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Plan
봄마중 행사의 “따로 또 같이” 기조에 맞춰 혼자만의 라이딩을 계획했다. 멀리까지 간 김에 여자만도 달리고 싶고, 비렁길도 걷고 싶고, 돌산도 일주도 하고 싶어서. 결국 봄마중 공식 일정보다 하루 일찍 시작해 하루 늦게 끝나는 6박7일짜리 일정이 나왔다.
미리 전달받은 GPX파일을 참고해 달리고 싶은 경로를 한땀한땀 그렸다. 중간에 식사할 곳과 보급할 곳을 지도에 표시하고 비렁길 트레킹 정보와 배 시간도 대충 확인했다. (섬의 배/버스 등은 현지에서 알아보는 것이 가장 정확함) 자전거도 손보고 시운전도 마쳤다. 오랜만에 떠나는 자전거 여행인데다 겨울과 봄 사이의 애매한 시기라 짐 싸는데 고민이 많았다. 그래봤자 페니어 두 개가 전부지만 ㅎ
실행Do
여수에서 시작해 순천-고흥-금오도-안도를 거쳐 다시 여수로 돌아왔다. 금오도 비렁길 5코스 대신 안도 섬투어를 했고, 여수 일정이 하루 더 늘어났다. 계획했던 일정이 끝나고 배를 타고 제주로 넘어왔다.
계획과는 달라진 부분들이 몇가지 있지만, (1일차 숙소, 안도 이후의 일정) 라이딩은 애초에 계획했던 코스로 착실하게 (?) 달렸다. 한땀한땀 경로를 짜던 과거의 나를 믿으며. ㅎ
Day1 : 서울에서 여수로 버스 이동 후 순천까지 라이딩 (47km)
-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0710 여수행 버스 탑승.
- 평일 이른 아침이라 자전거는 나하나 뿐이었지만 다른 짐들이 많아서 앞바퀴 빼고 적재함.
- 여수에 도착해 터미널 앞에서 밥을 먹고 12시쯤 출발.
- 순천까지 달리는 동안 딱히 힘든 구간은 없었음.
- 여자만 해안도로를 따라 난 평화로운 자전거길이 매우 좋았음.
- 순천 도착 후 <24 게스트하우스> 숙박.
Day2 : 순천만국가정원에서 해창만까지 라이딩(73km)
- 뚜르드월드 봄마중 공식 일정 시작. 09시 순천만 국가정원에서 모여서 다같이 출발.
- 별량면 <사계절 기사식당>에서 따로 또 같이 점심식사.
- 벌교 생태공원부터 각자의 페이스 및 경로에 따라 흩어지기 시작함.
- 업힐을 피한 숏컷을 이용해 일찌감치 <해창만오토캠핑장>에 도착하여 여유를 즐김.
- 하루종일 앞바람이 불었으나 속도를 포기하니 라이딩이 마냥 즐거웠음.
- 17시경 전원 도착하여 근처 중국집에서 저녁 식사 후 모닥불 놀이.
Day3 : 해창만에서 거금도까지 라이딩 (89km)
- 08시 해창만을 출발하여 무리에서 같이 1시간 정도 달리다가 무리에서 떨어져 나옴.
- 미리 만들어둔 경로를 따라 고흥 북쪽까지 오르락 내리락 부지런히 달림.
- 고흥만 방조제 주변에서 점심을 먹고 나니 그제야 바람이 조금씩 도와주기 시작.
- 녹동과 소록도를 거쳐 거금도에 들어서니 초록빛이 가득해서 기분이 좋았음. (포두면의 드넓은 논? 뻘? 사이에 난 직선길이 인상적이었지만 고흥의 전체적인 갈색 풍경은 좀 칙칙했음.)
- 거금도 마지막 휴식 중 밤배님과 잔디별님을 만나서 비슷한 시간에 <거금도청석오토캠핑장> 도착.
-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똥바람 속에서 막걸리 4L 나눠 마시고 해산.
Day4 : 거금도에서 낭도까지 라이딩 (81km)
- 캠핑장을 출발해 함께 달리다가 거금대교를 건너기 전에 거금대교 하단 자전거길로 건너기 위해 떨어져 나옴.
- 왔던대로 소록도를 거쳐 녹동으로 나와 보급 후, 뒤에서 밀어주는 바람을 타고 동쪽으로 이동.
- 도화면 <늘봄식당>에서 점심 식사.
- 007님과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며 달리다 영남면 남포미술관 관람 후 낭도까지 이동.
- 낭도에 들어서자마자 낭만 낭도에 걸맞는 아기자기한 분위기에 홀랑 반함.
- <낭도캠핑장>에 텐트 대충 쳐놓고 <장사금 해변>과 이름없는 절벽 전망대, 방파제까지 자전거로 둘러봄.
- <낭도포차>에서 낭도 막걸리와 서대회무침으로 저녁식사 후, 주말 분위기가 물씬 나는 캠핑장에서 모닥불 놀이.
Day5 : 낭도에서 백야항까지 라이딩(19km). 배타고 금오도로 이동 (40분) 후 안도까지 라이딩(36km)
- 낭도에서 다같이 출발해 백야항까지 라이딩 (19km)
- 11시 백야항에서 배타고 금오도로 이동 (40분 소요, 11,300원)
- 원래는 오후에 5코스 트레킹을 할 계획이었으나 시간 계산이 틀린것을 뒤늦게 발견.
- 함구미항에서 혼자 남아 버스, 배편 등의 정보 수집 후 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
- 안도까지 36km 낙타등 라이딩. 덥고 힘들었음.
- 15시쯤 <안도기러기캠핑장>에 도착하여 텐트 피칭 후, 안도 섬투어 라이딩. (상산 트래킹 코스 한바퀴 돌고, 동고지마을 찍고, 당산공원 한바퀴)
- 17시 <안도제일식당>에서 회정식으로 저녁 배불리 먹고 마지막 불멍.
Day6 : 비렁길 트래킹 후 배타고 여수로 이동
- 공식 봄마중 일정 끝. 버스시간을 맞추기 위해 07시쯤 먼저 출발.
- 심포 면사무소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08시 버스타고 함구미로 이동. 함구미까지 2천원. 여천항에서 환승함.
- 버스는 배 시간에 맞춰서 운행된다고 함. (기사님 말에 의하면 버스 시간표는 의미 없다고 함.)
- 함구미항에서 시작, 비렁길 1,2,3,4 코스 트레킹. 비렁길 3코스가 가장 재밌고 멋졌음.
- 보조배터리를 낭도 캠핑장에 놓고 와서 트레킹 후 자전거로 다녀옴.
- 16:30 우학항에서 배 타고 여수항으로 이동. (역포-안도-우학-여수를 오가는 페리가 하루에 2차례 있음. 15,300원)
- 여수 시내 <나비잠> 숙박.
Day7 : 여수 시내 샤방 라이딩 (39km)
- 여수 시내 자전거길 따라 샤방 관광 라이딩 약 39km (해양공원, 오동도, 옛 철길 자전거도로 등)
- <나비잠> 숙박.
Day8 : 돌산도 일주 라이딩 (약64km)
- 11:00 숙소에 짐 맡기고 가볍게 출발
- 돌산도 시계 반대방향으로 라이딩, 매우 여유롭게 많이 쉬면서 천천히 달렸음.
- 돌산도 신기항 이후로 먹을만한 식당이 없어서 편의점에서 점심 해결, 오후엔 <돌산바다>라는 카페에서 한참 쉼.
- 돌산읍에서 저녁 먹고, 돌산공원에서 일몰보고 구경 후, 여수엑스포 항에서 제주행 페리 탑승.
Day9 : 제주항 도착 후 교래 거쳐 서귀포까지
- 제주항 도착, 배에서 만난 프랑스 자전거 여행자 제롬과 <우진해장국> 테이크어웨이.
- 용현계곡에서 피크닉 후 각자의 갈 길로 해산.
- 번영로 타고 <교래자연휴양림>까지 라이딩. (18km)
Day10 : 교래에서 서귀포까지 (46km)
- 교래 야영장 출발, 삼다수 숲길 한 바퀴 돌고 서귀포까지 라이딩 약 46km.
- 미세먼지가 심해져 여행 급 종료.
총평
열흘 가까이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며 텐트 생활이 고되지 않았던 것은 비가 오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저녁마다 캠핑장과 식당에서 핫샤워, 식수, 전기를 해결할 수 있어서가 아니었나 싶다.
이번 여행은 매일의 숙영지가 (유료캠핑장) 정해져 있었고 3-4인이 한 사이트를 공유했기 때문에 비용도 적게 들었다. 캠핑장에서 매일밤 맘놓고 전기를 충전할 수 있었던 것, 점심 저녁을 매식하며 식수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장점이었다.
그간 자전거 여행은 길어야 3~4일을 넘기지 않았었는데 이런식이라면 열흘을 넘어 얼마든지 오래 여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에 헤어져 각자의 여행을 즐기다 저녁에 만나서 함께하는 “따로 또 같이” 여행은 나처럼 제멋대로 성향의 여행자들에게 딱 맞는 여행방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