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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1탄 #09 노트르담 성당, 몽마르트 언덕, 에펠탑 야경
6 Jan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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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노트르담 성당

에펠탑 야경


노트르담 성당 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

오늘은 원래 베르사이유 정원을 가려고 했는데 겨울이라 볼 것이 없을 것 같아서 일정을 변경, 시테섬에 있는 노트르담에 가기로 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9시 반쯤 숙소를 나섰다. 왠지 모르게 포근한 날씨.

가다가 베이커리에 들러 빵을 좀 샀다. 주인 아줌마 어찌나 심드렁한지. 바게뜨 빵을 씹으며 PER역으로. 노트르담은 숙소에서 멀지 않지만 어제 많이 걸었으니 오늘은 PER을 타기로 했다. 타고보니 신기한 2층 열차. 하지만 타자 마자 내려야 한다.

노트르담은 10시에 오픈. 우리는 서두른다고 10시 15분에 도착을 했는데도 줄을 서서 약 15분을 기다려야 했다. 전망대도 아닌 성당 옥상엘 올라가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줄을 길게 선 이유는 뭘까.

멀리서 봐야 좋은 노트르담 성당

곧 이유를 알게 되었다. 관람 시스템이 사람들의 흐름을 타고 쭉 움직이는게 아니라, 올라가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다. 좁고 꼬불꼬불한 계단을 반 쯤 올라가서, 앞 팀이 관람을 마치고 내려올 때까지 거기서 기다려야 한다. 느릴 수 밖에 없고 줄이 길 수 밖에 시스템.

2층에서 꼭대기로 연결된 계단은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계단. 올라가서는 건물 둘레로 난 통로를 통해 걸으며 철조망 사이로 풍경을 감상한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풍경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날이 흐려선지 감흥이 덜하다. 뭐한다고 그 줄에 서서 여길 올라왔나 시간이 아까웠다.

내려오니 우리가 서 있을 때 보다 줄이 더 길어져 있었다. 가서 완전 별로니까 그냥 가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노트르담은 그냥 아래서 보는걸로 충분했다.

성당을 내려오니 동선이 성당 안으로 이어졌다. 성당 실내를 한 바퀴 돌며 구경. 스테인드 글라스가 알록달록 반짝거리고 있었지만 위에서 받은 짜증 때문에 딱히 감동이 없었다.

성당앞에서 사진을 찍고, 1km쯤 떨어진 퐁피두 센터로 향했다. 센느강을 건넜다. 가는 길에 길에서 파는 뉴텔라를 치덕치덕 바른 크레페도 사먹었다. 오늘 특별히 예약해둔 일정이 없기에 시간이 좀 여유가 있다. 간만에 느껴보는 여유.

퐁피두 센터에 도착을 했는데 마침 딱 쉬는 날. 갑자기 딸기가 오줌이 마렵다며 난리가 났다. 송가족이 화장실을 찾는 동안 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한잔 마셨다.

몽마르트 언덕 (사크레 쾨르 성당 Sacré-Cœur, 떼르트르 광장 Place du Tertre)

샤틀레 레 알 역에서 메트로를 타고 약 10분. Château Rouge에 내려서 좀 다 올라가니 사크레 쾨르 성당의 옆구리로 들어가게 되었다. 성당 안에 들어가서 휘 둘러보고 나왔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뭔가 이상한 분위기. 경찰인지 단속반인지 성당 앞에서 보따리를 펴놓고 장사를 하던 흑인들이 짐도 못챙기고 달아나느라 난리였다. 그 중 한명이 붙잡힌 것을 보고 언니는 불쌍하다며 눈물을 찔끔 흘렸다.

그 장면만 보면 잡힌 흑인이 불쌍하지만 잡상인들을 잡느라 뛰어다니는 경찰들도 불쌍하다. 잡상인들로 인해 시달리는 관광객도 불쌍하다. 세상은 그렇게 굴러간다.

성당 앞에서 신나게 사진을 찍고 바로 옆에 있는 떼르트르 광장으로. 예술가들이 모인다는 몽마르뜨 언덕의 그곳이다. 너무 예쁜 그림들이라 한 장 사고 싶었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기에.

떼르트르 광장

예술가들의 작품을 구경하고 상점에서 기념품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

걷기

다음 목적지는 한국 마트. 왜 한국마트에 가야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언덕을 내려와 스텡케르크 거리를 지나 남쪽으로 계속 내려왔다. 한 시간 정도 걸었나? 힘들어 쓰러지기 일보 직전에 에이스 마트에 도착. 두부 김치 라면 과자등 €22.74어치 장을 봤다. 지친몸을 과자로 달래 간신히 숙소로.

스텡케르크 거리

오늘도 열심히 걸었어요

길을 잘못 들어서 좀 돌아야 했지만 처음으로 환할 때 숙소로 들어온 날이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언니랑 둘이 고기를 사러 숙소 근처의 정육점에 들렀다. 소고기를 사려고 했는데 beef라는 단어도 못알아 듣는 할배들. 손가락을 머리에 대고 ‘움메’해서야 간신히 뜻이 통했다. 소고기 한덩어리를 사서 숙소로.

그렇게 산 소고기 덩어리

숙소 1층에서 산 야채로 샐러드를 만들고 손짓 발짓으로 사온 소고기를 굽고 한국 마트에서 사온 김치를 풀었다. 매일 저녁이 진수성찬이다.

에펠탑 Eiffel Tower 야경

저녁 일정인 에펠탑 야경을 보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다. 저녁을 먹고 좀 쉬면서 내일 계획을 세웠다. 그래 여행이 이런 맛이 있어야지. 구글링 중에 근처에 까르푸가 있다는 것을 알고 8시15분에 집을 나섰다.

며칠째 날이 흐려서 에펠탑의 형상을 제대로 못봤는데 오늘은 다행히 날이 개어서 에펠탑이 꼭대기까지 다 보인다. 까르푸에 들러 장을 보고 신나게 걸어서 에펠탑으로.

오늘은 에펠탑을 멀리서 보는게 아니라 에펠탑을 올라간다. 쌩 쇼를 하긴 했지만 석 달 전에 티켓도 예약했다. 먼저 멀찌감치서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실컷 찍고 예약한 시간인 22시에 맞춰서 줄에서서 입장.

야경이 내려다보이니 급 흥분. 개선문에 올랐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 밀려왔다. 역시 파리는 야경이다. 2층에 있다가 꼭대기인 3층으로 올라갔다. 모두들 얼마나 좋은지, 특히 언니는 난간에 매달려 내려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거의 마지막까지 남아서 파리의 야경을 즐겼다.

쫓겨나듯 에펠탑에서 내려와 송자매는 에펠탑 모형의 열쇠 고리를 사고 형부는 현란한 불빛이 나오는 레이저를 하나 샀다. 숙소에 돌아와서도 쉬 꺼지지 않는 에펠탑의 감동. 찍은 사진을 보고 또 보고, 에펠탑 모형에 불을 밝히며 그 여운을 함께 나눴다.



Topic: europe-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