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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범죄자 (웬디 L. 패트릭, 2016)
1 Jul 2019
7 minutes read

  • 제목 : 친밀한 범죄자 (옆집에 살인마가 산다)
  • 저자 : 웬디 L. 패트릭 지음
  •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 날짜 : 28/06/2019
  • 키워드 : 의도

혼자였으면 절대로 선택하지 않았을 책. 이게 바로 독서 모임의 장점이다. 나라면 읽지 않을 책을 읽게 되는 것. 서담채에서 하는 모임에 가려고 읽기 시작했는데 책만 읽고 모임은 못 갔다. 어쨌든 책은 재밌게 읽었다. 작가의 솜씨인지 번역자의 솜씨인지 군데군데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표현들이 맛깔졌다.

저자는 미국의 검사다. 성범죄에 관련된 재판을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알게 된 범죄자들의 특징에 대해 얘기한다. 미국에는 배심원 제도가 있어서 판결에서 이기려면 배심원을 설득해야 한단다. 이걸 모르고 왜 배심원 얘기가 자꾸 나오나 했다. 무식이 죄다.ㅋ

머리말을 보고 위험한 사람과 안전한 사람을 구분하는 방법을 이 책에서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책을 읽었다. 책은 3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1장에선 위험한 사람과 안전한 사람을 구분하는 4가지 방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2장에서는 우리가 어떤 사람들에게 속는지 10가지 사례를 들며 각각의 가면 뒤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그 뒤에 있는 4가지 플래그 (관심사, 생활방식, 주변인, 목표) 보라고 한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이런 사람도 믿지 말고, 저런 사람도 믿지 말고,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한단 말인가! ’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3장에선 어떤 사람을 믿어야 할까?에 대해 이야기한다. 간략하게 요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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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위험한 사람과 안전한 사람을 구분하는 4가지 방법 (플래그 4요소)

1. 관심사 Focus : 관심의 대상이 곧 동기다 그 사람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듣는다는 사실을 모를 때 진짜 속마음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않을 때 그 사람의 행동을 보면 관찰하면 그 사람의 관심사에 대해 알 수 있다.

2. 생활방식 Lifestyle : 성격을 파악하는 열쇠 그 사람의 생활방식은 어떠한가. 선호하는 활동, 취미, 상황, 삶의 속도와 기준은 무엇인가. 겉모습, 옷 입는 방식, 퇴근 후의 생활, 여가활동, 사무실의 모습, 집안의 모습, 자동차 내부, 페이스북 등의 온라인 공간, 소비 습관 등을 관찰하라.

3. 주변인 Associations : 어울리는 무리 그 사람은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는가. 주변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단지 속한 단체뿐 아니라 속한 단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관찰하라. 단순히 자기를 알리고 싶은 것인지, 돕고 싶어 하는 것인지.

4. 목표 Goals : 우선순위에 대한 관심 그 사람의 우선순위가 무엇인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는 물론, 어떤 행위 뒤에 숨겨진 잠재적 동기까지 알아야 한다.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명성? 돈? 재미?

2장.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속을까 - 10가지 매력의 요소

매력적인 사람 호감은 상호작용을 낳는다. (여기서의 호감은 외모를 말하는 것 같다.) 성추행범들이 성공률이 높은 이유는 호감형이기 때문. 상대방의 외모보다 그 사람의 관심사를 파악해야 한다.

권력이 있는 사람 범죄의 상당수는 힘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권력을 가진 자가 부하직원의 수용도를 과잉 인식할 때 권력이 희롱을 낳는다. 또한 권력과 처벌은 반비례하기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권력에 의한 범죄가 반복되는 것. 그 사람이 권력을 어떻게 쓰는지 확인해야 한다. 돈과 자원을 이용하는 동기를 살펴보면 그 사람의 목표와 성격을 알 수 있다.

믿을만한 사람 선생님. 성직자. 공무원. 전문가 등 학식 있고 공신력 있고 성공한 사람들을 우리는 그냥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지위가 높다고 도덕적이라는 법은 없다. 겉모습, 복장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다정한 사람 나에게 긍정적인 관심을 주는 사람이 나쁜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하룻밤을 원하는 사람은 성적 매력과 외모를 더 따질 테고, 오래갈 관계를 찾는 사람은 신뢰성, 헌신, 사랑 같은 부분을 중시할 것이다.

칭찬하는 사람 인간은 모두가 존중과 인정에 대한 욕구가 있고, 모든 사람은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눈앞에서 하는 칭찬을 조심하라. 듣지 않는 곳에서 하는 칭찬이 진짜 칭찬이다.

닮은 사람 우리가 닮은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이유는 실제로 유사성 때문이 아니라 지각된 유사성 때문이다. 유사성 역시 꾸며낼 수 있다. 정말 나와 닮은 사람은 내 카트에 담긴 우유와 같은 상표의 우유를 사기보다는 더 의미 있는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할 것이다. 나아가 관심사, 목표, 생활방식은 물론 친구도 비슷할 것이다.

익숙한 사람 우리는 익숙한 환경에서 방심한다. 익숙한 감정은 불쾌감보다 만족감을 낳기 쉽고, 예측 가능성, 안심, 위안, 호감을 유발한다. 또한 근접성은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모르는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호감도가 높아진다. 내 옆집 사람은 ‘괜찮아’ 보일 뿐, 익숙하고 친근한 사람이 ‘괜찮은’사람은 아닐 수도 있다.

위험한 사람 사람들은 쾌감을 간접경험하는 것을 선호하며, 때로는 불확실성이 매력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건 소울 메이트가 아닌 플레이 메이트다.

금지된 사람 이런 관계의 매력은 부적절성이다. 스릴과 위험, 게임을 즐기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 은밀한 관계는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짓이다.

나쁜 사람 강압적인 사람이 든든해 보이고, 폭력적인 사람은 열정적으로 보이고, 공격적인 사람은 자기주장이 확실해 보이고, 거들먹거리는 사람은 당당해 보이고, 무례한 사람은 솔직해 보이고, 편집증이 있는 사람은 신중해 보인다. 나쁜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경우다. 이를 어떻게 구분하나? 4가지 플래그를 관찰하라.

3장. 어떤 사람을 믿어야 할까?

그럼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진정성이 답이다. 그 사람이 얼마나 ‘긍정적인 플래그 요소’를 가졌는지를 관찰하면 그 사람이 어떤 의도와 목표를 가졌는지를 알 수 있다. 진정성 있는 사람은 대부분 건강한 동기와 목표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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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다 큰 성인이 아는 사람에게 성범죄를 당했다면 그건 본인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 사람을 잘 못 본 죄, 누굴 탓할 수도 없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수밖에. 이 책이 얘기하는 범위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아는 사람으로부터의 범죄가 아니라 모르는 사람으로부터의 범죄다. 범죄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경우는 관찰을 통해 의도를 파악하고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겠지만 묻지마 범죄는 참 답이 없다. 마주 오는 남자가 갑자기 거시기를 내놓는 경우, 모르는 남자가 따라와 현관문을 열려고 하는 경우, 웬 미친놈이 화장실 옆 칸에서 머리를 들이미는 경우 등. 이렇게 무방비 상태에서 여성들이 당하는 범죄가 훨씬 많다. 4가지 플래그고 나발이고 다 소용없다. 이런 경우는 어떡할까?

내가 혼자 여행을 다니며 터득한 방법은 ‘남자처럼’ 보이거나 행동하는 것이다. 남자처럼 보이면 일단 성범죄의 대상이 될 확률은 크게 줄어든다. 짧은 머리에 모자와 썬그라스를 끼고 시꺼먼 옷을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껄렁껄렁 걸으면 일단 연약한 여자로는 안보인다. 여기에 눈에 힘 팍 주고 인상까지 쓰면 오히려 사람들이 피해다닌다. 웃프지만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어리숙하거나 만만해 보이지 않아야 한다. 쫄아있거나 불안한 눈빛을 보이면 안 된다. 산만하게 두리번거리거나, 멍한 눈빛, 맥없는 목소리도 안된다. 누구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아우라를 풍겨야 한다. 여행에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질 수 없다는 부작용도 있지만,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 낫다. 필요하면 내가 먼저 다가가면 된다. 그리고 그 뒤에 생기는 문제는 내 책임이다.

책을 읽었다고 당장 범죄자를 가려낼 혜안을 가지게 된 것 같지는 않다. 사람을 한눈에 딱 보고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걸러낼 수 있는 방법을 기대했지만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물론 누군가를 관찰하고 관심사, 생활방식, 주변인, 목표와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위험한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유용한 수단이다. 넓게 보면 ‘사람 보는 눈’을 키우는 방법이기도 하다. 겉모습이 아닌 속마음, 의식이 아닌 무의식, 현상이 아닌 본질을 보란 얘기니까. 앞으로 누군가를 만난다면 이 4가지를 필히 ‘객관적으로’ 체크해봐야겠다.

물론 체크리스트가 해결해주진 않는다. 착각 또는 주관이라는 프레임도 무시할 수 없다.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대처하려면, 삶을 두루두루 넓은 시각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줌인 줌아웃을 해야 하고 위아래 앞뒤 왼쪽 오른쪽 사방팔방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책으로만 배울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직접 경험하고 훈련하며 내공을 쌓는 수밖에 없다. 내공!


Tags: 사회과학, 법학,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