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DMZ 투어 여행 기간은 7박 8일. 모두 숙박시설을 이용했고 밥도 다 사먹었다. 소위 말하는 credit card tour.
날씨는 악천후. 5월 봄여행이었지만 일교차가 심해 기온이 4도까지 떨어졌다가 26도까지 올라갔다. 진부령 넘을 땐 너무 더웠고 한묵령을 넘을 땐 너무 추웠다. 이틀은 비를 쫄딱 맞고 젖은 상태로 달렸다.
그래도 결론적으론 라이딩할 때 조금 춥고 조금 더웠을 뿐 가져온 물건에서 더 넣거나 뺄 건 없었다.
최대한 가볍게 가고 싶어서 앞뒤 페니어도 다 떼놓고 핸들바백과 스탬백 하나만 달았다. 필연적으로 짐을 줄여야 했는데 다행히 짐을 싸보니 핸들바백에 다 들어가고도 자리가 남아서 남는 자리에는 후리스를 벗어서 넣으면 딱 맞았다.
그래도 혹시나 추가적으로 짐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것 같아 부피가 작고 가벼운 비닐가방을 챙겼다.
준비물
- 수건 부피가 아주 작고 잘 마르는 소창 수건. 숙소에 수건이 있을지 없을지 몰라서 챙겼다.
- 세면도구 칫솔, 치약, 로션은 바로 꺼내쓸 수 있게 핸들바백에 따로 보관. 샴푸, 클린징 등은 잘 마르는 망사 주머니에 보관하고 샤워할 때 들고 들어가면 된다.
- 우의 정말 추울 것을 대비해(5도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우비 기능을 할 자켓과 오버트라우저를 하나 챙겼다. 돌돌 말아서 비닐 봉지에 넣어 물병케이지에 쏙. 만약을 대비해서 챙긴건데 이틀동안 아주 잘 써먹었다.
- 모자 머리 보호용 잘 접히는 모자. 추해진 머리를 가릴 때, 비 올때 전천후로 사용.
- 빨래줄 분명히 방에서 빨래를 말릴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준비. 내내 유용하게 잘 썼다.
- 비닐가방 핸들바백에 담기지 않는 무언가가 생길 경우를 대비한 비닐배낭. 비닐이라 가볍고 착착 접어서 핸들바백 바닥에 깔아 놓았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면 된다. 차에 짐 맡길때 잘 써먹었다.
- 물티슈 물티슈 하나 마른티슈 하나 only 자전거 청소용. 먼지도 닦고 빗물도 닦고 기름때도 닦고.
- 잠옷 반팔 티셔츠 하나 쫄바지 하나. 여차하면 라이딩 할 때 입을 수 있는 기능성 옷들로 챙겼는데 이번엔 잠옷으로만 사용했다.
- 보조배터리 핸드폰, 라이트, 시계 등 전자기기 충전에 필요한 케이블. 비상시에 사용할 보조배터리 하나.
- 안전조끼 바람막이가 형광색이긴 했지만 우비와 반팔 티셔츠가 어두운 색이라 따로 챙겼다. 꼬깃꼬깃 접으면 스템백 망사 주머니에 들어가서 부담없었다.
- 상비약 모기약, 밴드, 항히스타민, 연고등 늘 가지고 다니는 기본 상비약들.
- 정비도구 육각렌치, 드라이버, 지렁이, 오일, 장갑 등 늘 가지고 다니는 것들. 공구통 자리에 우비를 넣어야 해서 스템백에 넣고 다녔는데, 덕분에 급하게 안장 높이를 조절할 때 바로 꺼내 쓸 수 있었다. 앞으로 니 자리는 거기다.
그 외 손수건과 목걸이 지갑은 핸드폰과 함께 평상시에도 항상 소지하는 항목이라 뺐다. 아, 자전거에 늘 달려 있는 찍찍이와 다이소에서 추가로 산 얇은 찍찍이도 흘러내리는 바지를 고정하는데 잘 썼다. ㅋㅋ
주행 복장
주행 복장은 사실 가지고 있는 옷이 없어서 별로 고민할 것도 없었다. 없어보이는 살림이지만 덥고 추운 지랄맞은 날씨 속에서도 옷을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여행할 때 옷은 항상 최소로 챙긴다. 입고 있는 주행복 한 벌, 잘 때 입을 잠옷 한벌, 방풍방수용 우비 한 벌이 전부다. 여벌의 옷은 따로 챙기지 않는다. 캠핑중엔 어차피 빨아도 마르지 않고, 숙소를 이용하는 경우엔 밤에 빨아서 잘 말리면 다음날 바로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여벌옷이 필요하지 않다.
하의 빕(엉뽕바지)은 반바지 밖에 없어서 못입고, 달리기할 때 입는 칠부 쫄바지를 입었다. 더 추울 땐 그 위에 바지를 하나 더 입기도 하는데 5월이라 그 정도까진 필요 없었다. 바지가 두 벌 뿐이라 둘을 놓고 고민했는데 그나마 쫄바지가 무릎을 가려줘서 선택. 쫄바지로 가려지지 않는 장딴지는 긴 양말로 커버. 추울땐 양말을 올리고 더울 땐 양말을 내려서 체온조절을 하면 된다.
상의 기능성 속옷과 기능성 티셔츠. 후리스 하나와 바람막이 하나. 다 입고 달리다가 더우면 지퍼를 여는 것으로 체온조절을 하다가 정 안되면 벗어서 핸들바백에 넣어 보관한다. 옷을 벗을 때 안에 입은 후리스를 먼저 벗어야 해서 번거롭긴 하지만 이 레이어링 방식이 요즘같이 일교차가 큰 날씨에는 매우 효율적이다.
자전거 여행은 라이딩보다는 여행에 가깝기 때문에 라이딩 효율을 우선하는 빕숏이나 저지 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라이딩 복장 보다는 아웃도어용 옷이 활용성이 좋고 다양한 기상을 커버하기도 좋다.
한여름을 빼고 봄 가을 라이딩에는 요상태로 장기 여행도 충분히 가능할듯 싶다. 물론 이 패킹방식은 모든 사람에게 정답이 될 수 없다. 나의 정답일 뿐.
나는 덜 가지는 것이 더 자유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이렇게 최소의 물건이 100% 자기의 쓰임을 다할때 무척 기분이 좋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