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마찬가지로 7시에 아침부터 서두르는 바람에 숙소에서 8시에 나올 수 있었다. 나오면서 카운터에가서 하룻밤을 더 묵겠다고 말했다. 어제처럼 방을 바꾸지는 말고 시트만 바꿔달라고 말하고 숙박료를 지불했다.
나라(奈良:nara)로
어제 호류지에서 만난 여학생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나라에 가기 위해서 남바에서 킨테쯔를를 타면 된다고 했다. 일단 동물원역에서 남바로 가는 천철표를 끊고(200엔) 남바로 간다. 출근 시간이라 지하철에 사람도 붐비고 복잡하구마이.
남바에 도착해서 긴테쯔 타는데라고 따라 가긴 했는데 무슨 표를 끊어야 할지 몰라 마침 근처에 서있던 잘생긴 역무원 아자씨께 물어본다. “잘생긴 아자씨, 나라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나요?” 다행히도 의사소통에 별 어려움이 없어 아저씨가 시키는데로 자판기에서 540엔짜리 표를 끊고 들어갔다.
30분쯤 달려 나라 도착. 나라에 도착한시각이 9시 10분. 예정대로이긴 했지만 매우 이른 시간이다. 지도 한장 없는데 뭘하나? information이 10시부터라고 해서 그동안 어떡하나 고민하며 혹시나 해서 information에 가보니 다행히도 문이 열려 있었고 한국말로 된 관광안내도를 얻을 수 있었다.
연두색으로 된 종이에 나라 지도, 주요 관광지와 행사, 버스노선등이 있다. 지도를 펼쳐들고 나라에서의 일정을 세워본다. 길어봤자 2km나 될까한 거리들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관광지들. 나라란 곳 자체가 문화 유산인듯 싶다. 교토보다 더 전통깊은 곳이라고 하니 지루하기 짝이 없을것이라 생각하고, 코오쿠지와 토다이지절과 나라사슴공원, 그리고 호류지를 간단히 둘러보기로 했다.
코쿠지(興福寺:흥복사:koku-ji)
도다이지 가는 길에 있는 코오쿠지에 먼저 들러보기로 했다. 나라역에서 나와 오른편으로 조금 가다보면 코오쿠지가 나오는데 우리나라 근린공원같이 조성되어 있다. 이른 아침이려니와 누가 그 아침부터 절에 오겠는가? 사람이 어제보다도 없다.
코쿠지 전경
이곳에서 부터 드디어 말로만 듣던 사슴을 만나게 된다. 멀리보이는 탑. 코오쿠지의 심벌인 코쥬우노토오가 일본에서 두번째 높은 탑이라고 한다. 그동안 5번이나 불탔다고 하는데 그걸 불탈때 마다 다시 만들어 놓은 정성도 참 지극하다.
나라 사슴공원
코쿠지를 싱겁게 나와 표지판을 따라 쭉 가다 지하도 같은 것을 하나 건너고, 조용한 거리를 한 1km 정도 또각또각 걷다보니 토다이지가 나왔다. 입구부터 사슴 천국이다.
늘어져 있는 사슴들. 먹이를 꺼내면 일제히 다 쳐다본다
사슴을 울타리도 없이 그냥 잔디밭에 방목하기 때문에 이놈의 사슴들이 뭔가 부스럭 거리기만 해도 막 따라온다. 아기 사슴 한마리가 졸졸 쫓아오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간혹가다 저놈이 송아진가 사슴인가 하는 커다란 놈도 있다. 먹이를 안준다고 옷깃을 물고 늘어지기도 한다. 무서운놈.
나라의 맨홀 뚜껑에도 사슴
사슴공원 입구에 사슴 먹이가 파는데 1500엔이다. 우리는 간식으로 먹으려고 빠다코코넛을 가지고 갔는데 다 사슴먹이로 날렸다.
도다이지(東大寺:동대사:dodai-ji)
도다이지는 듣던대로 세계 문화유산답게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세계문화유산임을 알리는 동대사 입석
그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지붕엔 금색 뿔같은 것을 달고 있는데 참 귀엽기까지 하다. 어렸을 때 했던 마성전설이 생각났다.
동대사 전경. 스케일로 승부한다
다이부쯔 청동 불상
다이부쯔덴(大佛殿)안에는 다이부쯔(大佛)라는 청동불상이 있었는데 이렇게 큰 불상도 처음 보는것 같다. 주워듣기론 손바닥에만 16명이 올라간다고 하니 어마어마하게 큰거다.
그 옆을 돌아가면 사천왕상과 아래쪽에 구멍이 뚤린 나무 기둥이 있는데 어린 학생들이 나무 아래로 난 구멍으로 몸을 통과시키면서 떠들고 있었다. 뭔가 뜻이 있는것 같긴 한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구멍을 통과하면 5년을 더 산다고) 구경만 하다가 나왔다.
누군가 원숭이상이라고 말한적도 있는 목조상
본당을 나오면 왼쪽에 목조상이 하나 더 있는데 왜 빚바랜 빨간 망또를 입혀 놓은것인지..정말 온화한 불상이라고 믿겨지지 않을만큼 흉측하게 생겼다. 얼른 사진한장만 찍고 도망.
이렇게 돌고 나니 11시에 나라에서의 일정이 끝나버렸다. 비도 부슬부슬 오고 절에 돈내고 들어가 구경하는것도 재미없고 생각같아선 오사카로 가서 시내 구경이나 하고 싶은데 徐가 꼭 호류지를 가야 하겠단다.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동행하기로 했다.
호류지(法隆寺:법륭사:Horyu-ji)
아까 받은 연두색 종이에 호류지 가는 방법이 나와있었지만 확실히 알아보고자 아까 들렀던 인포메이션센터에 들어갔다. 아가씨 한분이랑 아주머니 한분이 앉아있었는데 “excuse me..“하며 들어가니 아줌마쪽으로 안내해 줬다.
호류지에 가고싶다고 하자 어디서 버스를 타야하는지, 몇번을 타야하는지,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시간및 요금까지 너무나 친절히 가르쳐준다. 지금까지 만난 일본인중에 영어를 가장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jr나라역에 가서 jr선을 이용하는 방법이 더 싸지만 좀 걸어야 하고 시간이 오래걸린다고 하였기 때문에 우린 아줌마가 말해준데로 8번 승강장에 가서 60번 버스를 타기로 했다.
아줌마가 말한 정확한 시간에 버스가 오고 어제 교토 버스를 생각하고 탔는데 약간 다른 모습이다. 남들 하는것을 보고있다가 뒷쪽 출입문 쪽에서 종이를 한장 꺼내고 자리에 앉았다.
얼마나 달린걸까. 지리도 모르고 안내방송도 못알아 듣는 주제에 꾸벅꾸벅 졸고 있다. 이러한 초긴장 상태에 잠이 오는것을 보면 무지하게 졸린 것이다. 호류지가 종점이라고 생각하고 신나게 졸다 깼는데, 갑자기 60번의 종점은 호류지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호류지가 지난게 아닌가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마침 전광판과 호류지라고. 아자씨한테 물어보니 여기서 내리면 된다고. 요금은 1번 요금을 내란다. 1번에서 탔기때문에 1번에 적힌것을 내면 되나? 모르겠다. 내라는대로 내고 (760円) 내리고 나니 버스비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흑.
호류지 전경
한적한 입구를 지나 슬슬 걷다 보니 마치 사극 속에 나오는 궁궐 마당에 들어와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차비도 비싼데 입장료라도 꽁짜면 내가 봐준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매표소로 가니 헉. 입장료가 1000円. 절이란 것이 지겨웠던 나는 얼씨구나 안 들어가기로 하고 徐 혼자 구경을 하고 이따가 만나기로 했다. 그리하여 나는 더이상 쓸 호류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난 호류지 마당에 앉아서 이시간 이후의 일정을 정리했다. 가장 문제는 다시 난바(nanba)까지 가는것인데, 왔던길을 되짚어 갈것이냐? 그러기는 정말 싫었다. 차비도 차비지만 버스를 타는 것과 시간낭비. 이런 저런 지도를 보고 짜맞춘 결과 JR호류지역에 가면 오사카 가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무작정 JR호류지 역으로 출발했다.
난바로
물어물어 JR호류지역 근처까지 갔다. 입구를 찾지 못해 헤메이다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 여인을 막고 물어 겨우 JR호류지역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나라방면과 오사카 방면의 열차가 있었고 오사카방면의 열차는 신이마미야를 거쳐 남바까지 가는 노선이었다. 요금은 450엔. 왔던길로 다시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
JR 호류지 역에서 난바까지 가는 열차표(450円)
사실 올때도 JR신이마미야에서 JR호류지 와서 호류지를 먼저보고 JR나라로 갔다가 거기서 남바로 갔으면 딱이었는데 그 반대의 길을 돌면서 쓸때없이 안가도 될 길을 간 것이다. JR라인은 일본에 와서 탈일이 없을꺼라 생각해 한번도 거들떠 보지 않은게 불찰이다.
난바(難波:namba)
40분 정도를 달려 난바에 떨어졌다. 당연히 시내지도를 구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인포메이션도없고. 막막한 마음으로 나와서 길거리에 세워진 지도를 보고 대강 찾아가기로 했다.
일단 난바에서 신사이바시역쪽으로 걸어가기로 한다. 도톰보리 강을 건넜을까. 늦은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가다보니 지붕을 덮은 번화가가 있었고 그곳으로 건너가 밥 먹을 만한데를 찾아서 마구잡이로 헤메이다가 보니 책에서 많이 본 게모양의 간판이 있네? 앗? 여기가 그 먹을 것이 많다는 도톰보리?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도 많지 않고 썰렁했다.
도톰보리의 쇼핑거리
이골목 저골목을 누비고 다니다가 결국은 만만해 보이는 요시노야에 들어간다. 뭘 먹어야 하는거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보니 다 똑같은 것을 먹고있다. 규동(kyudong)이라고 불리는 소고기 덮밥. 여긴 메뉴가 하난가?
요시노야 큐동
결국 우리도 중간짜리를 하나씩 (260円) 시키고 샐러드를(120円) 하나 시켜서 먹었다. 밥위에 소고기가 덮혀져 있는데 싼 가격치고는 맛은 괜찮았다. 그런데 국물도 안주고 숫가락도 없고 반찬도 없고. 아 반찬은 생강을 준다. 절인생강.
도톰보리(道鈍堀:dotombori)
대강 끼니를 하고 나와서 어차피 지도도 없는데다 천지가 다 볼 것이므로 역시나 발닿는데로 돌아다니기 시작. 후식으로 밥값보다도 비싼 아이스크림을 먹었다.이 골목 저골목을 헤메이다가 밥보다 비싼 돈을 주고 빠쓰도 사먹었다. 400엔.
이틀내내 절만 구경하다가 번화가를 보니 매우 신이났다. 도톰보리엔 음식점이 주를 이루고 옆으로 늘어선 골목골목들엔 상점과 오락실등이 많다 가끔가다 극장도 눈에 띤다. 아직도 해리포터를 상영하는듯.
도톰보리의 상징 게
날이 어두워지니 우리나라 명동처럼 사람이 부지기수로 많아졌고 양아치같은 쉐이들도 널려있다. 네온사인을 밝인 빠찡고와 오락실. 뽑기방등이 더욱 돋보였다.
여기저기 떠돌다 전자상가같은 건물엘 들어갔는데 우리나라의 테크노마트와 비슷한 분위기이긴 했지만 물건을 팔려고 붙잡거나 귀찮게 하는 사람이 없어서 신나게 구경했다.
수많은 md 들
다리는 아파 죽겠지만 눈이 휘둥그래지는 전자제품들을 이리저리 열심히 구경하다가 마침 거기서 컴퓨터를 죽 늘어놓고 adsl 시연을 하는것을 발견했다. 오호~
인터넷을 쓰고 있는 徐
인터넷에서 내일 오사카성에 가는 방법을 찾아 적어놓고 이 근처에 무엇이 볼게 있나 몇 줄 적었다. 한국에 가서 풀어놓을 과자부시래기도 한보따리 샀다. 이런식으로 이골목 저골목을 헤메였다.
도톰보리의 맨홀 뚜껑. 천연색이다
신사이바시(心齋橋:shinsaibashi) 까지 이러한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고 도톰보리다리를 건너니 그 쪽 지붕엔 신사이바시라고 쓰여있다. 대형백화점, 부띠크, 그곳에 부착된 대형광고. 오웃 번화가 답다. 신사이바시를 조금 걸어다니다가 힘이들어 오늘은 일찍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지나다 신사이바시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신이마미야
거의 쓰러질듯한 몸뚱이를 끌고 숙소로 돌아왔다. 잠시 쓰러져 있다보니 다시 몸이 살아난 것이다.탁자 밑에 호텔측에서 주변 관광정보를 프린트를 이쁘게 해 놓은것에 몇가지 볼것이 있길래 신이마미야의 밤거리를 구경하기로 했다.
오사카의 상징 즈텐카쿠.
jr신이마미야 역과 동물원역 사이길로 죽 올라가다보니 오사카의 상징이라는 즈텐카쿠(通天閣)가 보인다. 그 주변 일대가 신세카이(新世界)라고 하는 번화가이다.
왕 복어 모형과 즈텐가꾸의 절묘한(?) 조화
복어집에 매달린 복어 모양의 등
도톰보리와는 달리 매우 서민적인 술집과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문을 닫거나 청소를 하고 있다. 페스티발게이트라는 놀이동산도 불을 밝히고 있을뿐이다.
이제 정말 오늘의 일정을 끝내기로. 빨리 들어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싶을뿐이다. 오늘이 일본의 마지막 밤이다. 난 무사하노라 집에 전화를 하고 무사히 여행을 마친것에 대해 자축하기 위해 들어오면서 자판기에서 맥주를 하나 뽑았다.
9시 40분에 숙소로 들어왔다. tv에서 드라마가 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마치 알아듣기라도 하는듯 매우 재미있게 보는 徐. 난 유일하게 삼각관계라는 말을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오늘 쓴돈과 일정을 정리하면서 10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raizan 사우나에서 땀까지 빼면서 어제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목욕을 즐겼다. 목욕을하고 올라와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볍게 맥주 한잔. 굿나잇.
Topic: japan-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