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y Me
에버노트로 할 일 관리? 한 일 관리!
17 Sep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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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나이즈병(?) 중증 환자로써 에버노트를 활용한 GTD를 많이 고민했었다. 외국의 여러 사례를 참고해서 에버노트로 GTD 시스템을 꾸려보려 했다. 노트북을 생성하고, 태그를 만들고, 할 일마다 한 줄 짜리 노트를 만들고, 태그로 컨텍스트 관리하고.. 그런데 왠지 억지스럽고 too much란 느낌이 들었다. 할 일이 관리되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정신없고 clutter 된다고 할까. 내가 서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시간을 잘 활용하려고 하는 시스템인데 오히려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고민이 시작되었다.

삶에는 관리해야 할 많은 것들이 있다. 목표 관리. 일정 관리. 할 일 관리. 사람 관리. 문서 관리. 자산 관리 등. 모두 꼼꼼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들이고 이것들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힘을 빌어야 하지만, 경험을 돌이켜 볼 때 특히 할 일 관리는 시스템에 너무 의존하면 오히려 시스템을 ‘관리’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부작용이 있었다. 할 일 관리의 목적은 할 일을 제 때 ‘하는 것’이지, 할 일을 ‘관리’하기 위한게 아닌데 할 일들을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고 ‘관리’하느라고 소중한 시간과 리소스를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다.

GTD는 어떤 한가지 툴로 해결될 시스템이 아니라 컨셉일 뿐이기에 개인적으로는 GTD를 통째로 어딘가에 넣으려 하는것 자체가 좋은 시도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은 툴은 툴일 뿐. 결국 툴을 운영하는 것은 나 자신이니까. 본질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

지금이야 본질 어쩌고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나야말로 할 일을 관리해 보겠다고 수없이 많은 툴을 사용해 봤다. Palm 시절의 WP+로 시작해 MPPlanner, Toodledo, RTM, Workflowy 등 수많은 할 일 관리 프로그램을 써봤고, 프랭클린 플래너는 물론, 3p 바인더, 가네쉬 3년 다이어리, 윈키아 플래너 등 아날로그 플래너도 다 써봤다.

물론 잘해보겠다는 마음이 있으니 어떤 툴을 써도 결과는 비슷했다. 어느정도 수준이 되니 할 일을 잊어서 못하는 경우 보다는 하기 싫어서 안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결국 할 일은 어디다 적느냐가 아니라, 할 마음이 있느냐의 문제다. 시스템이 할 일을 해주는게 아니니까. 결국 할 일은 내가 해야한다.

역시 결론은 같다. 삶의 제 1 원칙. 심플 라이프.

할 일을 ‘관리’하는데 더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 보다 차라리 그 시간에 할 일을 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에 불필요한 시스템을 정리. 지금은 할 일 관리는 에버노트 노트 하나로 충분하다. 노트 딱 하나. 월 별로 노트 하나를 만들어서 위쪽은 할일을 적고, 아래쪽은 날짜별로 간단하게 한 일을 적는다. 일기와는 또 다른 개념으로 한 줄 이내로 사실만을 기록한다. 노트를 이리저리 옮기고 태그를 바꾸고 하는 번거로움 없이, 새로운 달이 되면 새로운 노트를 만들고, 지난달의 노트는 또 하나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내 에버노트는 GTD의 Reference 영역을 주로 담당한다. 무언가를 저장하는, 나에겐 창고/보관소/박물관 같은 역할을 한다. 에버노트는 actionalble 한 아이템을 관리하기 위한 툴이 아니라는 결론 하에 ‘할 일’ 보다는 ‘한 일’을 간단히 기록한다.

물론 GTD에서 말하는 Project 들은 별도의 노트로 관리한다. 리서치, 자료 정리, 계획 등을 필요로 할 땐 에버노트만한게 없다. 하지만 자잘한 할 일, 쇼핑 목록 등은 포스트 잇에 적는다. 잊지 말고 꼭 해야 할 일은 구글 캘린더에 적는다. 어떤 일을 하면서 생기는 자료와 결과는 에버노트에 적어서 기록을 남긴다.

내가 게을러서 안하는 것 빼고는 할 일 관리에 전혀 문제가 없다. 할 일은 그냥 해치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