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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동백숲 작은 집 (하얼과 페달, 2018)
17 Ju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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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 안녕, 동백숲 작은 집 (햇빛과 샘물, 화덕으로 빚은 에코라이프)
  • 저자 : 하얼과 페달
  • 출판사 : 열매하나
  • 날짜 : 16/06/2019

이 책은 숲속에 사는 하얼과 페달이라는 한 젊은 부부의 이야기다. 한국에 돌아와 한창 다른 삶의 방식을 찾던 때 큰 귀감이 되었던 친구들이고, 그래서 그들의 친구와 나의 친구는 많이 겹친다. 우리는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는 네트워크 안에 있으며, 열매하나도 오하이오도 모두 그 네트워크 안에 있는 동지들이다. 나무와도 새들과도 꽃들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우리는 지구 안에서 모두 친구다. 하하.

물론 나랑은 레벨이 다른 친구들이다. 다음 세대가 살 수 있는 지구를 만들고 싶은 바람, 흔적 없이 살다가고 싶은 바람, 자본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싶은 바람, 자연과 벗 되어 사람답게 살고 싶은 바람. 같은 바람을 가졌지만 그들은 그것을 온몸으로 실천했다. 나란 인간은 그저 건너건너 소식을 듣고 궁금해했을 뿐. 숲속에서의 삶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았고 한 번 가보고 싶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나의 호기심을 채우기보다 그들의 삶을 멀리서 응원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이상 속의 삶으로 바라보고만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결국엔 책을 통해서 듣게 되었다.

페달과 하얼이 사는 숲엔 전기도 없고 수도도 없고 가스도 없다. 불편하지만 행복하다. 지게에 나무를 해다 아궁이에 불을 때어 밥을 짓고, 냇물에 빨래를 하고, 땅에서 먹을 것을 구하고, 숟가락을 깎고 차를 말려서 작은 살림을 꾸려간다. 자연이 늘 함께하고 친구들이 곁에서 응원하니 알콩달콩 재밌을 것 같기도 하지만 하루하루가 고난이었을 것도 같다. 뭐 둘이니 외롭진 않았겠다.

읽는 내내 마치 한 편의 동화 또는 연극을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했다. 나무 이야기, 새 이야기를 읽으며 ‘아 좋겠다’ 싶다가도, 이런 깊은 산골짜기에서 나라면 며칠 정도나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올라오는 걸 보면, 나는 숲에서 살긴 글렀다.

처음 EBS에서 하얼과 페달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놀라움 뒤에는 그 삶이 과연 지속 가능할까? 언제까지 그렇게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따라 올라왔다. 그때도 난 의심이 많았다. 지속 가능한 삶이란 것이 삶의 같은 형태를 변함없이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세상은 변하고 사람은 변한다. 계절이 바뀌며 곰팡이가 집을 뒤덮는 것도 변화고, 날이 가물어 냇물이 마르는 것도 변화고, 아이가 생기는 것도 변화다.

둘로 시작한 숲속 생활은 아이들이 생기고 숲을 떠나며 끝을 맺는다. 마음이 짠했다. 그들이 숲에서 오래오래 살길 바랬었나 보다. 그들은 어땠을까, 숲을 떠나며 마냥 슬프기만 했을까? 불편함을 벗어남에 대한 홀가분함과,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도 컸을 것 같다. 누군가는 이를 타협이나 포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선택의 의도를 우리 모두는 안다. 내가 정한 원칙과 관념에 나를 가두는 것 또한 세상이 정한 틀에 갇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삶의 방식을 탐구하고 실천하고 배우는 과정, 충분히 나를 담그고 수많은 실험을 거쳐 나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다. 이런저런 변화 속에서 유연하게 사고하고 대처하되 내 삶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나를 지키고 지구를 지키는 ‘지속 가능한 삶’ 아닐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우리가 이 숲에 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본다. 우리의 목표는 ‘사람답게 살 수 있을 때 느끼는 행복을 되찾는 것’이지 않았을까. 결국 우리의 기준은 전기를 쓰느냐 안 쓰느냐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행동이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가 아닌가가 되어야 했다. 숲이 깨우쳐 준 소중한 가치를 품고서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제목 ‘안녕, 동백 숲 작은 집’의 안녕이라는 단어를 만나서 반가운 안녕hi 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어쩌면 잘 있어goodbye일 수도 있겠다 싶다. 하얼과 페달의 숲속 작은집 생활은 끝났지만 그 아름답고 소중한 마음은 지구 어딘가에서 또 다른 숲을 만들고 또 다른 집을 짓고 반짝반짝 불을 밝힐거라 난 믿는다.


  • 우리는 발전하고 있는 것일까. 퇴보하고 있는 것일까. 아주 오래전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지금의 문명시대에 사는 우리들은 그들의 삶을 과연 얼마나 바르게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돌아가고 싶었다. 국가가 없고 군대가 없으며 부자와 가난한 자가 없고 계급도 없이 모두가 평등한 시대. 영적으로 성숙하고 물질적으로 소박하며 음악과 춤을 사랑했던 시대로.
  • 결국 앞선 것들이 흔적 없이 사라졌기에 다음 세대가 살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생활 방식은 우리가 죽어 자연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아주 오랫동안 이 땅에 많은 흔적을 남길 것이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지 않고 싶었다. 흔적 없이 살다가 가는 야생 동물처럼 살고 싶었다.
  • (자연출산에 대하여) 어느 순간 의료진의 개입 없이는 출산이 불가능한 수동적인 환자가 될 수밖에 없는 여성과 아기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가 사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 3년. 우리가 옳다고 생각한 삶을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시간이었다. 몸은 불편해도 마음은 편안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원칙으로 인해 마음이 불편해지는 날들이 많아졌다. 이제는 지구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우리와 주변 사람들을 지키는 삶을 살고 싶었다.
  •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우리가 이 숲에 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본다. 우리의 목표는 ‘사람답게 살 수 있을때 느끼는 행복을 되찾는 것’이지 않았을까. 결국 우리의 기준은 전기를 쓰느냐 안 쓰느냐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행동이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가 아닌가가 되어야 했다. 숲이 깨우쳐 준 소중한 가치를 품고서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 농사에 충실한 삶을 살기를.
    여유롭고 열려 있는 삶을 살기를.
    반짝이는 빛이 아니라 은은하지만 당당한 빛을 내기를.
    쌓아 두고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고 교환하기를.
    누군가와 같이 할 수 있는 든든한 힘을 가지기를.
    고여 있지 말고 늘 흐르며 변화하는 삶을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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