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y Me
Debbie 한국 방문 #1 남한강 자전거길
6 Jun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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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0605 일 서울 출발 덕소까지 48km 라이딩. 모텔 숙박.
  • 160606 월 덕소에서 여주까지 67km 라이딩. 모텔 숙박.

서울 출발 덕소까지

토요일 밤의 과음으로 둘 다 몸상태가 말이 아니었지만 예정대로 출발하기로 했다.

게으름을 피우다가 짐을 정리하고 10시가 다되서 집을 나섰다. 해가 이미 중천에 떴다.

홍제천을 따라 달리는 중.

홍제천 따릉이 벨도 하나 샀다.

한강에 도착.

데비는 뻗었다.

열심히 밟았지만 평속 15km도. 오늘 여주 이포보 정도는 갈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이포보는 고사하고 이 속도로는 오늘 서울을 벗어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다시 달린다.

한강변으로 늘어선 아파트촌이 신기하기만한 데비. 어떻게 이렇게 끝도 없을수 있냐며. 나야 늘 봐오던 풍경이라 아무렇지 않았지만 호주에선 이런풍경을 보기 힘들다.

평화로운 이곳은 구리시계쯤? 풍경은 고요하고 아름답지만 즉 바람이 한점 없다는 소리요 우리는 땡볕에 노출되었고 힘들어 죽겠다는 소리다.

많은 사람들이 끌바를 하던 이 언덕. 깔딱고개.

새로산 자전거도 무겁고 짐도 무겁고 몸도 무겁고 힘들어 죽겠다고 투덜거리던 데비는 결국 이 깔딱고개에서 선언했다.

“I can’t ride.”

좀 기운을 차리고 양평까지라도 달려줬으면 했지만 정말 더 이상 갔다가는 길바닥에 드러누울 기세였다. 근처에 숙소를 잡기로 했다.

깔딱고개에서 말을 걸어 온 아저씨가 도와주고 싶은지 앞장을 섰다.

멀리 온것 같지만 이제 서울을 막 벗어났을 뿐.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덕소역 근처의 허름한 여관방을 잡았다. 첫날부터 엉뚱한 여관 신세라니 ㅋ. 그 와중에 자전거를 잃어버릴까봐 모텔의 3층까지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

덕소역 로즈 모텔. 48km 달리고 오늘은 여기서 시마이.

데비에게 지금이라도 원하면 전철을 타고 집에 갈 수도 있다고 하니, 오늘 엄청 열심히 달렸는데 아직 서울이냐고. 망할 서울 왜 이렇게 크냐고. 뭐 엄밀히 따지면 서울은 아니지만 ㅋ.

정말 여행을 이렇게 접고 집에 가야하나 걱정했는데 다 죽어가던 데비는 샤워를 하고 숙소 앞에서 뼈해장국을 한그릇 먹고 나더니 이내 기운을 차렸다.

덕소에서 여주까지

둘째날 월요일. 아침에 덕소의 모텔방에서 누룽지를 끓여먹고 출발.

몸상태를 생각해 일찍 시작해서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달려 무조건 2시 이전에 라이딩을 끝내기로 했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맞으며 달리는 남한강길. 데비도 어제보다 훨씬 나아졌다. 중간중간 내려서 사진도 찍으면서 쉬엄쉬엄 달린다.

한시간 정도를 달려 능내역에 도착했다. 커피도 마시고 화장실도 가고 쉬었다 가기로.

옆 테이블에서 식사중인 아저씨가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걸 보자 기겁하는 데비.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린다며 ㅋ

잠시 쉬었다가 다시 출발. 능내역에서 연결되는 남한강 자전거길은 자전거가 있으면 무조건 달려야 하는 길이다.

예상치 못했던 업힐. 오르막의 끝에서 각자 게토레이 일 병 원샷.

어느새 멀리 이포대교가 보인다.

마지막 업힐에 심신이 지친 우리는 오늘은 여기까지 달리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번 여행 중에는 가능하면 그 지역 특유의 음식을 먹되 일부러 음식점을 찾아 헤매며 시간을 보내지는 않기로 했다.

일단 자전거 도로를 나와 시내로 나왔지만 딱히 떠오르는 음식이 없었다. 이런 경우엔 사람이 가장 많은 식당을 고르면 대부분 성공이다.

마침 사람이 많은 식당을 발견, 막국수 집이었는데 번호표까지 받아야할 만큼 붐비는 곳이었다. 다행히 대기시간은 5분.

점심 메뉴는 막국수. 표정은 심각해 보이지만 맛있게 먹는 중이다. 주전자에 담긴 육수를 뷰티풀이라며 아주 맛있게 먹었다.

점심을 배불리 먹고 캠핑을 할 생각으로 이포보 캠핑장으로 왔다. 오늘 달린 거리 약 50km. 일찍 시작해서 일찍 끝났다.

관리소에 사람은 없길래 일단 땡볕을 피해 나무 그늘 아래 텐트를 쳤다.

짐을 풀고 누워서 빈둥거리다 샤워를 하고 오피스에 갔더니 직원은 일단 텐트를 지정된 곳으로 옮겨야 하고 우리의 텐트가 두 개니까 사이트 두 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단다. 머라?

우리가 사람 다니는 길에 텐트를 친 것도 아니고, 텅빈 캠핑장 구석 나무 아래 코딱지만한 텐트를 두 개 쳤을 뿐인데 멀쩡한 텐트는 왜 옮겨야 하며 싸이트는 왠 두 개? 별.

직원이랑 티격태격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매니져란 사람까지 와서 되도 않는 소릴 하길래 우린 결국 철수를 하기로 했다. 그돈을 내느니 차라리 숙소를 잡지 뭐한다고 텐트를 치나.

우린 샤워도 했겠다 빨래도 했겠다 잠시 쉬며 상쾌하게 재충전 후 여주까지 17km정도를 더 달리기로 했다.

상쾌한 기분으로 여주로 가는 중. 활주로 같았던 이곳은 뭐하는 덴지 모르겠다.

어딜 갈지 얼마나 갈지도 애초부터 계획이 없었기에 모든 일정은 그 다음날까지만 정하기로 했는데 업힐포비아 데비는 이화령을 넘어야 한다는 소리에 기겁을 하고 버스를 타고 넘어가자고 했다. 이왕 버스탈거 그럼 동해쪽으로 넘어가볼까?

여주 종합 터미널에 도착해 다음날 아침에 강릉으로 가는 표를 예매하고 터미널 앞에 있는 모텔을 잡았다. 널찍한 공간에 안전하게 자전거도 들여 놓을 수 있고 쾌적한 샤워시설과 시원한 에어콘이 있는 모텔이 4만원. 생각할수록 괘씸한 캠핑장같으니라고.

Feel Motel이라는 이름에도 한참을 웃더니 모텔의 제품 세팅이 신기한지 데비는 계속 사진을 찍었다.

저녁은 닭갈비. 오랜만에 먹는 닭갈비는 여전히 맛있었다.

오늘 달린 거리 총 67km. 내일은 동해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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