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613 월 부산에서 목포로 이동 후 밤배 타고 제주로
- 160614 화 서귀포 집에서 하루 휴식
일본에서 돌아와 제주로 가는 길은. 원래는 부산에서 제주로 바로 배를 타고 갈 계획이었으나 부산 제주간 여객선 운항이 중단된 관계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여수, 장흥, 완도, 목포 등 제주행 여객선이 있는 여러 도시를 비교한 결과, 목포로 버스를 타고 가서 거기서 배를 타기로 결정했다. 부산에서 목포까지 버스로 4시간. 하루 목포를 둘러보고 밤12시30분 배를 타고 제주로 넘어가는 일정이다.
마지막으로 버스에 자전거를 싣는다. 오늘은 앞바퀴를 뗐다.
목포는 항구다.
부산에서 버스를 타고 4시간을 달려 목포에 도착했다. 한번 와봤다고 익숙하다. 점심을 먼저 먹고 목포 시내를 둘러보기로 하고 터미널 옆골목에 있는 기사식당에 갔다.
데비가 경주에서 비빔밥을 먹을 이후로 계속 비빔밥 노래를 하길래 비빔밥을 시켰는데, 음식은 딱 기사식당 만큼의 양과 질. 배가 고프니 그냥 먹었다.
어느새 오후로 접어들고 햇님도 머리 꼭대기로 올라왔다. 우린 자전거를 타고 분수공원으로 향했다.
목포는 자전거로만 세번짼데 두번 다 지나쳐가는 짧은 라이딩이었기에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목포를 자전거로 여행하겠다고 마음 먹고 나니 가장 먼저 신경이 쓰인게 자전거 도로였다. 지도엔 자전거 도로라고 나있는데 그 상태가 참으로 메롱이었다. 포장이 다 깨지고 갈라진 건 말할 것도 없고 울퉁불퉁 개판. 자전거 도로를 비롯하여 도보 역시 전혀 관리가 되고 있지 않아 보였다.
지금까지와의 여느 다른 도시와는 다른 분위기. 마치 유령도시와 같은.. 죽어가는 도시랄까. 길에는 사람도 없고, 분위기도 칙칙하기 짝이 없다. 내가 느낀 걸 데비도 그대로 느꼈나보다. 이 도시 좀 이상하다고. 지저분하고 냄새나고 태국 어디 시골처럼 칙칙하다고 했다.
햇볕이 뜨겁기도 했지만 도시가 주는 우울한 기분에 지쳤다. 우리는 이 우중충한 도시에 대한 흥미를 금방 잃어버렸다. 목포 구경은 여기서 접고 남은 시간까지 숙소를 잡고 쉬기로 했다. 볼것도 없는 곳에서 땡볕에 고생하느니 시원하게 샤워하고 맥주나 마시자고~! 목포는 항구다라는 말이 딱맞는 것 같다. 목포는 그냥 딱 항구다.
한가로운 목포의 오후
페리 터미널로 직행해서 여객 터미널 근처의 다도해모델에 방을 잡았다. 말이 모텔이지 허름한 여관 수준이다. 한 켠엔 이불이 게어져 있고 선풍기가 돌아가는 아주 촌스러운 여관방. 하지만 넓직한 방이 왠지 편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여관방에 누워 제주에 도착후 남은 일정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서귀포에서 시작해서 한바퀴를 도는게 가장 이상적인 경로였지만 제주에서 서귀포까지 어떻게 갈지가 문제였다. 리무진에 자전거를 싣는것은 무리. 우리 속도로 해안도로로 자전거를 타면 이틀, 산간도로로 가면 짧긴 했지만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하니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산간도로는 데비가 강력하게 거부 의사를 밝혀 자전거보다는 차량으로 이동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내가 몇군데 콜택시 회사에 전화를 해서 택시비를 흥정하는 동안 데비가 나가서 맥주를 사가지고 왔다. 제주시에서 서귀포까지 점보택시를 6만 5천원에 쇼부 봤다.
여관 앞에서 맥주마시기. 이순간이 우리가 목포에서 아름다웠다고 기억하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또 한가지 목포에서 안좋았던 기억은 바로 아구찜. 아구찜에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우리 둘의 식성에 맞지 않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먹을게 정말 아구찜 뿐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전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데비에겐 한국에서 먹은 최악의 음식이었고 나에게도 가격대비 최악의 음식이었다.
저녁을 먹고 들어와 배시간까지 늘어지게 쉬기. 뒷모습은 딱 독거노인.
페리시간은 자정이 넘은 시각이지만 보딩은 두시간 전인 22시30분 부터 시작한다. 체크인도 해야하니 10시쯤 일어나서 숙소를 나섰다. 여관 일층 방에 넣어놨던 자전거를 꺼내어 타고 터미널로 이동.
지난번에는 개찰을 하고 나서 자전거를 타고 배 뒤쪽으로 이동했는데 이번엔 자전거를 먼저 싣고 와서 개찰을 받으라고 했다. 자전거를 실으러 가니 예상보다 많은 자전거.
페니어를 애깨에 매고 계단을 힘겹게 올라 배정받은 방으로 직행. 바로 방으로 직행. 밤새 더워서 굴러다니느라 잠을 제대로 못잤다.
제주. Sweet Home.
페리는 6시에 제주항에 도착했다. 어제 예약한 점보택시 기사님과 접선을 해서 자전거를 차에 싣고 서귀포로 달리기 시작했다. 좀 조용히 쉬고 싶었는데 기사님 어찌나 말씀이 많으신지. 게다가 같은 성씨라고 삼촌같은 마음으로 오는 내내 쉬지 않고 떠드시는 통에 지루하진 않았다.
집이다. 내집에 왔다. 꼴랑 일주일 살아놓고 그래도 내집이라고 집에 오니 맘이 편하다. 며칠동안 화장실을 못갔는데 집에 와서 시원하게 비웠다.
빨래하기 딱 좋은날.
또는 낮술 마시고 빈둥거리기 좋은날?
아침은 청진동 해장국에서 뼈해장국을 먹고, 점심은 집앞에서 사온 왕만두로 해결했다.
내가 집에서 빈둥거리는 동안 데비는 동네주민인냥 혼자 솜반천에 다녀왔다.
오후에 올레시장을 구경하고 아랑조을 거리에서 솥뚜껑 오겹살을 먹었다.
하루를 푹 쉬는동안 제주 일주 계획도 짜고 짐도 정리했다. 지난 몇일간 깨달음이 있었던 데비는 제주 일주를 위해 짐을 대폭으로 줄였다. 이제 훨씬더 가볍게 달릴 수 있게 되었다.
Topic: debbie-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