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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Laugavegur + Fimmvörðuháls 6일 백패킹 총정리
6 Jul 2023
13 minutes read

일정

원래 라우가베구르는 54km로 총 4일, 핌보르두할스는 25km로 이틀이 권장되는데 나는 현장 상황에 따라 라우가베구르는 3일, 핌보르듀할스는 하루에 걸었다. 그리고 남은 이틀은 란드만날라우가르와 쏠쓰모르크 주변 트레킹에 할애하여 어쨌든 하이랜드에서 총 6일을 보냈다.

Laugavegur + Fimmvörðuháls 6일
Laugavegur + Fimmvörðuháls 6일

방향

란드만날라우가르로 하이랜드 버스를 타고 들어가 남쪽으로 걸었다. 남진만 가능하다고 한걸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니었다. 걷는 내내 마주오는 사람들을 꽤 만났다. 남진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긴 했지만 트레킹을 마치고 레이캬비크로 돌아오는 교통편을 고려할때 란드만날라우가르에서 끝나는 북진이 더 유리한 선택일 수도. 단, 남진은 전체적으로 내리막. 북진은 오르막이다.

교통 (하이랜드 버스)

갈때는 레이캬비크 BSI에서 란드만날라우가르까지 하이랜드 버스를 이용했고 올때는 스코가에서 51번 퍼블릭 버스를 탔다.

하이랜드 버스는 몇개의 회사가 있으나 스케쥴은 다 같고 그중 두개는 같은 계열 회사인 것으로 추정된다. 나는 출발 전날 re.is 웹사이트에서 예약했고 이메일로 발송된 바우처를 보여주고 탑승했다. 지정된 좌석은 없고 인원제한도 없이 버스를 유동적으로 운영하는 듯. 내가 간 날은 Reykjavik Excursion 에서만 석 대의 버스가 출발했다. 7시 버스를 탔는데 6시 40분쯤 도착하니 이미 2호차 탑승 중.

Highland Bus
Highland Bus

갈때는 Hella에서 30분 휴식. 휴게소엔 커피와 빵등을 파는 카페가 있고 같은 건물 지하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줄이 매우 길어서 난 패스.

9시 반쯤 비포장 도로로 진입, 약 한시간 반 동안 도강을 두어번 하고 꾸준한 속도로 달려 11시쯤 도착했다. 캠프사이트 거의 다 가서 있는 마지막 도강이 가장 넓고 깊어보였다. 여길 건넌다고? 했는데 건넘 ㅋㅋ

레이캬비크로 돌아오는 하이랜드 버스는 쏘르스모르크에서는 스케쥴이 괜찮은데 스코가에서는 영 꽝.

라우가베구르만 걷고 쏘르스모르크에서 돌아오는 일정이면 오후에 쏘르스모르크에서 출발하는 하이랜드 버스를 타면 된다.

문제는 핌보르두할스를 걷고 스코가에서 끝나는 경우. Skogar스코가에서도 하이랜드 버스가 있긴한데 10시 버스를 타려면 스코가에서 하루 자야하고, 오전 10시쯤 출발해서 중간에 6시간 정도 대기시간이 있다. 도착은 저녁이니 하루종일 길에서 보내야하는 스케쥴.

레이캬비크로 돌아오는데만 1.5일이 걸리는 셈이라 핌보르두할스를 걷는 걸 망설이고 있었는데 중간에 만난 잉글랜드 청년들로부터 스코가에 하루에 한 대 다니는 퍼블릭 버스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덕분에 하루만에 핌보르듀할스를 걷고 당일 저녁에 레이캬비크로 오는데 성공.

버스는 매우 크고 짐칸도 넉넉하다. 스코가에서 버스탈 인원만 30명 정도 있어서 못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널널하게 다 타고 왔다. 중간에 셀포스에서 어떤 부부 자전거 2대도 실어줌. 가격은 6840kr. (하이랜드 버스는 7,999kr)

51번 public bus
51번 public bus

레이캬비크 시내로 가려면 51번 버스의 종착지인 미욧Mjódd 이란데에서 내려 시내버스로 갈아타야하는데 영수증을 보여주니 추가 요금 없이 그냥 태워줬다. (버스 시스템이 정확히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모르겠음)

지도

루트 자체가 단순하긴 하지만 오프라인 맵에 gpx파일을 넣어갔다. 중간중간 어디쯤인지 확인하며 걷긴 했지만 트레일 표식이 워낙 잘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련 없다.

tmb는 갈림길 또는 간간히 방향 표시만 되어있는데 두 트레일은 전구간 일정한 간격으로 색깔로 구분된 막대기가 꽂혀있다. 다음 막대기를 찾아서 걷기만 하면 되기에 길 따라가는 건 tmb에 비해 훨씬 편했다.

하지만 어느 하나에만 의존하는 것은 금물. 안개가 많았던 첫째날은 다음 막대기가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gpx를 보고 따라갔고, 반대로 Básar주변에선 오프라인 맵에는 없는 경로가 현장에는 표식이 되어 있어서 지도에 없는 경로로 걷기도 했다. 어쨌든 오프라인 맵과 루트는 반드시 넣어가길 추천.

숙박(야영장)

hut에서 묵을 생각이 없었기에 hut은 알아보지도 않았다. 악천후가 걱정은 됐으나 짧은 일정이기에 어떤 날씨든 받아들이기로 작정하고 시작했다. (다행히 악천후로 잠못든 밤은 없었음)

캠핑은 권고사항대로 (와일드캠핑 금지) FÍ에서 운영하는 hut에 딸린 캠핑장을 이용했다. 가격은 모두 2,500kr로 동일. 충전은 안되고 핫샤워는 5분에 500kr. 간단한 간식등을 팔고 워든이 상주하여 트레킹에 필요한 정보를 구할 수 있다. 헛은 안 들어가봐서 모르겠지만 샤워나 화장실등의 시설은 모두 비슷했다. 모두 카드 결제 가능. (아이슬란드는 환전을 아예 안했음)

캠핑장에 자리가 없어서 텐트를 못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좋은 자리는 일찍 가야 선점할 수 있긴했다. (나에게 좋은 자리란 소음이 적고 프라이버시가 보장되고 뷰가 좋고 평평한 장소)

Landmannalaugar campsite는 바닥이 흙바닥이었지만 수도꼭지에서 따뜻한 물이 나와서 좋았다.

Álftavatn campsite는 오픈스페이스에 사방으로 뷰가 끝내줬고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좋았다.

Emstrur campsite는 사이트가 구릉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나름 독립적이라 좋았다. (늦게온 사람들은 사이트 찾아 여기저기 헤매이기도 했음.)

Hrafntinnusker campsite
Hrafntinnusker campsite
Hvanngil campsite
Hvanngil campsite

그냥 패스했던 두 개의 hut은 둘 다 hut 주변에 돌담으로 둘러싸인 싸이트가 군데군데 있었다. 바람이 많이불어서라고 추측했지만 안 자봐서 모르겠음.

Básar campsite
Básar campsite
Básar campsite
Básar campsite

쏠스모르크에선 Básar의 사설 캠핑장을 이용했다. 이 캠핑장이 좋았던 건 다른데보다 500kr 정도 싸기도 했지만 공간 자체가 넓은데 시설도 괜찮고 구석구석에 숨겨진 공간이 많아서 내가 원하는 모든 조건을 다 충족했다.

입구쪽은 잔디밭이 넓고 평평하긴 한데 너무 오픈되어 있어서 다른곳과 크게 다를게 없는데, 오피스 뒤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가면 나무와 수풀 안쪽으로 텐트 한 두 동을 칠 수 있는 매우 아담하고 은밀한 사이트가 몇개 있다. 숲속에 짱박혀 오가는 사람 방해없이 한적하고 조용히 지낼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전자기기 충전과 핫샤워도 가능했고 (각 500kr) 매점과 식당도 있었다. 강추.

날씨

둘째날까지 날씨가 거지같아서 날씨운이 다했나보다 싶었는데 이후론 점차 개고 따뜻해졌다. 약간 흐리고 명암이 강한 구름이 낀 배경이 하이랜드 풍경과 훨씬 잘 어울렸다. 넘 맑으니 오히려 주변 풍경이 단조롭게 느껴지는 현상.

기상예보는 전체적으로 잘 맞았다. 안개, 비, 구름, 햇님 6일동안 모든 날씨를 다 겪은 듯. 간혹 시간당 1~2mm의 비가 오긴 했는데 후두둑 떨어지는 정도로 맞아도 크게 티 안나는 비였다. 우비 쓸일은 없었다.

다만 기온은 매우 낮았다. 반팔차림으로 걸었던 TMB에 비교할 수 없을만큼 추웠다. 해가 없는 밤시간 동안엔 3~4도 까지 떨어져 침낭 밖으로 내놓은 코가 시릴 정도. 바닥에서도 한기가 느껴져 매트를 반으로 접어 사용했다.

참고로 7월초 레이캬비크 기준 일몰 시간은 24시 일출은 3시 정도다. 세 시간동안 깜깜한지 아닌지는 깨어있던 적이 없어서 모르겠음. ㅎ

복장

반바지는 언감생심 깊숙히 넣어두고 샤워하러 갈때만 사용. 아래는 여름용 긴바지에 추울땐 오버트라우즈, 위엔 반팔티셔츠+플리스+고어텍스 자켓을 기본으로 입고 걸었다.

해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기온이 확 달라졌는데 해가 났다 구름이 꼈다 바람이 불었다 비가 왔다 날씨가 아주 생난리를 부렸기 때문에 옷도 입었다 벗었다 모자도 썼다 벗었다 수없이 반복했다.

기온은 꽤낮았지만 주행중엔 춥다고 느낀적은 없었고 밤에는 매일 춥다고 느꼈다. 경량 패딩에 오버트라우까지 껴입고 잤다. 하지만 다시 간다고 해도 더 챙길건 없다.

음식

미리 준비한 6일치의 생존식으로 해결. 일정이 하루 줄어 하루치 식량을 다 먹어버렸다가, 핌보르두할스를 걷기로하며 다시 늘어나는 바람에 쏠스모르크 Básar 숙소 매점에서 보급. 하루는 아침 점심 간식 그래놀라만 먹었다 ㅋ

6일치 생존식
6일치 생존식

여기에 스키틀즈 한 봉과 에너지바 몇 개, 특별식 라면 하나 추가. 하루 식량이 600g 정도로 6일치 식량의 전체 무게가 4kg를 넘지 않았다.

이걸 다 이고지고 걷느라 초반 몇일은 배낭을 짊어질때 무겁다고 느꼈다. 하지만 하루하루 배낭이 가벼워지는 즐거움도 있었다 ㅎ

참고로 나는 ‘음식=에너지’라고 생각하는, 음식 및 먹는 행위에 대한 욕구가 거의 없는 종자이고, 특히나 백패킹에선 먹는 즐거움보다 가볍게 걷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건 내 얘기고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밀플랜을 찾을 것을 권장함.)

River Crossing

워킹폴 신공만으로 건널 수 없는 리버 크로싱이 세 번 있었다. 먼저 둘째날 알프타바튼에서 암스트르까지 두 번의 리버크로싱 (첫번째는 무릎 높이 두번째는 허벅지 중간정도)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허벅지 중간 정도면 바지를 걷어서 해결될 일이 아닐것 같아 반바지를 안에 입고 출발했다.

hut에서 제공하는 정보
hut에서 제공하는 정보

첫번째는 Álftavatn 에서 1.6km 지점 Bratthálskvísl River, 흐반길Hvanngil 헛 가기 전에 있는데 깊인 무릎정도라 바지만 무릎위로 걷어올리고 쪼리로 갈아신고 살살 건넜다. 물살이 그닥 세지 않고 강폭도 좁고 바닥이 대충 들여다보여서 난이도로 치면 하.

두번째는 흐반길Hvanngil 지나 Bláfjallakvísl River. 더 깊다고 해서 바지를 벗을 참이었는데 앞에 건너는 사람들을 보니 무릎높이인듯 해서 바지만 걷고 건넜다. (혼자였음 괜히 바지 벗었을뻔 ㅋ) 깊이는 첫번째보다 오히려 낮았는데 폭이 좀 넓어서 건너는 동안 발이 너무너무 시렸다. 발 떨어져 나가는 줄. 난이도 중.

두번째 리버크로싱
두번째 리버크로싱

세번째는 다음날 쏠쓰모르크 다 가서 있는 Þröngá River. 얼핏봐도 꽤 넓은 강이었는데 사람들이 차량이 건너는 길목에 모여 앉아 있었다. 속옷차림으로 몸을 닦는 사람도 있길래 긴장했지만 배운대로 차가 도강하는 경로를 피해 강폭이 가장 넓고 물살이 약해보이는 곳을 찾아 상류로 이동. 마침 저 멀리서 한명이 무릎높이 정도의 깊이를 건너가고 있길래 그 근처로 가서 건넜다. 강폭도 넓고 물살도 빠르고 빙하물이라 거무티티해 바닥이 보이지 않는 상태라 살짝 긴장했으나 다행히 무사히 건넜다. 난이도 중상.

라우가베구르에선 보통은 세 번의 강을 건너게 되고 강의 깊이는 전날 비가 많이 오거나 하면 급격하게 깊어진다고 하니 출발전 헛의 워든이나 반대편에서 온 사람에게 정보를 구할것.

그리고 앞에 건너는 사람이 있으면 물의 깊이나 건너야 할 지점등을 대충 알 수 있어서 도강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뒤에 누군가가 오고 있다면 올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힌트를 주는 친절함을 베풀자.

기타

란드만날라우가르는 4WD 차량으로 쉽게 접근이 가능해서인지 한국인, 특히 단체로 온 관광객이 정말 많았다. 란드만날라우가르에서 온 프랑스인 자전거 여행자랑 얘길 좀 나눴는데 아저씨가 몇일 여기서 지냈는데 한국인들 정말 많다고. 대단한 열정이라고 ㅋ 내가 머문 날도 주변에 한국인이 서른명은 됐다. (십수명은 되보이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밥먹는 것도 한국인이었고 술마시고 쩌렁쩌렁한 못소리로 고성방가해 주변의 컴플레인을 받은 남자들도 한국인이었다.) 나도 그 중 한명이지만 한국인의 여행 열정은 정말 세계 최고인듯.

반면 란드만날라우가르를 떠나 트레일에 접어든 이후에는 한국인은 커녕 Asian이 나 하나였다. 신기할만큼 동양인이 한 명도 없었다. Básar숙소애서 동양인 청년이 있길래 괜히 반갑게 말검. ㅋ

오가며 만난 모든 사람들 대부분이 2인 또는 3인이었고 혼자 걷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간혹 만나긴 했는데 매우 드물었다. 주의사항에 혼자 걷지 말란 항목이 있긴 하더라만. 하지만 대부분의 순간에 앞뒤로 어딘가에 사람이 있었기에 혼자란 느낌은 안 들었다. 오히려 간격 유지를 위해 쫓기는 느낌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ㅋ

상세일정

앞뒤로 준비 및 휴식 기간 있었으나 실제 걸은 날만 기록한다.

Day 1 (29/6/2023 Thu)

날씨 : 구름 많음, 2~8 도 (하이랜드 기준, 레이캬비크는 같은날 7~9도였음)
트레킹 : Bláhnúkur 주변 7.15km ↗466m ↘458m
야영지: Landmannalaugar Hut (2,500kr)

BSI에서 7시 하이랜드 버스를 타고 란드만날라우가르Landmannalaugar로 이동. 중간에 Hella 에서 30분 휴식. 11시쯤 도착. 체크인 후 Bláhnúkur 트레킹. 올라갈땐 뷰가 좋았는데 정상에선 안개로 암것도 안보임. 오후 내내 날씨가 오락가락 지랄맞음. 단체로 온 한국인들 대낮부터 술마시고 목청 높여 떠드는 통에 매우 짜증났음. 귀마개 필수.

Day 2 (30/6/2023 Fri)

날씨 : 안개 끼고 구름 많고 빈지 뭔지 오락가락 3~8도
트레킹 : Landmannalaugar - Álftavatn 23.4km ↗1,000m ↘1,303m
야영지: Álftavatn Hut (2,500kr)

안개낀 아침에 정리하고 출발. 출발 전에 워든에게 물어보니 날씨는 하루종일 foggy 할 거고 Hrafntinnusker는 밤에 매우 춥기 때문에 가능하면 Álftavatn 까지 가서 밤을 보내라고 함. 애초 12km만 걸을 생각이었으나 이틀치를 하루에 걷기로 계획을 변경하고 부지런히 걸음. 오전내내 안개 속에서 눈밭과 진흙밭을 오르락 내리락. Hrafntinnusker hut에서 점심을 먹고 나자 그나마 주변 풍경이 좀 보이기 시작함. 오후에도 눈밭 이끼밭 진흙밭을 오르락 내리락. 5km정도 남은 지점부터 안개가 걷히고 멋진 풍경이 보이기 시작. 17시가 넘어 Álftavatn에 도착. 축축한 땅 위 지만 아름다운 호수 옆에 텐트치고 휴식.

Day 3 (1/7/2023 Sat)

날씨 : 구름 많고 비 잠깐 3-8도
트레킹 : Álftavatn - Emstrur 16.5km ↗303m ↘389m (+ side trip 약 5km)
야영지: Emstrur (Botnar) Hut (2,500kr)

오후에 2mm이상의 비 소식이 있어서 일찍 출발함. 두 번의 river crossing 지나 계속되는 평지 벌판길. 풍경이 거의 바뀌지 않는 끝 없는 흙길이라 매우 지루했음. 13시쯤 Emstrur 에 일등으로 도착해 맘에드는 자리에 텐트를 치고 개인 정비. 잠시 해가 난 틈을 타 근처 협곡으로 side trip. 걸은 길의 지루함을 단번에 달래준 멋진 풍경이었음. 2시간 만족스럽게 걷고 돌아오니 밀려드는 사람들. 만족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간만에 핫샤워를 하고(500kr)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생라면 까먹는 호사를 즐김. 매우 행복했음.

Day 4 (2/7/2023 Sun)

날씨 : 멋짐 4~11도
트레킹 : 19.2km ↗565m ↘758m
야영지: Básar á Goðalandi (2,000kr)

라우가베거 마지막 날. 아침에 비가 내려 그치길 기다리다 젖은 텐트를 마구잡이로 쑤셔넣고 조금 늦게 출발함. 끝없는 검정과 초록의 풍경. 기온이 높아져 반팔을 입고 푹신푹신 이끼밭 푹푹 패이는 모래밭을 재밌게 걸음. 날씨가 좋으니 발걸음이 날아갈듯. Thórsmörk 거의 다 와서 마지막 river crossing. 꽤 넓은데 물살이 꽤 거센 흙탕물이라 잠시 쫄았으나 무릎 높이로 무사 통과. 내일 트레킹을 위해 Básar를 선택했는데 와보니 캠핑 사이트가 너무 맘에 들어 2박을 하기로. 일정도 하루 일찍 끝나고 교통편도 해결이 될듯하여 다음 일정 변경.

Day 5 (3/7/2023 Mon)

날씨 : 맑음 (처음으로 예보에 햇님) 4~13도
트레킹 : Þórsmörk쏠쓰모르크 주변 트레킹 (Rétarfell - Valahnúkur) 11.3km ↗681m ↘655m
야영지: Básar á Goðalandi (2,000kr)

해가 쨍 파란 하늘.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고 주변 트레킹에 나섬. 숙소에서 시작하는 Retarfell 코스를 올라 크로싸Krossá와 협곡을 내려다 본 후 서쪽 루트로 하산해 다리를 건넌 후 Valahnúkur 코스를 이어서 걸음. 주변의 360도 풍경, 양쪽의 빙하와 거기서 흘러내려온 물길, 멀리 눈덮인 산과 지난 몇일 걸어온 길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감동 속에 흠뻑 빠짐. 하루종일 뮤슬리만 씹어먹었지만 들인 노력에 비해 풍경이 매우 감동적이라 배가 불렀음. 오후에 캠프로 돌아와 기분 좋은 핫샤워 후 따스한 햇볕에 빨래도 말리고 일광욕하며 시간 보냄. 이날 하루의 햇살로 그간의 거지같았던 날씨가 모두 보상되었음.

Day 6 (3/7/2023 Tue)

날씨 : 맑았으나 미친 똥바람 3-9도 트레킹 : Básar - Skógar (Fimmvörðuháls Trail) 25.2km ↗1,265m ↘1,470m 야영지: Reykjavík Campsite (3,200kr)

25km를 16시까지 마쳐야해서 5시 30분 출발. 아침 햇살 받으며 한동안 업힐. 올라갈수록 풍경이 멋있어져서 한발 한발이 감동. Baldvinsskáli hut 까지 흙산을 오르다 평지를 걷다 눈밭을 걷는 등 다양한 풍경 속에 재밌게 걸었으나 어느새부턴가 바람이 불어대기 시작. 헛 한구석에서 점심을 입에 쑤셔넣고, 별 풍경도 재미도 없는 완만한 돌밭길을 바람에 휘청대며 정신없이 하산. 어느순간엔가 물소리가 들리고 폭포가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 계속되는 폭포의 향연. 풍경은 너무 멋졌으나 계속되는 물소리 때문인지 화장실이 가고싶어져서 발걸음이 빨라짐. 다온것 같은데 끝없는 내리막에 마지막 4km 정도는 매우 지루했음. 15시가 안되 하산완료하여 16시 25분에 출발하는 퍼블릭 버스를 타고 레이캬비크에 도착. 전기와 와이파이가 흐르는 문명의 캠핑장에서 모든 트레킹 일정을 무사히 완주한 것을 감사하고 자축함.

총평

TMB가 어디선가 본듯한 아름다운 자연의 감동을 선사했다면 아이슬란드 하이랜드는 너무나 낯설고 경이로운 자연을 보여주었다. 누군가는 지구가 아닌 것 같다고 했지만 원래의 지구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