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y Me
심플하게 산다 (도미니크 로로, 2012)
13 Ju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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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 심플하게 산다
  • 저자 : 도미니크 로로
  • 출판사 : 바다출판사
  • 날짜 : 13/06/2019

이 책은 2015년 3월 나에게 처음 왔다. 그 당시 내가 즐겼던 라이프 컨셉은 풍요abundance 였다. 난 물질의 풍요가 주는 ‘선택의 자유’를 내가 원하는 자유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 자유를 선택했다. 큰 집에 살면서 큰 차를 몰며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지는 것, 무언가를 살 때 고민하지 않는 것. 고민할 시간에 사서 쓰고 즐기는 것. 이건 낭비가 아니라 내 나이쯤 되면 누려야 할 품격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가지고 싶은 것이 생기면 별로 고민을 하지 않았다. 나에게 소중한 것은 시간이기에, 고민할 시간에 그냥 사서 써보고 판단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였다.

짬뽕을 먹을지 짜장면을 먹을지 왜 고민해? 둘 다 시켜서 골고루 먹으면 되지 왜 꼭 하나를 선택해야 하나? 고민하느라 시간 버리지 말고 둘 다 경험해보는 거야. 해보기 전엔 알 수 없으니까. 자전거 페니어를 고르는데 주황색과 빨간색 어떤 게 좋을지 사진만 봐선 알쏠달쏭하다. 색을 고르며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두 개다 산다. 직접 보고 맘에 드는 것을 쓰면 되지. 그렇게 내가 뭘 좋아하는지 찾아가는 거야. 이런 식이었다.

하지만 난 물려받은 재산도 없고 성공한 사업가나 운 좋은 백만장자도 아닌, 그저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는 근로자였다. 시간을 팔아 열심히 번 돈은 다 그렇게 렌트비로, 모기지로, 쇼핑으로 새나갔다. 집안은 온갖 자전거 용품들로 넘쳐 났지만, 그것은 내 삶을 풍요롭게 하지 못했고 아껴 모은 ‘시간’으론 자전거 여행도 갈 수 없었다.

하.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맞닥뜨리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결국 자전거엔 노란색이든 빨간색이든 페니어를 하나밖에 달 수 없으며, 빨갛든 노랗든 페니어는 그저 편리하게 짐을 싣는 용도라는 것. 나는 페니어의 색깔로 기분을 내는 게 아니라 자전거에 짐을 싣고 여행을 하고 싶었다는 것. 나에겐 물질이 주는 선택의 자유가 있을지언정, 시간이 주는 선택의 자유는 없다는 것. 내가 돈으로 아낀 시간은 그저 돈지랄이었을 뿐 나에게 시간의 자유를 가져다주지는 못했다는 것을.

정말 소중한 것은 시간이 맞았고 그때 나에게 부족했던 것도 시간이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물건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시간은 돈으로 벌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돈을 내려놓아야 내게 오는 것이었다. 결국 돈 버는 삶을 내려놓고 시간 부자가 되었다.

그렇게 생겨난 많은 시간에 나는 단순한 삶에 대해 탐구했다. 심플라이프과 미니멀리즘에 관련된 책을 닥치는 대로 읽고 그렇게 살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내 삶의 키워드는 자연스럽게 풍요에서 단순함으로 바뀌었다. 물건을 줄이고 공간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 나의 심플 라이프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주었고, 환경, 사람, 관계, 마음, 영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으며, 내 삶은 더 넓어지고, 넓어진 공간은 전에 없던 것들로 채워졌다.

이번에 독서모임을 위해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다시 읽어도 삶의 교과서 같은 책이다. 뭐 하나 틀린 말이 없다. 하지만 왠지 별 감흥이 없었다.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젠 나에겐 너무나 익숙한 삶의 방식이 되어서일까. 이 책이 처음 나에게 왔던 그때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르다. 저쪽 끝에서 이쪽 끝으로 넘어왔고, 지금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 이쪽 끝에 더 가깝긴 하다.

나는 이제 물질의 풍요 대신 시간의 풍요를 누린다. 나는 이제 고민하는 시간이 아깝다며 무언가를 두 개씩 사지 않는다. 큰 집과 큰 차는 나에게 필요한 것도 원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여행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과 어떻게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는지 잘 안다.

먹는 것도 단순하고 사는 것도 단순하고 가진 것도 단순하다.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많고, 뺄 것보다 더할 것이 많다. 가진 것이 없으면 적어도 잃는 것으로부터의 두려움은 없다. 하지만 가진 것이 없으면 선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은 시간의 풍요를 맘껏 누리고 있지만 물질이 주는 풍요, 그 풍요에서 오는 선택의 자유가 있음도 잘 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심플한 삶 또한, 어느 정도의 물질적 풍요를 기반으로 하는 선택의 자유가 있는 것을 가정한다. 많이 가지지 않되 좋은 것을 가지고, 적게 소유하되 가장 좋은 것을 소유하려면 무엇보다 돈이 있어야 하니까. 물론 돈이 많아도 궁핍하게 사는 사람이 있고 돈이 없어도 풍요롭게 사는 사람이 있다. 그런 걸 보면 돈과 풍요는 별개의 문제이고, 풍요와 단순함도 반대의 개념은 아닌 것 같다. 단순하며 풍요로울 수도 있고, 풍요롭지만 단순할 수 있다. 무언가를 꼭 양자택일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단순함도, 풍요로움도 궁극적인 목적이라곤 할 수 없다.

결국 균형과 조화다. 채움과 비움의 균형, 풍요와 단순함의 균형, 물질과 정신의 조화, 몸과 마음의 조화. 난 돈은 없지만 시간은 많다. 시간은 많지만 돈은 없다. 뭐가 먼저 오든 중요하지 않다. 그 중간 어느 지점에 있을 때 내가 가장 나답고 행복할 수 있는지를 찾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그 지점을 찾았을 때, 두려움과 불안에서 온 선택이 아닌, 삶에 대한 의심이나 저항이 아닌, 온전함에서 우러나온 기쁨과 평화로 내 삶을 선택할 수 있다. 그게 이 책에서 말하는 아름다운 삶이며, 내가 원하는 자유로운 삶이다.

삶에 정답은 없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이 있을 뿐이다. 심플한 삶은 정답이 아닌 하나의 삶의 방식이고 기술이다. 내가 이 책에서 배운 새로운 삶의 기술은 바로 바디브러싱, 더 뺄 것이 없는 나의 삶에 바디브러싱을 더한다. 이로써 내 삶은 조금 더 풍성해졌다. 그럼 된겨.


물건

  • 모든게 탐욕의 대상이다. 재산, 상버, 예술품, 지식, 친구, 여행, 신, 심지어 자신의 자아까지도.
  • 집은 살아 숨 쉬는 장소, 본질로 돌아가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건강한 집을 원한다면 불필요한 것과는 그 어떤 타협도 해서는 안된다.
  •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보다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은 곧 새로운 불행을 짊어지는 것이다.
  • 쓸모도 없는 물건을 계속 보관하고 있는 것, 오히려 그게 낭비다.
  • 물건이 늘어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삶이란 모름지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 옷을 적게 소유하면 인생을 고달프게 하는 문제 하나가 사라진다.
  • 우리가 진정 소유할 수 있는 단 한가지는 하루하루의 시간이다.
  • 적게 소유하는 것에 만족하는 삶은 돈이라는 에너지를 보존하는 최상의 방법이다.

  • 아름다운 몸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은 경박한 욕심이 아니라 자기 존중의 문제다.
  • 활력은 비싼 화장품보다 피부에 더 좋다.
  • 몸을 돌보는 일은 마음을 돌보는 일이다.
  • 불순물이 쌓인 몸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 운동으로 생기를 얻은 사람은 빛, 카리스마, 아우라를 발산다.
  • 적게 먹고 몸을 가볍게 만드는 건 일종의 철학이고 지혜다.
  • 음식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좋은 의사가 되어야 한다.
  •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게는 그럴 능력이 있다.

마음

  • 나를 바로잡는 것이 그 어떤 지식을 얻는 것 보다 나를 훨씬 더 자유롭게 한다.
  •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는지 자랑하지 말고, 그 원칙을 따르며 사는 모습을 보여주자.
  • 행복하려면 남에게 기대지 말라.
  • 꿈꾸는 일을 이루려고 하지 않는다면 두려워하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 배움의 궁극적 목적은 좀 더 유연한 삶을 사는 것이다. 자신의 고집에 부딪혀 새로운 지식이 자리를 잃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 명상은 자유롭고 독립적이기를 원하는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고상한 활동이다.
  • 심플한 삶은 모든 것을 즐길 줄 아는 것, 가장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것에서도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Tags: 문학,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