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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bbie 한국 방문 #6 제주 (서귀포 · 섭지코지 · 우도)
23 Jun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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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0615 수 서귀포 출발 섭지코지까지 라이딩. 섭지코지 야영장 캠핑
  • 160616 목 섭지코지 출발 성산일출봉. 우도. 하고수동 민박

출발

공식적인 제주 여행의 시작. 4박 5일의 일정이다.

수요일 아침. 7시 출발.

아 상쾌한 제주의 아침 공기. 아 근데 출발하자마자 생각났다. 울렁꿀렁 힐구간이었다는 것을.

서귀포 중앙 로터리를 지나 정방폭포를 가장 먼저 들렀다. 아직 문을 열기 전이라 매표소에도 사람이 없었다. 늘 복잡했었는데 아침에 일찍오니 정방폭포를 독차지 하는구나!

오늘 달리는 구간은 지난번 여행중에 내가 가장 맘에 들었던 구간이기도 하다. 도로를 벗어나 꼬불꼬불한 마을길을 달리기도 하고 해안 도로를 달리기도 한다. 크고 작은 언덕이 있지만 딱 할만하다.

쇠소깍을 지나 표선 해수욕장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 간다.

오늘은 섭지코지에서 캠핑을 하기로 했다. 드디어 처음으로 텐트에서 자는 날. 네이버 지도를 캠핑장에 와보니 음. 상황이 안좋다. 샤워장은 공사중이고 캠핑장이라고 하기엔 뭐한 드넓은 잔디밭만 덩그라니. 주변에 숲이 둘러쌓여 있긴 했지만 바람이 세서 밤새 괜찮을지도 걱정이었다.

게다가 밤엔 비소식이 있었다. 우린 일단 최대한 바람이 적게 부는 곳을 찾아 텐트를 치고 비가오기전에 후딱 섭지코지를 다녀오기로 했다.

이날 찍은 사진이 다 날아간 관계로 섭지코지 사진이 없다. 이 사진은 데비가 찍은 사진.

섭지코지는 내가 제주에서 제일 좋아했던 곳인데. 16년이 지난 지금은 완전 관광지로 변해버렸다.

일찌감치 파를 하고 일찌감치 시작된 우리의 Beer O’clock. 편의점 냉장고가 우리의 냉장고다. 저녁시간을 기다리며 낮에 마시는 맥주. 캬.

알딸딸하게 취해서 흑돼지를 먹으러 갔다.

아무도 없는 바다. 아무것도 없었던 바다가 아깐 엄청 심난했는데 배가 부르고 알딸딸하니 먹구름까지도 아름다워 보인다. 바다도 먹구름도 캠핑장도 오늘은 다 우리 차지다.

둘째날

다음날 아침. 6시에 눈을 떠 핸드폰을 켜보니 이상한 화면. 전원을 껐다가 키니 핸드폰이 초기화 됐다. What the f..

사진은 구글포토로 백업을 하고 있었지만 와이파이를 사용했던 일본까지만 백업이 되었고, 월화수 지난 3일간의 사진은 흔적도 없이 사라저버렸다. 믿겨지지 않는 현실에 패닉상태로 두시간 정도를 멍하게 보냈다.

복구 후 처음 찍은 사진. 3일치 사진이 날아가버렸다.

어쨌든 지난간 일은 지나간 일. 돌이킬 수 없는 일은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국기계양대에서 과일과 누룽지로 아침을 해먹고 짐을 정리하고 바로 출발한다.

사실 오늘 계획은 아주 소박하다. 성산까지 약 5km 이동 후, 성산 일출봉을 들렀다가 우도로 들어가 우도를 한바퀴 도는 것 까지.

성산 일출봉. 세상에. 오마이 갓. 제주도에 온 사람들 다 여기 모였나보다. 하필이면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딱 관광객이 가장 많은 시간이었나보다. 주차장을 꽉 채운 관광버스에 놀란 나는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제주에서 꼭 가야할 곳이니까..

성산 일출봉에 올랐다. 데빈 힘들었나보다. 올라갈수록 멋진 풍경에 연신 감탄하면서도 숨을 헉헉댄다.

물을 마시려고 핸들바백 뚜껑을 열었더니 잉? 뭐지. 올라올 때 분명히 물을 가득 채웠는데 물통이 가볍네? 헉. 가방안엔 물이 찰랑찰랑.

물통이 기울어지면서 물이 다 쏟아져버린거다.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오트리브 핸들바백. 방수기능은 정말 최고다. 안에 있던 소지품들이 물에 둥둥 떠있었다. 핸드폰은 다행히 맨 위에 있었고, 밧데리팩도 방수팩에 넣어놔서 화를 면했다.

오늘 핸드폰 리셋에 이은 두번째 패닉. 전자기기들이 멀쩡하니 다행이다. 헛웃음밖에 안나오네. 젠장.

일출봉을 내려와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충전을 하고 근처에 있는 평범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바로 성산항 선착장으로.

배를 바로 타고 우도로 입도. 주말이기도 했지만 지난 4월에 왔을 때보다 사람이 훨씬 많다.

바닷길을 달려

두달 만에 다시 온 우도봉.

검멀레 해수욕장

비양도에 다다랐고 여기서 캠핑을 할까 했는데 데비가 내키지 않는 눈치. 바람이 많이 부는데다 어제밤에 씻지 못한게 영 찝찝한듯 했다.

성산으로 다시 나갈까 하다가 성산은 왠지 복잡할 것 같아서 하고수동 해변에 있는 백악관이라는 민박집에 묵기로 했다.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방을 4만원에 얻었다. 주인 아저씨의 자부심이 아주 대단했던 민박집. 일출때 합방을 하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의(?)방이라며 우리에게 내어주셨다. 어쩌라고 ㅡㅡ;

인터넷을 서핑하며 맘껏 뒹굴댕굴. 서핑은 뭐니뭐니 해도 인터넷 서핑이지 음. 산책을 나갔던 데비가 역시나 맥주를 사들고 들어와서 방바닥에 앉아 맥주에 새우깡을 씹으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냈다.

배가 불러 죽겠는데 저녁을 먹으러 가자니 어쩔수 없이 따라 나섰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주변은 그저 조용할 뿐.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 김밥집 발견. 별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나올 땐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주고 나왔다.

이 김밥은 데비에게 ‘best 김밥 in the world’로 남았다. 그리고 우린 여기를 다음날 아침에 또 갔다.

모두 빠져나간 조용한 바닷가.

조용히 우도의 일몰을 감상하며 하루를 마무리.



Topic: debbie-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