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번 경험에 비춰 이번엔 밥을 싸가자라고 한마디 던졌는데 언니가 6시부터 일어나서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었다. 난 김밥이나 사가자는 말이었는데 도시락을 쌀 줄이야.
도와야 할 것 같아서 기어 나왔는데 자라고 하길래 다시 들어가서 잤다. 8시에 나와서 보니 쏘세지 부침과 김치 볶음. 손이 많이 가는 반찬만 했네. 나라면 ‘니가 밥 싸가자고 했으면 계란이라도 풀어!’ 라고 뭐라도 시켰을텐데. 어쨌든 언니는 혼자 4인분의 도시락을 준비했다. 이런저런 준비물을 챙기느라 부산을 떠는 동안 솔이네가 도착을 했다. 솔이는 간밤에 많이 울어서 눈이 탱탱 부어서 왔다.
8시30분쯤 나는 먼저 버스로 움직이기 위해서 출발. 셔틀 버스정류장에 우리가 1등으로 줄을 섰다. 쉬는 날이 아닌데도 사람이 많네. 남들 출근할 때 놀러가는 기분, 최고다. 5분전에 버스가 와서 9시 정각에 출발. 불친절한 기사가 운전도 참으로 개떡같이 했다. 저녁 신문에 실리는게 아닐까 덜덜. 막둥이랑 지난번 갔따 와서 쓴 후기를 보면서 나름 전략을 짜고 눈을 잠깐 붙였다.
버스에서 내려서 바로 매표소로 가는데 앞에 서둘러 가던 언니가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저런저런.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액정이 깨졌단다. 허나 그 와중에 혼자 씩씩거리면서 도시락 맡기러 간다. 언니 혼자 왔다갔다 바쁘다. 작년과 비슷한 상황. 소통을 하고 플랜을 짜고 일을 나눠서 하면 좋으련만 설명도 없이 늘 혼자 모든것을 다 하려고 한다. 시키면 되는데 안시킨다. 어쨌든 사람이 별로 없어서 바로 매표. 막둥이가 4장을 끊고 언니가 혼자 한 장을 끊었다. 사람이 많아서 기다려야 하면 화장실에서 수영복을 갈아 입히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 없이 바로 입장.
가방 검사를 하고 키를 받고 신발장에 신발을 넣고 들어가기 전에 돈이 든 팔찌도 각자 하나씩 찼다. 솔이는 돈팔찌 대신 미아방지 이름표를 채웠다. 탈의실로 입장. 지난번에 왔을 땐 야외였는데 실내로 와보니 겨울에 왔던 기억이 났다. 탈의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샤워. 똥싼것도 아닌데 막둥이가 구지 똥꼬를 닦아야 한다고 하길래 샤워하는 척 옷을 적셨다. 나가니 아 옘병 추워라. 실내에서 있어도 추운데 밖에 나가려니 더 춥네.
실내에서 놀다가 미끄럼을 타러가자고 하길래 따라 나서서 30분을 기다려 블라스턴지 뭔지 놀이기구를 하나 타고 나머지는 빈둥빈둥. 파도풀 한번 가고, 익스트림 리버 한번 가고, 핫도그 사먹고, 오가는 길에 온탕 몇 번 들어가고. 점심을 먹고 솔이가 좋아하는 유수풀에서 몇바퀸지 모르게 한참을 떠다녔다. 실내 파도풀이 난 제일 재밌었다.
1만원을 내고 들어와서인지 쫌 놀고 나니 왠지 본전을 뽑은 느낌. 춥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따뜻한 물안에 앉아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마지막에 익스트림 리버를 몇바퀴 타고 5시쯤 나와서 목욕탕으로. 나는 와서 바로 샤워를 했는데 목욕탕에서 여유를 부리던 친구들은 나중에 사람이 몰려 줄을 서서 샤워를 해야했다. 미리미리 하라우.
셔틀버스 시간에 맞춰서 나왔는데 결국 구슬아이스크림은 못 사먹고 왔다. 출구에 있었는데 출발 10분 전이라 포기. 노원역에 와서 철판아이스크림으로 대신.
리뷰
- 추웠다. 6월 촌데 추웠다. 산이라서 추웠고 구름이 많아서 추웠다. 가끔 해가 날 때는 좋았다.
- 공사를 한다고 길을 막아놓고 공사판 때문인지 매케한 냄새가 나고 공기가 별로 안좋았다.
- 도시락을 먹는 장소는 정말 별로였지만 밥을 싸가길 잘했다. 지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 핫도그 츄러스는 별로 맛이 없었다. 꾸역꾸역 먹었다.
- 구명조끼도 5개 가져 가길 잘했다. 짐은 좀 많았지만 각자 하나씩 짐을 담당하니 괜찮았다. 와서 짐을 들고 노원역도 빨빨거리고 잘다녔다.
- 수건을 가져가야 함. 2018년1월1일부터 한 장당 1천원을 내야한다.
지출
- 입장료 인당 1만원 = 5만원(각자)
- 츄러스핫도그 하나씩+수건2장 = 18천원
- 1인1핫도그로 호사를 부렸음에도 불구하고 총 비용 5인 6만8천원. 정말 알뜰하게 잘 다녀왔다.
- 그리고 나중에 노원역에 와서 먹은 저녁과 군것질이 저녁 3만원+아이스크림7천원+와플3천원 = 4만원
- 핸드폰 해먹음. 1만원주고 갔따고 좋아했는데 언니는 매표소 앞에서 전화기를 떨어뜨려 액정이 나갔고 막둥이는 방수기능이 상실된 폰을 하루종일 들고 다녀서인지 폰이 마치 암에 걸린듯 서서히 맛이 갔다. 결국 새로 폰을 해야해서 200만원 짜리 오션월드 갔다온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