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베니스 탐험
무라노 섬 1
무라노 섬 2
송자매 무라노
베니스의 첫 아침
다른 나라가 아닌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그 설레임으로 눈을 떴다. 마치 내 집인냥 잠옷 차림으로 나와 아침을 먹는다. 커피 한 잔과 식빵 두 조각 그리고 씨리얼에 요거트 하나를 먹고나니 배가 불렀다.
커다란 식탁에 앉아 홀로 아침의 고요를 즐기고 있으려니 언니가 나왔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깼나보다. 송자매를 깨워 아침을 먹이고 9시가 되기 전에 집을 나섰다.
부라노 Burano 섬
무라노 섬을 가기 위해 우리는 선착장으로 향했다. 꼬불꼬불,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골목. 구글맵이 없었다면 이 미로같은 섬에서 수없이 헤맸을게 분명하다. 분주히 움직이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사진을 찍어가며 천천히 선착장으로 이동.
무라노로 가는 12번 배시간은 0948, 약 20여분의 시간이 남았다. 골목길로 들어가서 발길 닿는데로 걸으며 사진 놀이. 흐린 날씬데 어디를 찍어도 엽서다.
우리는 부라노 섬을 먼저 가기로 했다. 무라노 섬은 본 섬으로 오는 길에 둘러보기로. 45분쯤 지나 부라노 섬에 도착했다. 아침 햇살을 받은 부라노섬의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이 평화로움을 즐기기 위해 우린 사람들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들어섰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함
특별한 관광지나 유적지 같은 명소가 있는게 아니라 섬 자체가 볼거리인 부라노 섬. 색색의 건물들 사이로 걸어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도로 대신 물이 흐른다. 차가 없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평화롭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풍경이라 이렇게 신기하고 설레고 좋은가보다. 너무나 현실적이지 않은 느낌. 그리고 보니 부라노 섬에 들어올 때의 느낌이 마치 투르먼쇼의 세트장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가짜여도 상관없을, 그러나 가짜일리 없는 이 풍경.
거의 섬을 한바퀴 다 돌고나서 각자 돌아다니다 광장에 있는 기념품 샵에서 만났다. 거리에 놓여진 테이블에 앉아 막둥이 생일카드를 쓰고 각자 쇼핑한 아이템을 자랑하며 휴식.
무라노 Murano 섬
다시 배를 타고 본 섬으로 돌아가는 길에 무라노 섬에 잠시 들렀다. 부라노 섬이 봄이라면 무라노 섬은 가을. 무채색의 옷을 입은 약간은 점잖은, 부라노의 형같은 섬이랄까. 무라노 섬은 유리공예로 유명한 곳인데 안타깝게도 난 그런 것엔 관심이 없다. 부라노 섬에서의 황홀함으로 충만했던 우리는 큰길을 한 번 왕복하며 상점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산마르코 광장 St. Mark’s Square
다시 바포레토를 타고 베니스 본 섬으로 돌아왔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 훨씬 지났다. 꼬불꼬불 길을 걷다 적당한 로컬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모두 무난한 파스타를 주문했고 겨울이는 먹물 파스타에 도전했다. 입에 짜장인지 먹물인지를 시꺼멓게 묻히고 좋아라 웃는 송겨울. 너야말로 정말 이 여행을 즐기고 있구나.
영국, 프랑스에 비하면 먹을 것도 많고, 스위스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이탈리아의 음식들. 아니 어쩌면 먹을게 많다기 보다는 우리 입맞에 익숙한 음식이 있다고 하는 게 맞겠다. 만만한 파스타였지만 모두가 만족스럽게 점심식사를 마쳤다.
점심을 먹고 산마르코 광장에 가서 젤라또도 하나씩 사먹었다. 넓은 광장은 비둘기 떼와 사람들로 꽤 관광지 분위기가 났다. 어제 밤에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었다.
탄식의 다리
산 조르지오 마조레 San Giorgio Maggiore 성당
우리는 2번 바포레토를 타고 산 마르코 광장 건너편으로 건너갔다. 베니스의 관광 명소 산 조르지오 마조레 성당에 가기 위해서다. 성당 보다는 성당 종탑에 올라가서 베니스 본섬을 내려다 보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다.
건너오니 조용해졌다. 금방 저기 건너편에 있었는데. 하얀 성당 건물 때문인지 이 도시의 몽환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평화로움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같이 내린 몇몇 관광객은 먼저 성당으로 들어가고 우리는 성당 주변을 좀 걷다가 입장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360도 파노라마로 주변이 내려다보였다. 쉽게 떠날 수 없는 풍경. 한참을 종탑 꼭대기에서 머물렀다.
어느새 어두워졌다. 다시 산 마르코 광장으로 돌아와 어느새 조금 익숙해진 골목을 따라 상점을 구경하며 쇼핑. 딸기는 어느 상점에서 깃털이 달린 펜촉에 꽂혔다. 아직 해리포터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나보다.
오늘 저녁 메뉴도 파스타. Dal Moro’s Fresh Pasta To Go.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 테이크어웨이 파스타다. 얼마나 유명한 집인지 가게엔 들어갈 틈도 없고 골목까지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면과 소스와 토핑을 직접 고르면 바로 만들어서 종이상자에 넣어준다. 컵볶이의 베니스 버전이랄까.
즉석 파스타
숙소로 돌아오니 앞 방에 한국 커플이 들어와 잠시 얘기를 나눴다. 내일 떠나야 함을 아쉬워하며 거실에 앉아 누리지 못한 숙소를 누려본다.
멋진 풍경과 맛과 즐거움이 있었던 베니스. 내일은 이곳을 떠나 이탈리아의 또 다른 도시 피렌체로 간다.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이는 이름 피렌체. 아 아쉽지만 설렌다.
Topic: europe-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