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뇌과학자의 뇌가 멈춘 날)
- 저자 : 질 볼트 테일러
- 출판사 : 윌북
- 날짜 : 06/08/2019
뇌과학자가 뇌졸중에 걸린 순간부터 회복까지 그 과정을 직접 쓴 책이다. 아주 특별한 경험을 담은 책이다. 이런 이야기를 책으로 읽을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저자는 어느 날 아침 왼쪽 눈에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서서히 몸의 감각이 혼란스러워지고 내 몸의 경계가 헷갈린다. 명함에 쓰인 글자를 인식할 수 없고, 손에 든 전화기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내지 못한다. 상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지 못한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상대방의 언어를 소리로 인식할 뿐 무슨 뜻인지를 알지 못한다. 왼쪽 뇌의 언어 능력과 계산 능력이 사라진 것이다.
그 와중에 저자가 한 생각은 ‘뇌졸중을 체험한 뇌과학자라니, 와 멋진데!‘이다. 이 단단한 여유로움. 병원에 실려가면서도 그녀는 의식을 놓지 않았다. 의사로서 개두 수술을 완강히 저항하다가 결국 용기를 내고 수술을 준비한다. 그리고 개두 수술을 결정하는 데 수술을 위한 에너지가 필요하단 것을 알았던 그녀는 필사적으로 수술을 위해 에너지를 비축한다. 이 부분이 놀라웠다. 단순히 몸을 단백질 덩어리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차원에서 인식하고 이를 준비했다는 것.
더 신기한 것은 좌뇌의 기능이 마비되며 우뇌가 활성화되면서, 자아의 경계가 사라지고 우주의 흐름과 하나가 되는 희열을 느꼈다고 하는 부분이다. 우주와 내가 하나 되는 느낌. 득도를 해야 느낄 수 있는 그 느낌! 결국 뇌의 기능이었다니. 저자는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상대방의 표정과 에너지를 통해 그 의도만큼은 완벽히 이해하게 되고, 긍정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과 부정의 에너지를 직관적으로 구분할 줄 알게 된다. 숨어있던 우뇌의 기능이 살아난 것이다. 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 좌뇌의 혈전을 제거하는 수술을 마치자 예전의 총명함이 돌아왔다는 것!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았던 그녀는 필사적인 노력 끝에 완전히 회복하게 된다. 저자는 책에서 회복 과정에 필요한 중요한 요소들을 굵은 글씨로 표시했다. 결국 믿음이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협조, 본인의 의식적인 노력이 그녀를 살렸다.
온통 신기한 이야기투성이라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마음’에 대해 많이 생각해본 적은 많아도, 뇌과학적 관점에서 그걸 바라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뇌가 있는 것조차 잊고 살았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무심했건만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기능을 잘 해주고 있는 나의 뇌에게 고마워졌다. 그리고 궁금증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몸, 뇌, 마음, 생각, 정신, 영혼. 도대체 이 모든 것들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걸까? 무엇이 나일까?
Tags: 인문, 심리, 뇌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