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1.13 Melbourne Day 1
맬번. 아침 6시에 도착했다. 터미널에 내렸는데 거지가 된 느낌이었다. 터미널에 뻘쭘하게 있는데 어떤 남자가 와서 찌라시를 들이밀며 뭐라뭐라 막 설명한다. 듣자하니 지네 숙소로 가잔 얘기 같다. Pick-up나온 봉고차에 탔는데 거기 있는 애들이 다 한국여자애들이다. 어쨋든 ‘Packer’s Palace’ 라는 10불짜리 백패커에 왔다. 와보니 한국사람이 더 많다. 4명이 함께 쓰는방이라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냄새가 장난 아님. 크.
맬번시내를 구경했다. 바둑판처럼 짜여진 거리와 시내 곳곳을 달 리는 트램. 큰길로 트램이 지나다니고, 고풍스러운가 하면 한블럭뒤엔 지나면 초현대식 빌딩.
어제 같이 들어온 여자애가 혹시 면허증을 가져왔냐고 물었다. 준비 안했다 했더니 그레이트오션로드를 렌트를 해서 가려고 하는데 운전할 사람이 없단다. 어쨋든 우리도 껴달라 했더니 운전 잘하는 일본애를 한번 찾아보겠다 했다.
침대가 이층침대라서 이 좁은 방에 4명씩 묵는다. 도미토리라고 하던데. 암튼 이층침대 이층에서 처음 자는 날이다.
99.1.14 Melbourne Day 2
좀 추운 것만 빼면 괜찮은 날씨었다. 맬번 시내 북쪽에 있는 플래그스태프정원에 있다가 빅토리아 마켓에 구경을 갔다. 우리나라의 남대문시장 같은 재래시장인데 과일, 장난감, 옷. 없는게 없었다.
시장을 한참 구경하다가 트램을 타고 맬번 남쪽 빅토리안 아트센터에 갔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 작품도 있었다. 현숙영이 지가 감동받은 그림이라며 보여준 그림은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앉아있는 그림이었다. 할아버지가 입고 있는 스웨터 한올한올을 정성스럽게 그린데 대해 감동을 받았다고.
맬번시내의 남쪽은 킹스도메인과 로얄보타닉가든을 둘러보고 끝에는 다 쓰러져가는 놀이동산 Luna Park 에도 갔다. 괜히 왔다는 생각.
99.1.15 Melbourne Day 3
맬번에 와서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 그레이트오션로드.
끝내 운전할 사람을 못구하고 투어에 나섰다. 어디서 모인 사람들인지 여기가 정녕 맬번이던가. 열명이 넘는 사람이 모두 한국인들이다. 그것도 거의 우리또래.. 모르는 사람들과 하루종일 함께 하면서도 영어로 말하지 않아서 참 좋았지.
정말 아름다운 바다를 달렸다. 차라리 그 바다를 날았다고 하는게 나을 것 같다. Bell’s bay, 12사도, 포트캠벨. 또 오늘 코알라랑 캥거루를 처음으로 봤다. 코알라는 생각보다 쫌 재수없게 생겼다. 재수없는 표정으로 나무에 매달려 자는 꼴이란. 참, 그리고 캥거루가 걸을 때 꼬랑지로 걷는다는거.
숙소로 와보니 우리 방에 한국인 두명이 들어와 있었다. 우리가 들어오자 좀 쑥덕 거리더니
“Hello?” .
^^ “안녕하세요?.”
우리가 일본애들인줄 알았댄다. 한명은 박세리를 닮은 내또래였고, 또 한명은 30살이 족히 넘었을 아줌마다. 결혼 안한 아줌마. 여기서 만나서 수다떨고 있는 중이라고. 오랜만에 쌀을 씻어서 이것저것 넣고 볶음밥을 해 먹었다.
TV에서 South Korea$%!@#$~$&*#@$# 나오는데 이상하게 낯설었다. 한국인이라는게 싫을 때가 있다. 돌아가기 싫을 때도 많다.
내일 하루 멜번을 더 보고 밤에 에들레이드(Adelaide)로 떠난다.
99.1.16 Melbourne Day 4
맬번의 4일째. 마지막 날이다. 현숙영이랑 따로 구경하고 이따가 밤에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Queen Victoria Market에 들러 구경을 하고 배낭이 너무 무거워 잠깐 공원에 앉아있다. 배낭메고 걷는게 이렇게 힘들줄이야. 오늘 토요일이라서 시드니에서 처럼 많은 걸 기대했는데 여기는 꼭 폭탄맞은 도시처럼 조용하다. 상점들도 거의 문을 닫고 거리에 사람도 별로 없다. 트램도 드문드문.
여기는 주립도서관이다. 도서관이 참 좋다. 큰 배낭을 도서관 입구 Coin Rocker에 넣어놓고 구경을 하러 들어왔다. 근데 여기 현숙영이 있는 것이다. 푸하하. 여행관련서적을 좀 보다가, 남들 뭐하나 구경도 좀 하고.
터미널에 먼저 와서 현숙영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나한테 와서 “한국분이시죠?".하길래, “아.예. 안녕하세요.”. 26살짜리 언니였는데 애들레이드에서 공부를 마치고 맬번에 잠깐 들러 놀다가 시드니로 가는 길이란다. 내가 쓰고 있던 볼펜에 “데이콤"이라고 써 있는걸 보고 한국사람인줄 알았다나.
애들레이드 어디에 가면 맛있고 많이주는 밥집이 있는지에 대해 한참을 듣고 있는데 현숙영이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사서는 고이 싸가지고 왔다. 이따가 가면서 버스에서 먹을거라나. 치.
- Packer’s Palace (10$) 트램
- 그레이트오션로드 투어
Topic: australia-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