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 저자 : 야마구치 슈
- 출판사 : 다산초당
- 날짜 : 07/08/2019
며칠 전, 그날은 서가를 살피는데 딱히 읽고 싶은 책이 없었다. 읽기엔 왠지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달까.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꺼내들었다. 계속 소크라테스 혼자 떠드는 데다, 쓸데없이 꼬여있는 이상한 표현들은 뭔 소린지 이해가 안 갔다. 흠 이 책이 도대체 뭐가 좋다는 거야. 다음은 논어를 꺼내들었다. 마찬가지였다. 뻔한 얘기들이고 중국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나에겐 그야말로 공자왈 맹자왈 따분한 얘기다. 아직 때가 아니 되었나 보다.
베스트셀러는 웬만하면 안 읽고 싶은데 서담채 8월 도서로 선정이 되었다. 마침 서가에 꽂혀 있길래 꺼내왔다. 이 책은 철학뿐 아닌 역사, 철학, 과학을 아우르는 그야말로 삶의 기술이라 할 수 있는, 개념들을 설명한다. 철학뿐 아니라 경제, 심리, 언어학에 대한 내용도 다룬다.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이것 조금 저것 조금, 아주 조금씩 풀어놨다. 재미없고 어려운 내용들을 쉬운 말과 사례를 들어 쉽게 풀어주는 책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철학 입문서로 딱이다. 나 같은 사람은 감사해야 할 책이다. 완전 ‘종합 선물세트’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얘기들이 자주 나왔다. 술술 읽었다. 50개의 키워드를 다루는데 그중 나는 ‘앙가주망’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내 개똥철학인 줄 알았는데 장 폴 사르트르 씨가 이미 한참 전에 말했었네. ㅋ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더니. 역시.
나는 ‘해야 하는 일은 없다.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뿐.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다. 하고 싶으면 하는 거다’라고 주장해왔다. 학생이 공부를 하고. 성인이 회사를 다니고.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 누군가는 책임이고 도리라고,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건 자기 선택이다.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스스로 기꺼이 그 책임을 다하기로 선택한 것뿐이다. 지나간 일을 빼고, 인생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인간에겐 선택의 자유가 있다. 생각하고 선택할 자유. 생각하지 않고 하는 선택이 삶을 불행하게 한다. 자기가 한 선택을 자기의 선택인 줄 모르고 사는 것 또한 삶을 불행하게 한다.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이 나에겐 곧 주체로서의 삶이고, 이것은 나에게 진리이자 내가 내 삶을 이끌어가는 힘이었다. 이 주장에 의하면 인생에는 핑계를 댈 수가 없다. 내가 아닌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나의 이 주장은 많은 사람들과의 ‘갈등’을 만들었다. 나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지금 생각해도 고구마 백 개 먹은 것처럼 답답한 상황들이었다. 이제는 안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과 지혜가 필요한 사람을 구분하지 못한 내 무지 탓이었음을. 그래도 뒤늦게 내가 샤르트르의 이름을 들먹였다면 좀 먹혀들었을까 싶기도 하다. 철학 공부를 진작에 할걸. ㅋㅋ
안다는 것은 그것에 의해 자신이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철학은 앎에 대한 사랑이라고 했다. 저자는 철학을 무기라고 했지만 나는 기술이라고 말하고 싶다. ‘앎’은 곧 삶의 기술로 연결된다. 기술이란 대단한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뭔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 기술을 적재적소에 꺼내 쓸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엉망이 된 기분을 다룰 줄 아는 사람과, 왜 엉망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의 하루하루는 다르다. 무언가를 하는 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과, 한 가지 방법만 아는 사람의 삶이 같을 수 없다. 아냐 모르냐의 문제지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기술은 조금씩 연마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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