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617 금 우도 출발 이호테우까지 라이딩. 야영장 캠핑.
- 160618 토 이호테우 출발 서귀포까지 라이딩.
고요하고 평화로운 아침. 스피커 소리에 잠을 깼다. 무슨 청소를 한다는 건지 뭔지 몇시까지 어디로 한분도 빠짐없이 나오라고 얼마나 방송을 해대시는지 원. 시골에서는 이런 새마을 운동을 아직도 하는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뒹굴거리다 창밖으로 날이 밝아오는게 느껴져서 창문을 열었다. 다행히 아직 해뜨기 전.
이런 곳에서 일출을 놓칠 수 없지. 바닷가로 나가 해뜨길 기다리는 중. 오늘 구름이 많구만. 글렀네 하고 다시 들어왔는데 마침 일어난 데비 창밖을 내다보더니 Look! 하며 뛰어나갔다.
구름뒤로 떠오른 해. 아 얼마만에 보는 일출이냐. 떠오르는 햇살을 듬뿍 받았다.
오늘은 아침에 좀 여유를 부리기로 했다. 어차피 첫 배가 8시30분에 있고, 우리는 아침으로 어제 그 김밥을 또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5시쯤 일어났지만 일어나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아침을 먹고 슬슬 짐을 싸고 아주 천천히 하루를 시작했다.
어제 갔던 그 김밥집에서 또 김밥을 사먹고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바닷가를 산책. 평화로운 하고수동 해변.
하루밤 편하게 잘 먹고 잘 쉬었다. 이제 슬슬 출발해 볼까. 우도의 아침을 달린다. 환상적인 날씨. 날아갈 것 같다.
선착장에 도착. 조용하다.
출발전 막간을 이용해 티타임. 우도의 땅콩 아이스크림을 빼놓을 수 없지.
안녕 우도.
아침이라 차가 없다. 숨은 자전거 찾기.
성산에 도착. 오늘 너무 여유를 부렸나. 10시. 이미 해가 높이 떠올랐다.
풍경은 어느때보다 아름다웠으나, 오늘 갈길이 멀다.
그렇다고 길에 널린 오징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오징어와 한 컷.
널어놓은 해조류 사이로 달리기.
수국길 달리기
오늘 날씨 환상이다.
입이 귀에 절로 걸렸다.
쩌~ 멀리 월정리가 보인다.
그림이 아름다우니 잠시 쉬었다 가기로. 여긴 세화에 있는 카페겸 게스트 하우스.
월정리에 도착. 한달 살았다고 막 우리동네 같다.
다시 달리던 중, 데비가 길 옆에서 산딸기를 발견했다. 몇개 따먹고 다시 출발.
해안 도로를 벗어나 도로를 달리는 동안은 차구경과 밭구경이 전부다. 마침 밭에서 양파 작업 중. 계속 보고 있으려니 이게 양판지 감잔지.
여기는 함덕 해수욕장. 날이 좋아 아름다운 해변.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바다 감상. 잠시 서호주 어딘가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는 오늘 오전에 여유를 다 써버린 관계로 오후엔 여유가 없다. 달린다.
김녕에서 해안도로가 끝나고 지루한 도로길이 시작되었다.
땡볕이었고, 아스팔트는 뜨거웠으며, 그늘 없는 길을 달리며 우리는 점점 지쳐갔다. 지난번엔 있는지도 몰랐던 작은 언덕들이 태산처럼 크게 느껴졌다.
삼양 검은모래 해변에 도착. 정말 모래가 검다.
이미 체력은 바닥 났지만 어제 많이 못달렸으니 오늘은 제주시를 지나 이호테우 해변까지 달리기로 했다. 바닷가에서 잠시 쉬며 에너지를 보충하고 다시 출발.
제주를 지나가는 마지막 언덕 사라봉 공원이 걱정이었는데 무사히 아무렇지 않게 올랐다. 잠시 쉬어가는 중 발지압 체험.
공항을 지나
열심히 달려서 드디어 이호테우에 도착.
아침에 늑장을 부리다 늦게 시작을 해서 오후 땡볕에 너무 오래 있었기 때문에 도착했을 땐 둘다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조용한 바닷가에서 텐트를 치고 쉴 수 있을거란 우리 생각은 보란듯이 빗나갔다. 거대한 해수욕장은 온갖 상업시설로 넘쳐났고, 사람이 너무 많아 정신 없고 시끄러웠다. 화장실은 더러웠으며(filthy), 곳곳에 쓰레기 더미와 오물들이 눈쌀을 찌뿌리게 했다.
섭지코지와 우도는 정말 평화였는데 여기는 공기 자체가 스트레스다. 결정적으로 제주공항에 들고 나는 모든 비행기 소음을 그대로 들어야 했다. 이게 왠 고문인지. 게다가 캠핑장은 저멀리 보이는 언덕 위. 이미 체력이 바닥난 우리는 서로 아무 말이 없이 왔던길을 돌아 나가 캠핑장으로 향했다.
캠핑장도 해변쪽과 크게 다를 것 없었다. 캠핑장은 이미 텐트로 꽉 차 있었고 차와 사람들로 붐볐다. 쓰레기는 넘쳐나고 화장실은 역겨웠다.
대충 자리를 찾아 한쪽 구석에 텐트를 쳤다. 바닥엔 개미가 극성이었다.
피곤하고 짜증나는 상태로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막 해가떨어지고 있었다.
아 그래도 일몰은 아름답구나.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서 있는 백사장. 진짜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긴 하지만 하나도 반갑지가 않았다. 우린 지금 요란한 조개구이나 토종백숙 같은건 먹을 기분이 아니라구요.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빨리 쉬고 싶었던 우리는 이호테우 해변을 지나 늘어선 식당중에 하나를 골라 들어갔다. 산삼을 넣은 라면을 파는 곳이었다. 오늘 같은날 딱이다. 산삼.
저녁을 먹으며 남은 일정에 대해 얘기하다가 이제 반정도 왔고 100km 정도 남았다고 하니 내일 남은 100km를 달려서 집에 가잔다. 데비가 정말 집에 가고 싶었나보다. 걱정이 되었지만 일단 해보기로 했다. 가는데까지 가보기로.
맥주를 한 잔 더 마시고 텐트로. 눕자마자 기절. 비행기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집으로
오늘은 빅데이. 무조건 집으로 간다. 제주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 포함한 100km를 달려야 한다. 날씨는 개떡같다. 편의점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비장하게 출발.
안녕 이호테우. 멀리 이호테우의 상징 목마 두마리가 보인다. 널 다시 만날일은 없을거야.
상쾌한 아침. 파란 들판을 달리니 기분은 좋다.
멀리 보이는 오르막. 올라가면 엄청 멋질거 같지 않아요? 고개를 돌려 대답하는 데비.
언덕위에 잠시 멈춰선 이유는 저 멀리 돌고래떼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보인다.ㅎ) 한참을 서서 돌고래떼가 헤엄쳐서 이동하는 모습을 봤다. 호주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돌고래떼를 한국에서 보다니. Lucky!
금능을 막 지나 선인장 밭을 달린다.
길은 엄청 지루했다. 그리고 바람이 앞을 막았다. 둘이 대열을 맞춰 딱 붙어서 달렸다. 해안도로고 나발이고 오늘은 무조건 숏컷.
맞바람을 맞고 달리느라 에너지 소모가 컸다. 중간에 편의점에 들러서 영양 보충. 제주 서쪽은 거의 허허벌판인데 다행히 이 허허벌판에 편의점이 있으니 땡큐.
드디어 서귀포시 진입. 이제 반이나 왔나. 서귀포라는 이름만 봐도 반갑구나!
데비가 찍어준 사진. 내 뒷모습은 이렇구나.
12시쯤이 되어 송악산에 도착했다. 관광지가 있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밥집으로 직행. 메뉴는 두루치기. 고기 앞에서는 늘 행복한 데비.
밥까지 볶아 먹었다. 맛있었다. 데비도 손에 꼽았던 음식 중 하나.
멀리 산방산이 보이는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여기서부터 당분간은 전체적으로 오르막 구간이다. 배가 부르니 힘을 내어 출발.
우비를 날리며 산방산을 향해 돌격!
산방산 근처에서 잠시 같이 달리던 자전거 그룹 사람들이 오르막 끝에서 휴식 하다가 마지막 주자 데비에게 박수 세례를 퍼부어 주었다. 짝짝짝!
오르막이 끝나고 한숨 돌릴까 하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없이 반복되는 오르막 내리막. 별것도 아닌데 빗속이라 더 커보인다.
비를 쫄딱 맞고 달린다. 이거 좀 재밌다. 혼자였으면 재미 없었을 것 같다.
진작에 쓰레빠로 갈아신었다. 온몸에 흙탕물이 튀고 오물이 묻었다. 이것이 자전거 여행의 현실.
여행에 아름다운 순간만 있는건 아니다.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고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한다. 모기에 물려야하고 벌레와 싸워야하고 더러운 오물을 뒤집어 쓰기도 한다. 집나가면 고생인데 왜 그 고생을 사서 하고 싶은지는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어쨌든 비속에선 쓰레빠가 최고다.
비속에서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중문에서 빨리 온다고 거리가 짧은 도로를 선택했는데 여기가 지옥이었다. 오르막 내리막 오르막 내리막. 영혼없는 페달질. 아무 생각이 없었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뿐.
드디어 집에 도착. 기념 촬영. 그 와중에 만두집에 들러 만두까지 샀다.
개만신창이가 되었다.
오늘만 100km를 달렸다. 처음은 맞바람이 불어 힘들었고, 나머지 30km는 비를 맞고 달렸다. 마지막 10km는 업힐 난관. 온갖 개고생을 하루에 다 하고 집에 온 시간 1630. 아 집에 오니 좋구나!
무사귀환 축하 건배. 당분간 no more bike다. 이제 휴식.
Topic: debbie-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