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걷는 사람, 하정우
- 저자 : 하정우
- 출판사 : 문학동네
- 분류 : 810 한국문학
- 날짜 : 26/04/2019
연예인이 쓴 책은 웬만하면 안 읽는데 ‘걷기’에 대한 책이라니 궁금했다. 하정우는 책에서 걷는 얘기로 시작해서 먹는 얘기도 하고 사는 얘기도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이렇게 열심히 걷는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나 같은 백수도 하루에 만 보 간신히 걷고, 날 잡고 걸어야 2만 본데, 하정우는 평균 3만 보를 걷는단다. 걸으러 하와이도 가신단다. 나는 걷는 걸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운동이 되기는 하겠지만, 걸으면서 운동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근데 3만 보 걸으면 운동 되겠더라.
나에게 걷는 건 몸을 위한 운동이라기보단, 마음을 위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음이 복잡하면 나가서 걷는다. 휘적휘적 걸으며 바람도 쐬고, 풍경도 보고, 음악도 듣고 하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난 요즘 걷기 챌린지를 하는 중이다. 하루에 7500보를 걸으면 50포인트가 생기고, 일주일 동안 일정 포인트를 달성하면 3천 원씩 준다. 좀만 신경 써서 걸으면 일주일에 커피 한 잔을 공짜로 마실 수 있는 거다. 자매들과 함께 재미 삼아 하고 있는데 이게 은근 재밌다. 출퇴근을 하는 요즘, 청담역에서 내려서 걸어가면 왕복 7000보 정도인데, 요즘은 점심시간에 나가서 걷거나, 퇴근하고 집에 와서 산책을 나가거나 해서 만보 정도를 채운다. 가끔 내키면 더 걷기도 한다. 매일 얼마나 걸었는지, 일주일마다 미션을 성공했는지 체크하는 것도 재밌다. 누군가와 함께 걷지는 못해도 함께 걷는 것 같다. 하정우가 부러웠던 것도 그거다. 주변 친구들과 걷기 모임을 하는 것, 하와이 씩이나 가서 함께 걸을 수 있다니.
나이 먹어서 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걷기다. 데비의 엄마 다이앤이 한 동네에 사는 동생과 매일 아침 동네를 걷는 것처럼, 나도 할머니가 되어서도 그렇게 매일 아침 신명 나게 걷고 싶다. 다리에 힘이 없어서, 무릎이 아파서 못 걷지 않으려면 젊어서부터 걷기 근육을 만들어둬야겠지.
책을 읽다 보니 걷기는 사실 시간 부자들만 할 수 있는 럭셔리한 활동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넉넉하게 있어야 걸을 수 있다. 시간 부자일 때 많이 걸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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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은 이상하게 들린다. 몇 개의 우물을 부지런히 파서 열심히 두레박을 내리다보면, 내가 평생 식수로 삼을 우물을 발견하기가 더 쉬워지지 않을까? 나는 한 사람 안에 잠재된 여러가지 능력을 일생에 걸쳐 끄집어내고 활짝 피어나게 하는 것이 인생의 과제이자 의무라고 본다. 그런 과정이 결국 나를 완성해주는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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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가만있지 못한다고 말하는 대신 ‘가만있지 못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해야겠다. 그 능력 덕분에 배우, 감독, 제작자,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는 여러 직업을 한 번의 생에 동시에 살아가는 축복도 누리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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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통받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곧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혹시 내가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오지 않을 버스를 기다리는 건 아닌지 수시로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Tags: 에세이,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