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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기의 기술 (김하나, 2017)
22 Ma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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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 힘 빼기의 기술
  • 저자 : 김하나
  • 출판사 : 시공사
  • 날짜 : 22/5/2019

최근에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를 읽고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찾아 들으면서 난 김하나 작가의 팬이 되었다. 팬으로써 당연히 그의 책을 읽어봐야지. 첫번째 책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은 2015년 말에 교보문고에서 읽었었는데 그냥 읽고 말았나보다. 기록이 책 표지 찍어둔 것 밖에 없다. 분명히 읽었는데 읽은 것 같지 않은 이상한 기분. 그 사진마저 없었으면 읽을 줄도 몰랐을 거다. 역시 기록이 없으면 잊혀진다.

이 책은 날이 아주 좋았던 날 김녕과 월정 사이의 바닷가, 쨍한 햇빛 아래서 읽었다. 에세이는 아무데서곤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뭔가를 배우거나 얻기 위해서가 아니기에 부담이 덜하다. 그래선가? 답답할 때, 적적할 때, 위로가 필요할 때 더 잘 읽힌다. 자주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웃음을 짓게 하는게 에세이며, 대단한 몰입을 필요로 하지 않아 언제 어디서 꺼내 읽어도 괜찮은 책이 에세이다.

책을 읽으며 ‘나도 힘 좀 빼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힘을 빼라는 건 중요성을 내려놓으라는 거다. 다 내려놓은 지금, 더 이상 뺄 힘이 있나? 음. 없는 것 같다. 할 일도, 목표도, 걱정도, 스트레스도 없으니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가장 힘 빠진 구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살다보면 이런 때도 있어야지. 그치만 이렇게 힘빠진 상태로 계속 살진 않을테다. 재미 없잖아. 인생은 리듬이지.
강.약.중강.약. 강.약.중강.약.


  • 친구들은 사회적 정서적 안정망이라는 표현을 우리는 곧잘 되뇐다. 앞으로의 인생은 또 예측 못 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무슨 일이 생겨 이 친구들과 멀어지게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에게 한가지는 확실하다. 인생은 누군가와 조금씩 기대어 살 때 더 살 만해 진다는 것.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 나에게도 당시에 충고를 해준 친구들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조금 더 생각해보니 ‘내가 해봤다’는 건 결국 별로 소용없는 일이었다. 후배는 내가 아니며, 그 관계가 나의 경험과는 다르게 전개될지 누가 안단 말인가? 그래, 이게 바로 꼰대 짓이구나. 내 경험에 비추어 미리 다른 이의 경험을 재단하려는 마음. 후배는 앞으로 마음을 크게 다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 또한 자기 선택이고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경험을 통해 가장 많이 배운다.
  • 상수리 이론이란 무엇이냐. 니 도토리가 왜 동그란지 아나? 상수리나무 밑에선 상수리 나무가 못 자란단다. 그래서 엄마 나무에서 떨어지면 되도록 멀리까지 굴러갈라꼬 동그랗게 생깄다 카네. (저자의 엄마의 ‘상수리이론’ 이다. 잔소리하지 않기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며 하신 말씀)
  • 나이가 많다는 사실은 존경심과는 무관한 일이다. 물론 나이가 더 많은 사람을 존중할 필요는 있다. 나는 그의 나이를 겪어보지 못했지만 그는 내 나이를 거쳐 갔으므로 그런 사람의 의견을 존중할 때 또 많은 것을 얻게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존중과 존경은 다르다. 존경심이란 그리 수비게 생기는 게 아니며, 강요당할 때면 더더욱 생겨나기 힘들다. 나는 ‘노인을 공경하라’는 말도 이해를 잘 못 한다. 자리를 양보하고 무거운 짐을 들어드리는 건 체력과 지각 능력이 떨어지는 노약자에 대한 보호심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하지만 체력과 지각 능력이 여전히 쌩쌩한 노인이라면? 여느 시민을 대하듯 동등하고 친절하게 대하고 존중하면 될 일이다. (같은 의견이다. 나이를 먹었다고 무조건 존경받아야 하는것은 아니다. 나이를 뭐로 잡쉈는지 나이값을 하지 못하는 노인들도 많다. 나이 먹은게 자랑이라고. )
  • 헛헛한 마음을 다스리고 새 생명이 태어나는 걸 오랫동안 지켜봐온 사람의 말이었다. 새끼를 보면 좀 나아요.
  • 내가 정말로 원하는 인생을 못 보게끔 너무 많은 것들이 내 눈앞에 들이밀어진다. 누가 그런 짓을 하는가? 바로 내가 한다! 나는 그 일을 아주 잘한다. 뭐에 씐 듯 확신을 가지고,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타 본 적도 없는 차를, 원치 않아도 될 물건들과 브랜드를 광고한다. 내가 내 인생의 막강한 적인 것이다. 그러니 나는 조심해야 한다. 나 같은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 인생은 언제나 기회비용과 선택의 문제. ‘가만있자, 그 돈이면..?‘으로 어떤 선택을 하는가, 다시 말해 얼마나 휘둘리고 또 휘둘리지 않는가, 그로 인해 인생은 조금씩 만들어지는 듯하다.
  • 나는 이런 것들이 없어도 잘 살지만 있으면 참 좋아한다.
  • 관점과 태도의 관계는, 어찌 보면 ‘말과 행동’ 또는 ‘생각과 실천’이란 쌍과도 비슷하다. 두 항목은 배치된 것이 아니며,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 관점에서 태도가 비롯되고 태도가 다른 관점을 불러온다.
  • 증거 수집에만 열을 올리는 여행객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모두가 춤추는 공연에서 커다란 DSLR을 들고 우직하게 무대를 찍고 있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백이면 백 한국사람이다. 그는 해상도 높은 사진들을 증거물로 제시하며 공연이 참 신나고 좋았다고 말하겠지. 미쳐서 춤추라고 하는 공연 속에 발 한 번 까딱이지 않았음에도. 그건 진실일까? 나라면 어떤 풍광에, 어떤 음악에, 어떤 감정에 푸욱 뛰어들었다 나와, 아무런 그럴듯한 증거물도 없이 그냥 맥주 한 잔 놓고 침을 튀기며 말하겠다. 그 느낌이 어땠는지, 그 경험이 나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Tags: 문학,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