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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여섯의 여행 #04 기차 타고 국경 넘어 오스트리아로
4 Ja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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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다페스트에서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동하는 날. 오전 7시 40분 열차를 타야한다. 예자매들을 5시40분에 깨워 대충 먹고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0640분에 호스트가 문을 두드렸다. 영수증에 싸인을 하고 숙박부 명단을 급히 적었다. 우리가 걱정됐는지 할배가 앞장서서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줬다.

날씨는 영하 2도라는데 그렇게 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버스를 타고 2 정거장. 혼자였으면 당연히 걸어갔을 거리지만 어제 산 24시간 티켓이 있었기에 버스를 타고 이동.

오스트리아로 열차 이동

역에 도착하니 솔이가 성당처럼 생겼다며 좋아한다. 예약 번호를 기계에 넣고 표를 5장의 티켓을 받고, 0715분에 열차를 탔다. 자리를 찾고 짐을 정리. 세개의 캐리어를 짐칸에 놓고 혹시 몰라 자물쇠를 채웠다. 열차는 정확히 0740에 출발했다. 기차에서 와이파이가 잡혀서 놀랬다.

Budapest-Keleti 에서 Wien Hauptbahnhof
Budapest-Keleti 에서 Wien Hauptbahnhof

티켓 검사를 한 번 했고, 잠시 후에 경찰 몇 명이 지나갔다. 뭔일인가 두리번 거리다가 눈이 마주치자 패스포트 컨트롤이라며 여권 좀 보잔다. 내가 수상하게 생겼나. 입국 도장을 찾는 듯 여권을 뒤적이더니 오케이.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에 접어들었는지 여기저기서 띵띵. ‘Welcome to Austraia’라고 EE에서 문자가 왔다. 국경을 넘자마자 어디선가 또 제복을 입은 한 무리가 여권검사를 한다며 나타났다. 이번엔 전수검사다. 한 명 한명 꼼꼼히 여권을 확인했다. 예의바르고 친절했다. 이들은 다음역에서 내려서 사라졌다.

창밖의 밋밋한 풍경이 지루하던 차에 갑자기 옆으로 눈풍경이 펄쳐졌다.
창밖의 밋밋한 풍경이 지루하던 차에 갑자기 옆으로 눈풍경이 펄쳐졌다.

2시간 40분이 후딱 지나갔고, 열차는 정확히 1021에 빈에 도착했다. 숙소 체크인 시간은 14시. 일찍 체크인을 할 수 없다고 하여 남은 3시간은 벨베데레 왕궁에 다녀오기로 했다. 일단 기차역 무인 라커에 짐을 보관하기로 했다. 다양한 사이즈 중에서 적당한 크기를 찾아 캐리어 3개 백팩1개 짐가방 1개를 차곡차곡 넣었다. 3.5유로로 해결. 이럴 땐 참 알뜰하다.

가벼운 몸으로 맥도날드에 가서 감자튀김을 먹으며 오늘의 일정 브리핑. 왕궁에 가고싶은 자들과, 가고싶지 않은 자들로 나뉘었지만 내일 일정을 고려해 오늘은 다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역 밖으로 나오니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내일 비가 온다더니 그 비가 오늘 눈으로 오는건가. 날이 추워졌다는 신호이기도 하겠지. 눈이 오는 것도 좋고 날이 추워지는 것도 괜찮지만, 내일모레 렌트를 해서 할슈타트로 가야 할일이 걱정이 되었다.

벨베데레 궁전

중앙역에서 10분 정도를 걸어 왕궁에 도착했다. 커다란 연못인지 분수인지 앞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건물 앞으로 가니 엄청 긴 줄. 한참을 기다려 표를 끊고 또 한참을 기다려 입장했다. 미술관이 그나마 좋을 때는 사람이 없을 때다. 들어가기도 전에 진이 빠졌다.

벨베데레 궁전
벨베데레 궁전

오디오 가이드를 빌리려고 했는데 매진이 되었단다. 백팩을 보관해야 한다고 해서 지하에 있는 라커에 가방을 보관했다. 코인이 필요한 라커였는데 마침 동전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미술관은 별로지만 그래도 열심히 걸어다니면서 봤다. 사진 촬영이 허락된 미술관이라 맘에 드는 작품은 사진도 찍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또 줄. 이 줄은 뭔줄인고 하니 클림트의 작품을 보기 위한 줄이란다. 아니 그 긴 줄을 서서 들어왔는데 이 줄을 또 서야 작품을 본다고? 모나리자도 아니고, 최후의 만찬도 아닌 클림트 <키스> 인데. 나는 줄을 서기 싫어서 홀에 있는 모조품을 사진 찍는 것으로 대신했다. 대신 5자매가 내 몫까지 관람하기로 했다.

궁전의 정원이 그렇게 멋지다던데 겨울이라 별로였다. 3층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차라리 나았다. 혼자 3층까지 대충 둘러보고 1층에서 한참 기다렸다. 혼자하는 여행에는 기다림이 없지만 여럿이 하는 여행은 이렇게 기다림의 연속이다. 나는 아직 기다림을 휴식으로 승화시킬 줄 모르는 것 같다.

숙소로

다시 걸어서 중앙역으로 왔다. 어떻게 갈까 고민하다가 일단 배가 고파서 밥을 대충이라도 먹기로 했다. 서브웨이를 먹으러 갔는데, 어느새 옆에 있는 아시안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보고있는 우리. 역시 우리는 빵보다 밥이 좋은 한국인이다. 각자 메뉴를 하나씩 골라서 먹었다. 5인 식사에 32.3유로. 푸짐하고 맛도 괜찮았다. 가성비 최고의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

가방을 찾고 우버를 불렀다. 메트로를 타면 인당 2.5유로, 내려서 좀 걸어야하고, 우버는 인원수 때문에 밴을 불러야하는데 요금은 13유로. 먹는덴 돈을 안아끼면서 유난히 택시비등의 교통비에 짜게 구는 우리들. 눈발도 날리는데 편하게 가기로 했다.

숙소까지 2.5km.10분이면 갈 거린데 20분 거리의 멀리 있던 차가 콜을 받았다. 20분 후 검정색 벤츠 비토를 몰고 나타났다. 꼬불꼬불 시내길. 우버 기사는 우리를 빨리 내려 주고 싶었는지 일방통행이라 좌회전을 할 수 없다며 한 블럭이 떨어진 길에 우리를 내려주고 갔다.

숙소로 가는 길
숙소로 가는 길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언니가 앞장서 숙소를 향해 앞장섰다. 셀프 식크인이라 알아서 해야했다. 건물은 찾았고 설명한대로 2층에 올라가보니 키박스가 달린 집이 없다. 다시 내려와 건물 이곳저곳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우왕좌왕.

불현듯 유럽의 0층 제도(?)가 떠올랐다. 다시 돌아와 엘레베이터를 타고 한 층을 더 올라가보니 현관에 키박스가 달린 집이 있었다. 우리가 1층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말하자면 0층인거였다. 잊고 있었다. 0층이라는 개념. 맞는 것 같기도하고, 틀린 것 같기도 하고.

저녁

나는 혼자 숙소에 남았고, 5자매는 슈니첼을 먹으러 간다고 나갔다. 대신 물과 맥주를 부탁했다. 두 시간쯤 지났나. 한참 후에 현관 밖에서 조잘조잘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보니 뭔가를 한아름씩 들고 눈비를 맞아 쫄딱 젖은 5자매. 먹으려했던 슈니첼은 사람이 많아서 못먹고 수퍼에 가서 간식만 폭풍 쇼핑. 군것질거리 5만원 어치를 사놓고 쇼핑백이 500원이라 아까워서 나눠서 들고 왔단다. 이럴땐 알뜰하다 못해 미련한 것 같기도 하다.

한 명씩 각자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놓았다. 테이블에 과자 나부랭이가 잔뜩 쌓었다. 밥될 거리는 하나도 없었다. 기가 막혔다. 하지만 하나같이 자기가 좋아하는 과자봉지를 들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좋으면 됐다.

50.86유로 어치의 간식거리
50.86유로 어치의 간식거리

부다페스트의 작은 식탁에서는 힘들었던 테이블에 둘러앉기. 널찍한 테이블에 온갖 과자를 늘어놓고 둘러 앉으니 모두의 표정이 만족스럽다. 언니가 가장 신나보였다.

내일은 오스트리아 자유 관광. 각자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날씨가 좀 도와주면 좋으련만.


TLTR

  • Day04 2019년 1월 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차를 타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동( 2시간 40분 소요). 짐을 역에 보관해놓고 벨베데레 궁전 관람 후 우버를 타고 숙소로 (사진)

  • 지출
    6인 부다페스트-비엔나 열차(온라인 예약) €78.00
    맥도날드 감자튀김 €1.90
    3인 벨베데르 미술관 입장 (예자매 무료)€48.00
    6인 점심 외식 (푸드코트) €32.30
    빵 €1.39
    6인 우버 밴 (중앙역 - 숙소) €13.00
    5인 저녁 외식 (Nordsee) €39.92
    쇼핑 €44.96
    스파 간식 €50.86
    6인 에어비앤비 2박(온라인 예약) ₩485,395



Topic: europe-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