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떠 창밖을 보고 깜짝놀랐다. 눈이 족히 한 뼘은 넘게 쌓였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역사적인 폭설 그 현장에 우리가 있었다. 폭설로 인해 스키어들이 사망하고 항공 결항으로 수천명의 관광객들의 발이 묶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행히 우린 어제밤 차를 반납했으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오늘은 독일 뮌헨으로 가는 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독일 뮌헨으로 가는 열차는 인터넷보다 현장에서 끊는게 싸다고 하여 예약하지 않았다.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있었지만 날씨 때문에 예정대로 독일로 기차를 타고 넘어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
9시쯤 자매들을 깨워 짐을 정리, 아침은 건너뛰고 바로 출발. 엄청나게 쌓여있는 눈 위로 또 눈이 계속 내리고 있었지만 다행히 버스는 운행하는 듯 했다. 우리는 눈길을 헤매느라 버스정류장을 못찾아 예정보다 한 정거장 정도를 더 걸었다. 다행히 금방 버스가 와서 10시10분 쯤 중앙역에 도착했다. 전광판을 확인해보니 열차는 약간 딜레이가 되긴 했지만 운행중이었다. 휴.
일단 자판기에 가서 티켓을 끊었다. 우리가 끊어야 하는 티켓은 바이에른 뵈멘 티켓. 두 종류의 기계가 있었는데 OBB (오스트리아 연방철도청) 기계를 선택했다. 인원과 나이를 입력하니 알아서 계산해서 43유로짜리 뵈멘티켓이 나왔다. 솔이랑 딸기가 무료인지 아닌지 헷갈렸는데 성인 동반할 경우 무료인 듯. 수퍼마켓에서 먹을 거리를 사고 11시 15분 열차를 탔다.
티켓을 검사하고 나니 그 새 독일로 넘어왔는지 Welcome to Germany라고 문자가 왔다. 독일까지 2시간 남짓. 수퍼에서 사온 먹을 거리를 꺼내 한상 차려 놓으니 모두 신났다. 열차는 쾌적했고 눈오는 풍경은 너무 근사했다. 이동하는 시간이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 멋진 풍경을 보면서 각자 먹고 싶은 것을 먹으니 고급 레스토랑이 따로 없었다. 모두들 대만족.
독일 뮌헨
13시에 독일 뮌헨에 도착했다. 열차에서 내려 바로 걸어서 숙소로 직행. 거리는 눈이 녹아 질퍽거렸다. 숙소는 기차역에서 5분 거리, 완벽한 위치였다. 독일은 하룻밤 잠만 자고 가는 곳. 트리플 룸을 2개 빌렸다. 컨넥팅 룸으로 달라고 했는데 싸구려 호텔이라 그런지 그런거 없단다.
내일 아침 또 바로 이동해야 하므로 오늘 오후를 알차게 써야한다. 짧고 굵게 딱 한군데, 뮌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메트로를 타고 마리엔플라츠Marienplatz 광장에 가기로 했다. 체크인을 하고 바로 출동했다. 아까 산 뵈멘 티켓으로 뮌헨의 대중교통까지 이용할 수 있으니 땡큐.
사실 뮌헨은 다른건 관심 없고, 쇼핑할 생각에 모두 들떠서 왔다. 언니는 DM, 막둥인 요거트와 비타민, 나는 화방에 들러 그림 도구를 사고 싶었다. 광장에 나와 스치듯 사진을 몇 장 찍고 우리의 할 일을 하러 바삐 움직였다. 가장 먼저 광장 근처 화방에 들러 꼭대기부터 스캔 , 난 하네뮬레 트래블 저널을 사고 겨울이는 수채화 붓을 몇 개 샀다. 갤러리아 백화점 지하에서 모벤픽 요거트를 사먹고, 주변 쇼핑몰을 한참 쑤시고 다녔다.
쇼핑을 대충 마치고 뮌헨의 대표 관광명소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auhaus)에도 들렀다. 혼자 왔다면 절대 가보지 않았을, 가장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맥주집. 이 가게엔 반겨주는 사람도 없고 잘가라고 인사하는 사람도 없다. 그냥 알아서 자리 잡고 눈치껏 웨이터를 붙잡아 주문하고 먹고 즐기고 계산하고 나가면 되는 곳. 우리도 어렵게 한켠에 자리를 잡고 그 시끄럽고 정신없는 혼란함을 즐겨본다. 맥주 한 잔 마시고 나니 분위기에 더 흠뻑 젖어들었다.
알딸딸 기분이 좋은 상태로 나왔다. 도시의 야경이 아름다웠다. 아까 쇼핑하느라 제대로 스쳐 지나간 광장에서 사진을 찍으며 한참 시간을 보냈다. 불밝힌 시청사도 여느 성당 뺨때리게 멋졌고 하얗게 쌓인 눈에 비추는 가로등 불빛도 아름다웠다. 그러고 보니 밤에 이렇게 나와서 돌아다닌 적이 없었구나. 기분 좋은 밤이다.
원래 예정에 없던 독일을 넣었던 이유는 그저 잘츠부르크에서 가깝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발발거리고 다니기로 한 여행. 이왕이면 더 많은 나라에 발자욱을 남기자’라는 맘으로 억지로 1박을 끼워 넣었다. 가장 짧았지만 가장 쇼핑을 많이 하고 가장 많이 돌아다녔다. 가장 다채로웠고 가장 돈을 많이썼고 가장 즐거웠다. 그래서인지 모두 신났다. 짧지만 굵었던 뮌헨으로 기억될 듯.
TLTR
- Day10 2019년 1월 10일 폭설 속 겨울왕국 특급 열차 타고 독일 뮌헨으로 이동, 뮌헨 관광, 쇼핑, 호프브로이하우스 (사진)
- 지출
바이에른 티켓 €43.00 6인 점심 및 간식 €30.75
6인 뮌헨 돌로미테호텔1박 $110.00
간식 €5.92
쇼핑 (하네뮬레) €38.44
6인 호프브로이 하우스 €50.00 쇼핑 (비타민) €21.15 쇼핑 (기념품) €5.50 간식 €15.66
Topic: europe-2019