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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 #3 천왕봉 일출 후 하산
21 Oct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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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 천왕봉 일출 후 하산

4시 기상.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내가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아줌마들 일어나 부스럭거리고 소근거리는 통에 잠은 깼지만 눈을 감고 4시가 될 때까지 누워있었다.

약속한 시간에 나와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천왕봉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일출을 보고 장터목으로 다시 내려오지 않고 바로 중산리로 하산하기 위해 배낭을 메고 출발한다. 0430 신발끈을 질끈 동여매고 출발.

깜깜한 산길. 속력을 내서 오른다. 보이지는 않지만 한 번 왔던 길이라고 어느정도 감이 온달까. 어디서 오르막이고 내리막이고 여기가 어디쯤인지 어디쯤 계단이 나타나고 얼마나 남았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깜깜한 길을 불빛에 의지해 땅만 보고 걷는다. 어제 낮에 오지 않았다면 이 장터목 - 천왕봉 구간의 풍경이 어떤지도 몰랐겠지. 어제 올라와보길 잘한 것 같다.

배낭을 메고 오르는 길이라 한참 더 걸릴줄 알았는데 50분만에 천왕봉에 올랐다. 05시 20분. 너무 일찍 왔다. 일출이 6시40분이니 한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한다. 해가 잘 보일 것 같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어느새 어슴프레 먼동이 터온다. 뿌연 구름띠를 두르긴 했지만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에 떠오르는 햇님.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지리산 천왕봉 일출. 그 일출을 나는 보았다 파하하! 아침의 노란 햇살을 즐겨본다.

0730 사람들이 좀 빠지고 나서 인증샷도 몇 장 찍고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은 그냥 하산. 내려오는 길은 속도를 좀 냈다. 계곡으로 내려오자 단풍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에서 보던 띠의 정체는 아무래도 먼지같은 불길한 예감..

신나게 뛰어 내려오다 0830 로타리 대피소에서 잠시 휴식.

칼바위.

거의 다 내려온 것 같다. 중산리 야영장. 나도 모르게 안으로 들어가 낙엽을 밟고 있는 나. 아 여기서 캠핑 하고 싶다~

빨간 단풍과 어우러진 지리산의 맑은 계곡물.

내려가보고 싶었지만 출입 금지. 아쉽구나. 하긴 이렇게 유지될 수 있는 것도 출입을 원천 막았기 때문이겠지.

탐방 지원센터에 들러 우리가 2박3일동안 걸은 길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먼길을 참 열심히도 걸었다.

설문조사를 하고 손수건도 한 장 받았다.

다 내려온 줄 알았는데.. 또 다시 아스팔트 길을 한참 걸어서 중산리 매표소에 도착.

중산리에서 원지로 가는 버스표를 끊고 (3800원) 종주를 축하하며 한 상 부러지게. 건조 음식만 몇일을 먹다가 이름모를 맛난 나물들을 먹으려니 감계무량.

이제 집으로 간다. 버스를 타고 원지로. 나는 원지에서 내려서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원지 버스터미널에서 내리자마자 작은 매표소에서 서울 가는 버스표를 샀다.

차안에서 라디오를 들으니 남부지방 미세 먼지가 아주 나쁜 상태라고. 역시나 예상대로 그 뿌연 것은 안개도 구름도 아닌 먼지였던 것. 비록 먼지 떄문에 쾌청한 지리산의 경관을 즐기지는 못했지만 비가 안 온 것만으로도 땡큐. 안녕 지리산. 맑을 때 또 올께.



Topic: 지리산-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