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토스트로 시작하는 여행.
처음으로 KTX에 자전거를 싣는 날. 기차타고 여행간다. 히힛. 설레는 맘으로 자전거 곱게 접어놓고 승강장에서 대기 중.
연결칸과 객실 내부에 짐칸이 있는데 아무래도 객실 내부에 두는 게 맘이 편할 것 같아서 1번 좌석을 예매해 좌석 뒷편에 자전거를 넣었다. 쏙들어가네.
횡성까지 버스로는 3시간 ktx로는 한시간 남짓 걸린다. 비용은 거의 비슷. 살짝 딜레이가 되긴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 풍경을 구경하다보니 금방 도착했다.
횡성역 새로 지었는지 삐까리하네. 한가한 역사에서 출발에 앞서 개인정비.
시내에 잠시 들렀다가 출발.
2주 전 홍천에 왔을때만해도 황금들판이었는데 이제 추수가 다 끝나고 곳곳에 마시멜로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확실히 달라진 풍경.
은행나무 아래 노랑 은행잎이 소복히 쌓여있다. 어쩜 저렇게 한장도 안 남기고 다 떨어졌지? 흠..
섬강. 오늘은 이 강을 따라간다.
배추가 반가운 김장 시즌. 빌슨님 오늘 김장인데 돈으로 처리(?)하고 라이딩 오셨다고. 오늘 비싼 라이딩이다 ㅎ
저 다리 건너 섬강 따라 흘러간다.
데크길 달릴 때 기분좋아. 그늘진 곳이라 조심해야 하지만.
비단같은 도로.
구비구비 농로.
아스팔트 길. 다양하고 아름다운 길. ㅋ
오늘 전체적으로 내려가는 코슨데 중간에 작은 업힐이 세 개 있다. 이게 오늘의 두번째 업힐. 원주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여기 어디서 밥 먹고 가야해.
어쩌다 내가 좋아하는 채선당에서 점심을 아주 거하게 먹었다. 라이딩 중에 이렇게 여유롭고 편안한 맘으로 밥을 먹다니.
배를 든든히 채우고 다시 달린다.
여긴 마시멜로를 두개씩 쌓아놨네.
이런 들판을 보면 왜 기분이 좋지. 나 전생에 소였나?
가까이 두고 달리는 섬강 풍경. 홍천강보다 소박한 느낌.
이번 가을도 너무 멋지다..
멋진길을 오붓하게 둘이 달릴 수 있어서 좋다. 혼자는 좀 심심할 때가 있거등.
미니벨로 두 대. 귀엽네. ㅎ
잠시 쉬었다가 출발. 앞모습보다 더 익숙한 빌슨님의 뒷모습.
여주까지 13.5km 남았댄다. 더 남은 거 같은데..?
억새밭? 갈대밭? 하얗게 반짝이는 가을풀들에 한참 정신이 팔렸다. 셔터 마구 눌러대는 중.
이제 저기 보이는 다리를 건너 은행나무를 보러 간다.
앙상한 나무가 왠지 불안해지는 순간…
헐. 설마설마 했는데…
바닥에 다 떨어진 은행잎…
단 하나도 남김없이.. 어제 밤에 다 떨어졌댄다. 힝.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나와 가던 길을 달린다.
갑자기 나타난 이 넓은 들판은 무엇…?
궁금해하며 홀린듯 달리다보니 길이 사라지고 난데없이 공사판이 나왔다.
모래밭이라 자전거를 끌고 걷는다. 중앙 아시아 어딘가 온 느낌.
어찌저찌 모래밭을 벗어났다. 처량맞게 나부끼는 현수막 한장. 지난 폭우로 인해 길이 이렇게 됐는데 자전거 통행량이 많지 않아선지 그냥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그래도 자전거 길인데..
어느덧 서쪽으로 기울어진 해. 여기서 섬강 자전거길이 끝나고 이제 남한강 자전거길을 타야 하는데 길을 못 찾아 한참 헤맸다. 알고보니 다리 위로 올라가서 가야하는 거였음. 다리 건너고 나서가 오늘 마지막 오르막.
강천섬도 은행나무 단풍이 다 졌을 것 같아서 그냥 지나가려고 했는데 내리막을 내달리다 나도 모르는 사이 흘러들어왔다. 인생 참 뜻대로 안되네 ㅋ
그래도 강천섬 풍경은 뭐 말할 것도 없이 좋다. 어마어마한 인파를 뚫고 섬 안으로 진입.
탁트인 풍경 너무 좋아하는 곳이지만 오늘은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라이트가 없거등. 해떨어지기 전에 가야한다.
그래도 한 구석에 앉아 잠시 쉬며 남은 간식을 해치우고
낙엽위에서 기념 사진도 한장 찍고 서둘러 여주역으로 출발.
대한민국 최상급 자전거 도로. 강천섬에서 여주 구간.
어서 가야하는데 풍경이 날 붙든다.
노을에 감격하는 사이 저 멀리 사라져버린 빌슨님..
오늘 하루도 멋졌다.
라이트도 없는데 다행히 어두워지기 전 여주역 도착.
세종대왕님이 굽어보는 명당에 자전거를 싣고 집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