리제 거리 걷기’도 완료.
개선문 Arc de Triomphe
멀리서 보이던 개선문에 점점 가까워졌다. 대로 한복판에 있는건 남대문이랑 비슷한데 뭔가 위풍당당한 또 다른 아우라. 개선문에 올라가서 보는 파리 야경이 오늘의 마지막 일정이다.
위풍당당 개선문
지하도를 내려가 입구를 통해 개선문 전망대로 올라간다. 우리는 뮤지엄패스로 바로 통과. 원형 계단을 뱅글뱅글 미친듯이 올라 옥상에 올라가니 파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멀리 남쪽으론 꼭대기가 구름에 가려진 에펠탑이 보였다. 파리는 뭐니뭐니해도 야경이구나.
360도로 펼쳐진 파리 시내. 개선문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은 12개의 도로에 입이 딱 벌어졌다. 신호도 없는 12갈래 교차로에 엉켜있는 차들을 한참동안 구경했다. 마치 장난감이 움직이듯 꼬물꼬물.
사고가 안나는게 신기할 정도
나는 보았다. 모두가 야경을 즐기는 동안, 언니가 구석에서 혼자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집에 갈 경로를 연구하는 것을. 듬직한 가이드가 있어서 다행이다.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전망대를 내려와 전시관을 한 번 둘러봤다. 떠나기 전 개선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고 지하철 역으로.
숙소에서부터 걸어왔으니 파리에서 처음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다. 까르네라고 하는 지하철 1회권을 10장 묶음을 하나 샀다. 중간에 한 번 환승하고 Varenne역에서 내려서 좀만 걸으면 숙소.
유난히 천장이 낮아 답답하게 느껴졌던 지하철 역사
오늘은 형부가 저녁 준비를 했다. 아침 저녁을 집에서 해먹으려니 번잡스럽긴 하지만, 하루를 마치고 둘러앉아 떠들 수 있으니 소중한 시간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 언니는 빨래를 돌린다고 망가진 세탁기를 붙들고 씨름했지만 난 침대에 몸이 붙어버린 것처럼 꼼짝 할 수가 없었다. 레드썬.
Topic: europe-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