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 장석주 생태 산문집
장석주 지음 | 이영규 사진 | 문학세계사
-
삶의 단순화는 내핍과 절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적게 갖고 적게 먹으며, 작은 욕망으로 살 줄 알아야 단순해진다. 그것의 극단은 죽음과 무이이라. 죽음과 무는 형태의 궁극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단순한 삶은 매끈하지도, 쾌적하지도 않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공에 전념하는 좌선이 그렇듯이 단순하게 사는 건 불편한 일이다. 불편하더라도 나는 단순한 삶을 사랑하고 꿋꿋하게 지지한다. ‘단순함 예찬’은 낭비없는 삶을 예찬하고, 참된 기쁨으로 가득 찬 삶을 예찬한다.
-
나는 날마다 사과 한 알씩을 먹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햇볕을 쬐며 걷고, 늘 어떻게 살아야 바르게 사는 것인지를 생각한다.
-
하루종일 어떤 생각들을 하는가? 대체로 사람들은 돈, 자식, 건강, 사업, 연애, 학문, 예술, 출세 따위에 대한 생각들을 하며 보낸다. 그 생각들을 들여다보면, 인생에서 무엇을 중요시하는가, 그 가치의 우선순위를 알 수 있게 된다. 생각은 대체적으로 걱정의 형식을 띤다. 사람은 그가 생각하는 것들 이상도 아니고 이하도 아니다. 사람은 그가 생각하는 그대로 살아가는 법이다.
-
우리 삶은 불가피하게 낭비하는 방식으로 돌아간다. 이것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 절약과 인색함은 돈이나 물자를 아낀다는 점에서 같지만, 절약이 사치와 낭비없는 삶을 위해서 아낀다면, 인색함은 도 그 자체를 위해 아낀다. 절약이 행복을 위해서 검소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라면 인색함은 탐욕에 바탕을 두는 삶의 방식이다.
-
부란 세속적 물질의 넘침을 말하며, 가난은 그것의 결핍이다. 나는 부자도 아니고 가난하지도 않다.
-
다행이다. 내가 큰 부자도 아니고, 엄청 가난한 사람도 아닌 것은. 거문고도 배우지 못하고, 미인과 함께 살지는 못한다 해도 큰 욕심을 버리고 소박하고 단순함을 사랑하는 삶에 기뻐하는 것이 바로 내 행복의 원천이다.
-
에피쿠로스처럼 행복해지고 싶은가? 그렇다면 일하고 사랑하라. 먹고 마시며 즐거워하라. 충분히 즐거웠다면 그 다음엔 명상하고 기도하라. 무엇보다도 단순한 삶에서 행복을 찾으시라. 행복은 작고 조촐한 기쁨으로 채워진 마음에 날개를 접고 내려앉는다.
-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쥐려는 건 욕망의 삶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제 욕망이 부추기는 대로 살아가는데, 이 삶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나’에 대한 집착의 과도함이다. 욕망을 비우고 집착을 그쳐야 한다. 욕망의 삶 반대편에 소슬한 망아의 삶, 하늘이 낸 결을 가진 허심이 있다. 망아의 삶, 그 바탕이 되는 소슬한 허심은 욕심을 그치고 ‘함이 없는 함’에 충실한 삶이다. 나는 그런 삶을 좋아하며 지향한다. 그 길이 친생태주의적이고, 윤리적인 삶의 길이다.
Tag: 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