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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는 것 (고병권, 2010)
11 Jul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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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 생각한다는 것 (고병권 선생님의 철학 이야기)
  • 저자 : 고병권
  • 출판사 : 너머학교사
  • 날짜 : 11/7/2019
  • 키워드 : 생각, 철학

2년 전에 읽은 책인데, 철학 서가에서 가장 내 수준에 맞아 보이길래 다시 한 번 꺼내 읽었다. 2년 동안 책을 고르는 수준에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반성하며, 이제 좀 더 100번대 서가에 자주 들러야겠다 마음을 먹는다.

한 가지 인상 깊었던 대목,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 사건이 아담의 어리석은 상상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스피노자의 주장이다. 아담은 신의 말을 어긴 게 아니라, 증명했다는 주장이다. 어리석은 아담은 스스로 자기가 신의 뜻을 어겼고 혼날 거라 생각해서 숨어 다닌 거라고, 신이 아담이 어디 있는지 모를 리가 없는데, 혼자 그렇게 상상한 것이라고. 어리석은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어리석은 생각 속에 빠져든다고. 우리는 누가 가두지 않아도 스스로 어리석음 속에 갇혀 있는다고.

나도 저자처럼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니 분수를 알라’는 말로 들리던 때가 있었다. 반항심과 거부감이 올라온다. 상대방의 의도를 알 때와 모를 때, 내가 나를 모를 때 생기는 현상이다. 어리석음에 갇혀 있는 사람의 패턴이었다. 지금은 그 말이 그 말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그런 피해 의식에 빠져 허우적대지도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안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이 책은 공부하면 자유로워진다고 말한다. ‘앎’을 통해 습관이나 편견, 통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벗어남’이 바로 자유라고 말한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건지 얽매여 있는 건지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것을 하지 않을 때 불안하고 집중을 못 하고 이상하게 신경질이 나면 이미 나는 그것의 노예가 된 것이라고 한다. 이 땐 아무리 그것을 할 자유가 있다고 해도 그저 허망한 자기 기만일 뿐이다. 나는 무엇에 갇혀 있을까? 이미 어떤 생각이 나 행위의 노예가 된 것은 아닐까?


  •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 쉽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의심해보는 일이기도 해요. 철학자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왜’냐고 묻곤 하지요. 당연한 것에 ‘왜 그럴까?‘라고 물을 때, 우리는 조금씩 생각하게 됩니다.
  • 물건 찾듯 생각을 뒤지지 마세요. 생각은 낳는 것, 생겨나는 것이지, 갖는 것이 아니랍니다. 생각을 뒤지기보다는 차라리 새로운 삶에 도전해보세요. 그걸 실험해 보세요. 그렇게 해서 여러분의 삶을 새롭게, 아름답게 가꾸어 보세요. 정리하자면 ‘생각한다’는 것은 ‘생각을 낳는 것’, 즉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고 그것은 또한 ‘다르게 살아가는 것’ 입니다.
  • 알키비아데스에게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네 주제 파악이나 하라’는 뜻이 아니랍니다. 바로 ‘네 자신의 삶을 먼저 돌보고 가꾸라’는 말이지요. 그러면서 소크라테스는 알키비아데스에게 ‘훌륭함’이 무엇인지나 알고 있느냐고 묻습니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력과 부를 가졌지만 정작 무엇이 훌륭한지 무엇이 좋은지를 알지 못한다면 오히려 자신을 망칠 거라면서요.
  • 예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글을 잘 쓸 수가 없었어요. 커피는 제가 좋아하는 음료이고 분명 제게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자유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것은 자유라기보다는 습관입니다. 저는 커피를 마시지 않을 수 없으면서도 그걸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저의 커피 마실 자유를 우겨댔던 셈입니다. 여러분 주변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으면 물어보세요. 대부분은 끊을 수 없어서 피운답니다. 그런데 과연 술이나 담배, 커피만 그럴까요? 그렇지 않아요. 우리의 몸과 마음은 대부분 관성과 습관의 지배를 받아요.
  • 자유란 공부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선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즉 공부하면 자유로워지지요. 우리는 공부함으로써 습관이나 편견, 통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벗어남’이 자유입니다.
  • 다른 음식을 먹듯 술도 즐길 수 있는 사람과 술 아니면 못 사는 사람은 전혀 다르지요. 자유란 선택의 문제라기 보다는 능력의 문제입니다. 그것은 무언가를 새롭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지요. 다르게 생각하는 힘, 다르게 살아가는 힘을 가질 때 우리는 자유롭습니다.
  • 게임이든 무엇이든 여러분의 즐거움을 위해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때, 여러분은 비로소 자유로운 것입니다. 어떤 일을 그만 둘 수 없기 때문에 하는 것은 여러분이 그만큼 무능력하고 자유롭지 않다는 말입니다. ‘베르그손’이라는 철학자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유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좋은 친구란 마냥 친구 말에 맞장구를 쳐주고 무조건 친구를 껴안아 주는 게 아니랍니다. 때로는 친구가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따끔한 말을 해야 할 때도 있어요. 어떤 때는 싸울수도 있어야 하고요. 서로를 일깨워 주려면 사랑만큼 싸움이 끊이질 않아야 해요. 아니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싸울 수 있어야 하지요.
  •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 특히 자기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 애쓸 필요는 없어요. 그것은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지혜로운 태도도 아니지요. 그보다는 그런 일을 즐기는 법을 찾아보세요. 철학을 한다는 것은 바로 그런 우연들을 사귀는 법을 배우는 일이랍니다. 자기 운명과 친구가 되는 것이지요. 그럼 우리는 세상일을미리 알지 못해도 꽤 즐거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답니다 .

Tags: 인문,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