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 저자 : 채사장
- 출판사 : 웨일북
- 분류 : 000 총류
- 날짜 : 8/3/2019
- 남양주 전자도서관 대여
- 키워드 : 성장, 인생, 나
총류로 분류되는 책은 정말 오랜만에 읽어본다. 이 책은 정말 어이없게 내 손에 들어온 책이다. <굿 라이프> 전자책을 읽는데 자꾸 오류가 나길래 다른 책도 같은지 확인해 보려고 테스트로 내려 받은 책이었다. 채사장이라는 이름만 보고 선택한 책이다. 지대넓얕의 저자 채사장. 지대넓얕을 읽고 난 후의 놀라움, 어떻게 한 사람이 이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이런 책을 썼을까. 어떤 사람일까.
잠들기 전 누워서 텍스트를 찾는 것은 오래된 습관이다. 무심코 책을 열었다가 ‘불편함의 계단’이라는 첫 장을 읽으며 잠이 번쩍 깼다. <열한 계단>이라는 제목이, 자신이 성장해 온 정반합의 변증법적 과정을 계단으로 표현한 것임을 알았을 땐 너무나 설레여서 빨리 그 계단을 올라가보고 싶었다. 이런 설레임은 자주 오지 않는다. 잘 때가 아니었다.
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문학, 종교, 철학, 과학, 이상, 현실, 삶.. 저자는 옳다고 믿었던 것들에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을 탐구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사색의 과정을 고전을 통해 담담하고 조용하게 풀었다. 나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 금새 절반을 읽어버렸다. 문득 아껴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며칠 후, 다시 책을 열어 ‘여덟 번째 계단, 삶’의 계단에 다시 섰다. 남은 계단은 죽음 나, 초월. 뒤로 갈수록 이야기는 생소했고 이해가 어려웠고 집중도가 떨어졌다. 어렵게 남은 계단을 올랐다.
내가 어렵게 오른 계단들은 아마도 내가 아직 올라보지 못한 불편함의 계단들일 것이다. 나는 어디쯤 서 있는걸까?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맴돌며 몸집만 키운 것이 아닐까. 나는 방향을 잃은걸까. 그래서 힘들고 어려운 것이 아닐까.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
삶을 사는 모든 것이 경험이다. 하지만 단순히 먹고 자고 하루하루를 사는 것만으로 삶이 확장될 수 없다. 물론 정해진 계단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의식의 확장에는 정해진 순서도 형태도 크기도 없다.
다만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궁금증, 그 흐름을 따라 찾아서 읽고 경험하고 써야 내 것이 된다. 그것이 내 하나의 계단이고 확장이다. 그 과정은 끝이 없다. 그런 믿음이 있는 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나는 흘러갈 것이다.
여행을 마친 사람이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아무리 여행의 장단점과 주의사항을 말해줘봤자 소용없다. 스스로 밟아가야 한다. 직접 경험하고 실패하고 배우는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그래야만 여행을 시작한 사람은 여행이 끝날 무렵에 자신이 처음 들었던 이야기들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열한 계단’이다. 충분한 시간과 경험이 주어지지 않은 가운데, 자신의 궁극적인 모습으로 한 번에 도약하는 사람은 없다. 인생이라는 긴 시간 동안 우리는 자신만의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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