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당신이 옳다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 저자 : 정혜신
- 출판사 : 해냄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지 않았다. 그때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 올라올 것 같아서. 그 유쾌하지 못한 후회화 안타까움이 다시 올라올까봐. 답답하고 깜깜했던 심해를 벗어나 가까스로 물 밖으로 나와보니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것 같은 기분, 하루하루가 그런 기분일 때 이 책이 처음 손에 들어왔었다. 내가 한 짓들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다시 읽는 동안에도 마음이 깊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이명수가 쓴 머릿말과 정혜신이 쓴 꼬릿말이다. 이 부부는 각각 머릿말과 꼬리말에서 서로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로에게 연인이고, 스승이자, 친구이며, 든든한 배후이며, 폭포수 같은 공감과 집중을 해주는 치유자라고 말한다. 자신의 인생과 업적을 얘기할 때 빼놓지 않고 얘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이건 부러운 거다.
어디선가 정혜신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의 배우자 이명수에게 ‘천 조각의 마음을 맞춘, 꽉 맞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썼다. 마음을 한조각 한조각 꺼내어 맞춰봤다는 말이다. 그게 사랑이고 공감이다. 그런 사람이 되지 못했고 그런 사람이 내게 없었다. 마음이 가라앉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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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쉽지만 어려운 단어다. 인간은 공감을 받지 못해 외롭고 공감을 받지 못해 아프다. 내 삶이 나와 멀어질수록, 내 삶에서 내가 흐려지면 사람은 반드시 병이 든다. 일상에서 누군가의 기대와 욕구에 맞춰 나를 지워가다 보면, 자기 소멸의 벼랑 끝에 서게 된다. 내가 소멸되는 삶, 나라는 존재가 희미해진 삶. 그래서 우리는 아프다.
저자는 의사지만 정신분석학자들의 이론 따위를 들먹이지 않는다. 삶의 고통을 질병으로 간주하는 의학적 관점이 아닌,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시선과 태도로서의 치유, 이론이 아닌 실생활에서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는 적정기술, 스스로 몸소 겪고 마음으로 느낀 치유에 대해 썼다. 전문가를 찾아가지 않아도 누구나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누구나 만들어 스스로 배를 채울 수 있는 집밥같은 치유 방법, 그 기술은 바로 ‘공감’이다.
공감.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것. 논쟁으로는 너와 내가 연결될 수 없다. 사람의 마음은 논쟁과 설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논쟁을 통해 생각이나 관점, 자기 색깔을 드러낼 수는 있지만 거기까지다. 그렇다고 공감은 상대방의 얘기에 무기력하게 끄덕이고 긍정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말 대잔치나 립서비스도 아니다. 공감은 존재 자체에 대한 주목이다.
존재? 주목? 어려운 얘기 같지만 알고 나면 간단하다. 책에선 존재의 핵심이 위치한 곳은 내 신념이나 가치관이 아닌, 내 감정, 내 느낌이라고 말한다. 내 느낌이 곧 나고, 내 느낌이나 감정은 내 존재로 들어가는 문이라고. 존재, 즉 누군가의 감정에 관심을 갖는 것이 바로 공감이다. 이 간단한 걸 몰라서 참으로 많은 갈등을 겪고 살아왔다.
과거의 전과들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고, 그 때의 내 모습이 너무나 또렷하게 보여 부끄러웠다. 무엇보다 내가 나를 돌보지 못한 것이 너무나 미안했다. 다행히도 공감은 배우고 익히는 습관이라고 했다. 이제부터 잘 하면 된다. 일단 무거워진 내 마음부터 토닥토닥 공감해줘야겠다.
Tags: 인문,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