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시대다. 나도 물론 호기심에 때로는 어쩔 수 없이 Facebook, Twitter, Instagram, 카카오 스토리 등을 서비스 초기에 잠깐 사용해 봤지만 지금은 모두 정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Google+를 사용 중이긴 하지만 사진 백업과 선택적 공유를 위한 목적일뿐이다.
컨텐츠 공해
기업 또는 브랜드로써 SNS를 잘 사용하면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하지만 우리같은 평범한 개인이 쏟아내는 컨텐츠는 뻔한 수준이다. 개인이 SNS를 사용할 때 그 내용은 결국 신변잡기, 혼자말, 사사로운 가십 유포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경향이 있고, 결국 프라이버시의 문제도 생기게 된다.
둘이 전화 또는 만나서 주고 받아야 할 대화들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아무 생각없이 올리는 사람들을 나는 아주 많이 봐왔다. 검증되지 않은 유언비어, 중요하지 않은 잡담거리, 이유를 알 수 없는 불만, 욕, 의미 없는 사진을 시도 때도 없이 올리는 사람들도 우리 주변엔 아주 흔하다. 나는 이를 공해라고 표현해 왔다.
만드는 사람도 낭비고 보는 사람도 낭비인 컨텐츠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생산해낸다. 멀리 있는 친구, 가족들과 안부를 전하고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고맙고도 재밌는 일이지만 그 또한 어디까지나 그저 각자 개인에게나 소중한 개인 사생활이고 개인 역사일 뿐이다.
내가 어딜가고 누굴 만나고 뭘 먹었는지는 나에게만 소중하다. 정리되지 않은 개인의 생각과 사사로운 기억은 그냥 혼자 간직하면 된다. 타인의 관심보다 내 개인 프라이버시와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말이다.
관계 유지의 함정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 어떻게 사는지를 볼 수 있으니 구지 따로 얼굴을 보거나 전화 연락을 해서 어떻게 지내냐고 물을 일이 없어졌다.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면서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는 착각을 주는 것이 바로 이 SNS였다. 개나 소나 다 친구가 되니 진짜 친구가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구지 알지 않아도 될 일 들을 알게 되는 것이 또 나를 불편하게 했다. 때론 별로 알고싶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은 사람을 자꾸 친구라고 추천해 주기도 하고, 만난적도 없는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친구를 하자고 하기도 했다.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묻혀버렸고,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의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읽느라 의미없는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니 이건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과 두루두루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을 달아주는 익명보다 얼굴을 보고 목소릴 들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나에겐 더 소중하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의미 없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 보다 지금 곁에서 더 소중한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프라이버시의 문제를 감수하면서까지 남들이 다하니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내 사생활을 나누기 위해 SNS를 할 이유가 내겐 없었다. 페이스북이 없다고 연락이 끊어질 관계라면 끊어져도 상관없는 관계라고 생각하니 정리가 쉬워졌다.
결론
개인의 명확한 브랜드 또는 공유할만한 가치가 있는 컨텐츠 배포의 목적이 있다면 SNS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사생활을 익명의 다수와 나누고 싶은 생각은 없다. 재미로 중언부언하는 배설의 욕구가 과연 내 개인의 시간과 프라이버시보다 더 소중한지 생각해 보면 내 선택은 언제나 같을 것이다. SNS 할아버지가 나온다 하더라도 달라질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