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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land Track #2 Waterfall Velly Hut · Windermere Hut
26 Dec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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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erfall Velly Hut - Barn Bluff - Lake Will - Wndermere Hut

굿모닝. 우뚝선 Barn Bluff가 보이는 이곳의 아침. 햇님도 쨍하시니 상쾌하기 짝이 없는 아름다운 아침이다.

망설임. 시작은 쨍하니 좋았는데 아침을 먹고 짐을 꾸리고 있으려니 저멀리 다가오는 구름떼. 일단 짐을 꾸려서 Hut 에 넣어 두고 상황을 조금 지켜본다. 비도 올 것 같은데 Barn Bluff 로 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우리끼리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중.

Barn Bluff로. Ranger에게 이런 날씨에 올라가도 되겠냐 물어보니 대수롭지 않게 미끄러우니 조심하고 갈거면 빨리 가라고 한다. 그래, 가다가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가보자고 의기 투합. 0630에 일어나서 8시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여유 부리고 고민하느라 출발이 한시간 늦었다.

걸어온 길. 발걸음을 재촉해 어느새 산등성이 하나를 넘고 눈 앞에 Barn Bluff의 우뚝 선 봉우리가 보인다. 이제 암벽이라 두 손이 필요하기에 워킹폴이 짐이 되는 순간이 왔다. 워킹폴을 풀숲에 숨겨두고 맨손으로 기어 올라간다.

길 잃음. 정신없이 올라오다 보니 막대기 표지도 사라지고 어디로 가야할지 딱 막힌 순간이 왔다. 방향을 잃고 어디가 정상인지도 알 수 없었지만 설사 저 위가 정상이라해도 암벽들이 쏟아질 것처럼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저길 무슨 수로 올라간단 말이냐.

하산 결정. 게다가 비가 흩뿌리기 시작해 길이 미끄러워진데다가 우리 앞으로도 뒤로도 아무도 없는 상황. 빗방울이 굵어지자 선영 언니는 더 올라가기를 주저해 먼저 하산했고 나는 GPS를 꺼내어 요리조리 궁리를 해보지만 결국 역부족. 정상은 100여미터 앞이지만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아쉬운 하산. 아쉽지만 비가 오니 서둘러 내려온다. 돌아보니 야속한 봉우리.

아쉬운 기념 촬영. 우리는 비를 맞으면서 처량하게 걸어 다시 갈림길 까지 왔다. 정상을 정복하진 못했지만 기념촬영은 잊을 수 없지.

새조심. 이 지점은 side trip을 떠날 때 배낭을 놓고 가는 장소인데, 새의 공격을 받지 않으려면 떠날 때 배낭을 잘 보호하라는 경고판이다. 산에 사는 영악한 새들은 지퍼도 열 줄 안다. 나도 그램피언스에서 한 번 당한적이 있는데 배낭을 열어서 음식은 물론 쓰레기 봉지까지 뜯어서 주변에 난장판을 쳐놓아서 아주 난처했었다. 주변을 맴도는 까만새가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

비는 조금 잦아들고. 다시 Hut으로 가는 길에 어제 만난 아저씨가 말한 안경을 발 아래서 발견했다.  참으로 재미난 우연이다.

야생화. 숙소로 가는 길. 왔던길을 돌아가는 데 또 다른 느낌에 기분이 좋아진다. 촉촉한 노란 야생화에 마음을 빼앗겼다.

다음 기회에. 돌아보니 어느새 저 멀리 아득히 보이는 Barn Bluff. 비가 잦아드니 좀 억울하기까지? 다음에 Overland Track을 다시 와야 할 이유를 하나 남겨두고 간다.

낮게 깔린 구름. 기상 예보에 의하면 오늘부터 날씨는 계속 흐리고 비다. 날씨 또한 여행의 일부인 것을 인정하자. 우리에겐 걸어야 할 길이 있으니까.

Hut 도착. 1230 출발한지 세시간 반 만에 다시 hut에 왔다. 거기 한 번 갔다 왔다고 이꼴이 됐다. 점심을 먹고 출발에 앞서 어제 늦어서 구경 못한 hut을 둘러본다.

모두가 떠나서인지 아침과는 사뭇다른 조용한 분위기가 평화롭기까지 하다. 이리 깨끗하게 유지되는 것은 Ranger 들이 돌면서 시설을 관리하기도 하지만 각자 떠날 때 자기 몫을 정돈하고 떠나기 때문이다.

Hut 뒤쪽엔 세개의 거대한 물탱크가 있다. 6-7일의 긴 일정에 식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만 해도 큰 짐을 덜었다. 물을 쓰면서도 감사한 마음.

Hut의 입구에는 이런 작은 표식이 붙어 있는데 나중에 그 그림이 hut 마다 다르다는 걸 알았다. 술에 취해 보이는 왈라빈지 캥거룬지가 Waterfall Velley의 주인.

벽에 붙은 응급상황 및 처치에 대한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본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Overland Track을 걷는 중에는 거의 사람을 만날 수 없다. 늦게 출발할 수록 사람을 만날 확률이 줄어든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가정할 때 이런 응급 처치 방법은 미리 알아두면 좋겠다.

Log book과 Journal. Journal은 방명록 같은 것이고 로그북은 의무 사항으로 걷는 동안 매일 매일 사인을 해야 한다. 살아 있음을 알리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안전책이랄까. 리더 한명만 싸인하면 된다.

어제 못한 로그북 사인을 오늘 한다.  Hut을 서성이다가 마침 Ranger 를 만났는데 어제 로그북을 안쓴 탓인지 검문(?)을 당했다. 명단을 꺼내 이름을 체크하고 오늘 목적지가 어디인지 등을 물어본다. Ranger는 생각보다 자주 만났는데 그들은 정말 하이커들의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Ranger에게 barn bluff에 올라가는데 표식 막대가 없어져서 돌아왔다고 하니 정상 근처에선 작은 돌무더기가 표식 막대를 대신한단다. 하나 새로 배웠다.

오늘의  가야할 길. 1330 개인 정비를 마치고 출발. side trip을 가느라 사람들은 이미 도착했을 시간에 우린 출발한다. Windermere 까지는 약 8km. 짧은 거리에 대부분이 평지지만 우리는 이미 오전에 10km를 걸어갔다 왔고 중간에 Lake Will side trip을 걸을 예정이니 다합치면 오늘 걷는 거리는 약 20km가 넘는다. 결코 만만하지 않은 하루.

Boardwalk. 구름이 물러가고 파란 하늘이 짠. 변덕이 멜번보다 더 하다. 이 코스는 그늘이 없는 땡볕 코스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낮은 나무와 board walk이 깔려 있다. 그리고 오늘은 구름에 가려져 햇볕도 강하지 않다. 그저 쾌적할 뿐.

Nature calls. 길을 걷다가 자연이 나를 부를 땐 길을 약간 벗어나 삽으로 땅을 파고 볼 일을 본 다음 다시 흙을 덮는 것이 정석이다. 그리하여 이곳에선 삽이 필수.

Lake Holmes. 한시간 정도 걸은 후 side trip을 위해 잠시 정차.

Lake Will side trip. 왕복 약 3km. 한시간 소요 예정. 가방을 잘 덮어 두고 가벼운 몸으로 Lake Will 로 향한다.

나비처럼 사뿐사뿐. 배낭이 없이 몸이 가벼우니 날아갈 것 같다.

Lake Will. 저 멀리 황야에 숨겨진 호수가 보인다.

Barn Bluff 뒷태. 호수의 북쪽에 바짝 붙은 Barn bluff. 앞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모습.

뱀. 트랙이 끝나는 지점. 호수로 내려가려는 길목을 떡하니 지키고 있던 뱀 한마리. 놀래서 헉하고 숨을 멈추고 기다리니 스르륵 사라져 버렸다. 휴.

고요한 호숫가. 뱀을 보고 식겁해서 발걸음이 조심스러웠지만 우리는 캐쉬를 찾으러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기로.

캐쉬 수색. 주변을 찾아봤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시간이 많지 않으므로 포기. 캐쉬 대신 뱀 본걸로 퉁.

5분간 휴식. 한가로운 호수가에서 잠시 쉬고 다시 가야할 길로.

Lake Windermere. 약 5km 정도를 더 걸어 Windermere 호수가 보이는 지점에 다다르니, 호수와 어우러진 풍경이 아우 한편의 그림이고나.

마지막 한걸음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호수가 보인다는 것은 이제 거의 다 왔다는 소식.

1730 도착.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출발한지 4시간여 만에 Windermere Hut에 도착했다.

Site Map. 텐트 사이트는 꽤 여러개 있었지만 꼴찌인 우리에게 돌아올 자리가 있을까?

헬기장. 화장실 뒷편으로 남는 데크가 하나 있길래 얼씨구나 해서 갔더니 텐트 사이트가 아니라 H가 새겨진 헬기장이었다.

Tent Platform. 결국 우리는 텐트칠 자리를 찾지 못하고 Group camp area에 자리를 잡았다.

저녁준비.  어제와는 달리 Deck에 텐트를 설치하느라 시간이 좀 더 걸렸다. 짐을 정리하고 잠깐 쉬다가 대충 씻고 1900 저녁 준비.

왈라비 친구. 저녁식사 후 스트레칭을 하고 있으려니 우리 주변을 맴도는 왈라비 한마리. 반갑다 왈라바! 우린 이제 잘시간이란다. 오늘도 길었던 하루. 2200 꿈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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