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송겨울과 유럽 배낭여행이 들어 있었다. 사실 나는 이미 호주라는 먼나라에 살고 있고 멜번은 그중에서도 유럽풍의 분위기를 풍기는 도시라 유럽에 대한 동경은 없었다. 유럽은 정말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곳 중 하나라 그리고 여행을 간다면 인도나 네팔 또는 아프리카 등을 생각했지 유럽은 나중에 더 나이들고 편하게 가려고 미뤄놨었다.
그런데 어느날 우리 언니가 유럽이 가고 싶으시단다. 나의 가난했던 학창시절의 첫 배낭여행이었던 호주. 내동생과 나의 인생을 바꾼 그 호주 여행의 스폰서였던 우리 언니. 그 언니가 여행이 가고 싶다고 하는데 못 갈 이유가 없다. 겨울이가 대학생이 되면 가려고 했던 유럽여행을 조금 앞당기기로 했다.
2014년 올 연말을 목표로 유럽 여행을 선포했다. 송자매와 현자매. 2014년 유럽여행 간다. 지난번 뉴질랜드 여행 멤버다. 시간이 얼마가 걸릴지, 돈이 얼마가 들지도 모른채 일단 가기로 결정했다.
여행. 이런 저런 핑계로 미루고 미루며 익숙한 삶의 안전지대에서 살다가 결국 영원히 가지 못하는 것이 여행이다. 학생 땐 돈 없어서 못가는게 여행이다. 시간은 많은데 돈이 그들의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1달러에 벌벌 떨고 차비를 아끼려고 걸어다닌다. 하지만 젊기에 아무것도 문제되지 않는 것이 또 그들의 여행이다. 그래서 나는 늘 청춘들에게 젊을 때 빚을 내서라도 여행을 가야 한다고 말한다.
졸업을 하고 회사에 다니면 이번엔 시간이 없어서 못가는게 여행이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는 경제적 여유는 있었지만 절대적으로 시간이 없었다. 일년에 일주일 여름 휴가 내는 것도 힘들어서 주말을 끼고 길어야 3박 4박일로 찔끔찔끔 다닐 수 밖에 없었다.
결혼을 하고 나면 애가 어려서. 애가 크고 나면 학교 때문에, 돈이 많이 들어서, 여유가 없어서. 이제는 가고싶은 마음보다 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더 많아져서 결국엔 못가는게 여행이다.
그리고 자식도 다 키워놓고 더이상 못 갈 이유가 없어지면 이젠 더이상 재미가 없고 몸이 힘들어서 못가는게 여행이다. 가장 슬픈 이유다.
누구에게나 이유가 있다. 한 달간의 유럽여행. 돈도 많이 들고 휴가도 내야 하니 가지 말아야 할 이유도 되지만 그래도 간다. 돈 많으면 뭐하랴. 시간 많으면 뭐하랴. 인생은 언제 즐기나? 돈 모아서? 은퇴하고? 나중에 언제?
여행에도 다 때가 있다. 여행은 돈과 시간만 있다고 되는게 아니다. 사람들이 간과하는 한가지가 바로 체력이다. 돈도 있고 시간도 있는데 체력이 안되서 못가게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매일매일 늙는다. 행복을 다른 이유로 뒤로 미루다 보면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후회뿐이다.
쉬운 결정이다. 시간은 흘러가고 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가고 싶을 때 떠나야 하는 것이 여행이다. 그래서 우리는 유럽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