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지금 가까워질 수 있다면 인생을 얻을 수 있다)
- 저자 : 러셀 로버츠
- 출판사 : 세계사
- 날짜 : 08/07/2019
고백하자면 나는 이 책이 애덤 스미스가 쓴 책인 줄 알고 빌려왔다.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국부론과 도덕 감정론은 들어봤어도 애덤 스미스가 이런 감성적인 제목의 책을 썼다고? 오호. 집에 와서 읽기 시작하고 알았다. 큰 글씨로 애덤 스미스 원저에 작은 글씨로 러셀 로버츠 지음이라고 쓰여있는 것을.
이 책은 러셀이라는 사람이 애덤 스미스의 <도덕 감정론>을 토대로 쓴 책이다. 해설서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에세이라고 하는 게 좋겠다.
덕분에 스미스가 어떤 사람인지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애덤 스미스는 우리가 아는 ‘경제학의 아버지’ 아닌가. 당연히 경제학자인 줄 알았는데 그는 철학자이자 법학자에 가까웠다. 대학에서 도덕철학을 가르쳤고, 그의 첫 책 또한 국부론이 아닌 도덕 감정론이다. 물론 철학이라는 것이 신학, 윤리학, 법학, 경제학을 포함하는 개념이긴 하지만. 도덕 감정론이라는 책도 경제학과 심리학의 경계를 이야기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사랑받기를 원할 뿐 아니라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 존경받을만하고, 고결하고, 나무랄 데 없고, 친절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면, 결과적으로 우리는 진심으로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이 책의 번역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인간은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라는 약간은 낯선 표현을 쓴다. 타인에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라는 부분을 읽고, 왜 내가 아닌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려고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스미스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사랑받을만한 사람이 되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자기 사랑이 없이는 아무것도 의미가 없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남에게 사랑받지도 못하고, 타인을 사랑하지도 못하는 불행한 인생이 된다. 왜 스미스가 자기를 사랑하라고 하지 않고 남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사람이 되라고 할까?를 생각해보면 그는 스스로에 대한 사랑을 기본적으로 깔고 간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한 여기서 사랑받는 것이란 말의 맥락적 의미는,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인정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라고 이해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존경받고 칭찬받고 중요한 존재가 되는 것. 신중하고, 정의롭고, 선행을 베푸는 것이 스미스가 말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이다. 이런 사람은 당연히 존경받고 칭찬받고 사랑받겠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내 스스로 사랑받고 칭찬받을 만한 사람이 되고 나 자신을 그렇게 인식한다면 사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진다.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게 되면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행복이란 것은 결국 내가 나를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가장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 스스로 자기 기만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해야 한다.
스미스의 이상은 내면의 자아가 외면의 자아를 그대로 비출 때, 즉, 사람의 겉과 속이 다름이 없을 때 실현된다.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삶이다. 아는 것을 실천하는 삶, 말한 대로 사는 삶. 생각, 말, 행동이 일치하는, 진실성 integrity가 있는 삶. 진실하지 못한 사람은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다.
아 주옥같은 글들, 할 말이 너무나 많지만 나머지는 <도덕 감정론>을 읽고 나서 풀어봐야겠다. 풀어야 할 것이 이리도 많으니 남은 인생 심심할 일은 절대로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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