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1.4 서울을 떠난다
JAL952.우리가 탄 비행기다. 싼걸 구하다 보니 중간에 일본을 경유하게 됐다. 온가족이 공항으로 출동했다. 밥을 먹고 환전을 하고.익숙한척 여러 절차를 거치고 아무리 생각을 하고 상상을 해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어쨌든 비행기는 날고 있다.
15:50. 도쿄나리타 공항 도착. 6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책을 좀 읽다가, 공항터미널 구경도 쭉 했다가, TV도 봤다가. 답답하다. 일본말이 이렇게 짜증날줄이야. 6시간을 그러고 있다보니 현숙영이 하는 말도 일본 말 같다. 빨리 영어를 듣고 싶다.
21:15 시드니로 출발. 자리가 그다지 편하지 않다. 그치만 주는 밥을 먹느라고 어느새 잊어 버리고.
99.1.5 Sydney Day1
길고 지루한 비행을 거의 마치고 지금은 정리가 잘된 호주 땅위를 날고 있다. 날씨가 화창하다. 작년에 수학여행 때 봤던 그 제주도 같다. 구름 한점 없어서 그대로 내려다 보인다. 평원같다. 사람이 사는 곳일까? 비행기의 창문이 뜨겁다. 정말 여름이로군.
공항에 내려서 짐을 찾느라고 한참이 걸렸다. 사촌언니가 외숙모, 조카 지민이와 함께 마중을 나왔다.
핸들이 오른쪽에 달린 차. 자꾸 운전기사 없이 차가 움직이는 것 같아 깜짝 깜짝 놀란다. 공항에서 언니네 집인 파라마타(Parramtta)까지 오는데 한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바깥 풍경이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곳이다. 가위손에 나왔던 그 마을. 내내 히죽히죽.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시내로 나왔다.
전철을 탔는데 전철이 2층이다. 그리고 가끔 냉방이 안되는 전철이 있다는거. 오늘은 첫날이니 워밍업으로 Central Station에서 Hyde Park까지. 멋진 분수대 앞에서 편지를 하나 쓰고. 햇볕이좋다. 저녁에 잠깐 밖에 나갔는데, 그 느낌이 여름에 어디 놀러가서 저녁에 씻고 밥먹고 바람쐬러 나온 그 기분. 나는 여기가, 이 나라가 마음에 든다.
99.1.6 Sydney Day2
오전에 집을 나와서 일주일 동안 이용할 수 있는 패스를 샀다. 파라마타가 중심부가 아니라서 1-8존까지 다닐 수 있는 Yellow Weekly Pass를 샀다. 서큘러 키로 와서 어디로 가는 배를 탈까 망설이다가 모스만베이에 가는 배를 탔다. 옆으로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보이는 바다를 떠가는 기분이란. 투어객들만 내리는 포트데니슨 투어에 멋모르고 내려서 꽁짜로 투어에 참가도 했다. 맘고생은 좀 했지만.
점심을 먹으러 시내에 들어왔는데 여기저기 텔레토비가. 이나라도 텔레토비가 유행인가보다.
서큘러키에서 또 배를타고 이번엔 맨리(Manly)로 갔다. 넓고 긴 것도 모자라 고운 모래까지. 6신데 아직도 해가 쨍쨍. 맨발벗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무척 자유로워 보였다. Surfer들이 내가 우리나라에서 물에 놓고 둥둥 떠다녔던 서핑 보드를 타고 파도를 헤치고 있다. 집에가서 꼭 해보리라.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온몸이 다 익었다.
하버브리지를 걸어서 건너기로 했다. 다리 입구를 찾다가 어둑어둑해졌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었는데 말로 설명을 하다가 안되겠는지 자기 방향과 반대임에도 불구하고 한 20분을 걸어 우리를 다리입구까지 데려다 주었다. 뒤따라가면서 ‘이자식 이거.’ 생각한거 정말 미안.
다리를 건너는데 한 30분쯤 걸렸다. 다리 정 중앙부분에는 호주 국기가 꽃혀있다. 얼마나 유치한 발상인지. 꼬맹이들이 두꺼비집을 다 만들고 제일 마지막에 의례 푹 꽂는 하드막대기 같은? 다리 바깥쪽에는 안쪽에서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철조망이 촘촘하게 쳐져 있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내려다본 오페라 하우스와 시내 야경이 환상이었다. 엽서에 나온 것 보다.
99.1.7 Sidney Day 3
호주의 명소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가장 멋있게 보인다는 Mcquire Point에 갔다. 사진도 많이 찍고 잠도 퍼지게 잤다. 이제는 아무데서나 잔디만 보면 자려고 든다.
호주에는 구걸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처럼 무작정 엎드려 기다린다거나 무조건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없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작은 퍼포먼스를 벌인다. 모두가 한가지씩 가진 재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거나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면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자기가 즐거운 만큼 돈을 주면 되는 것이다. 오늘은 현숙영이 서큘러키에서 자유의 여신상 분장을하고 서있는 사람과 사진을 찍었다. 돈도 안내고.
99.1.8 Sidney Day 4
언니랑 ‘얌차’라는 것을 먹으러 갔다. 중국음식같은 건데 좀 느끼했다. 차라리 햄버거가 왔따지.
오늘은 버스패스를 사러 갔는데 나는 현지에서 사면 10%밖에 할인을 못받는다는걸 까먹고 왜 이렇게 비싸냐고 투덜투덜. 말도 안통하는데다가. 쫌 오래 걸렸다. 하지만 끝까지 친절한 그 여자. 얼마나 답답했을까. 오늘 처음 내 여행에 회의가 느껴졌다. .
99.1.9 Sidney Day 5
오늘은 언니네 식구랑 언니 아는분네 식구랑 Palm Beach에 갔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바다였는지 설명 할 수가 없다. 그 푸른 바다에서 어떤 주근깨가 잔뜩 묻은 남자애가 나보고 데이트를 하자고 했다. ^^ 헐.
99.1.10 Sidney Day 6
아침부터 시내 나가는 전철을 거꾸로 타서 되돌아 오는 일을 저질렀다.
호주의 푸른 하늘은 우리나라의 푸른하늘과 비교도 안될만큼 더 진하다. 그 파란하늘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 중의 하나 달링하버. 주말이라 사람도 많고 행사도 많고 볼거리 할거리 다 많았다. 시드니 수족관에 들러서 아깝지만 구경을 하고 맑은 달링하버를 거닐었다. 축제분위기의 달링하버. 어느가게에서 곰모양으로 생긴 과자를 한주먹씩 꽁짜로 나눠 주는데 현숙영이 그걸 받아와서는 너무 좋아서 막 울라고 했다. 한국에 있었으면 거들떠도 안봤을 맛이었건만. 불쌍하다고 느낀 첫순간이었다.
달링하버를 한번 둘러보고 서큘러키에 와서 바로 옆인 락스에 도착. 근데 구경하려고 하였던 Market이 끝났다고 했다. 오페라하우스에 가서 오페라는 보지 않고 사진만 찍고 왔다. 그리고는 다시 달링하버로 가서 9시에 있을 Laser Show를 기다리며 현숙영과 향수병에 대해 얘기했다.
나는 오늘 오페라 하우스를 봤지만 그 앞 계단에서 키스를 하던 연인이 더 기억에 남는다. 피곤했지만 스펙터클했던 하루.
99.1.11 Sidney Day 7
어제밤 준비한 샌드위치를 싸서 아침일찍 간 본다이비치 (Bondi Beach).
시드니에서 맨리와 함께 잘 알려진 곳중 하나라고 한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나이든 할머니나 임산부만 뺀 모든 여자들이 다 비키니 수용복을 입었다. topless인 여자들도 있었다. 원피스 수영복이 쪽팔린 신기한 순간. 샤워타월도 안가져 가서는.우쒸. 근데 날씨는 진짜 죽였다. 또 백사장이 정말 백사장이고. 팔을 위로 쭉 뻗고 잤더니 겨드랑이가 탔다. 아포.
내일 떠날 준비를 하러 일찌감치 집에 왔다. 외숙모네랑 ‘월남국수’를 먹으러 갔는데 한인들이 모여사는 덴가보다. 진짜 서울의 허름한 음식점에서 밥을 먹는 것 같은 느낌. 슈퍼에서도 한국음식들(과자, 아이스크림, 과일, 채소, )를 팔고 거리에도 한국 사람들밖에 없었다. 호주에서 맛보는 새우깡 맛이란.
내일 시드니를 떠난다.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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